계열사 부동산 PF 연체율 관리
시장 매물 부족으로 M&A 난항
대부업·일본계 기업 인식 여전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지난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OK금융그룹이 '종합금융사'로 거듭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최윤 회장이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오너 기업'인 만큼 지배구조 변화와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사진=OK금융그룹)
최윤 OK금융그룹 회장. (사진=OK금융그룹)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주요 계열사가 부실화 위기에 처하고, 적당한 M&A 매물도 부족해 종합금융사로서의 도약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올해 대부업 철수를 마무리했지만 여전한 대부 브랜드라는 이미지와, 일본계 기업이라는 인식도 넘어야 할 산이다. 


대부업 조기 청산


8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은 올 10월 19일 산하 대부업체였던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의 금전대부업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는 당초 금융당국과 약속했던 기간보다 1년 3개월 앞당겨 철수한 것으로, 최윤 회장은 "도전의 발길을 멈추지 말고 진정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OK금융그룹은 재일 동포 3세 최윤 회장이 2002년 설립한 대부업체 '원캐싱'에서 출발했다. 최 회장이 2004년 일본 대부 업체 에이앤오(A&O)그룹을 인수한 이후 2007년 7개 자회사를 합친 아프로파이낸셜(러시앤캐시)를 설립해 사세를 확장했다. 

2014년에는 예주저축은행·예나래저축은행을 인수하고 사명을 OK저축은행으로 바꾸며 공격적인 영업 행보에 나섰다. 인수 당시 OK금융은 '저축은행 건전 경영 및 이해 상충 방지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했고, 이에 따라 대부업 철수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후 2018년과 2019년 두 해에 거쳐 '원캐싱'과 '미즈사랑'을 철수했고 미즈사랑 사업 전부는 OK저축은행이 인수했다. 올 3월 예스자산대부는 OK캐피탈이 흡수합병했다.

지난해 OK금융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 집단 지정으로 종합금융그룹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됐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자산 5조 원 이상 기업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데, OK그룹은 지난 2022년 공정자산총액 5조 2260억 원을 기록하며 76개 대기업 중 74위에 올랐다. 금융권에서 OK금융그룹처럼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기업까지 성장한 사례는 없었다.


 실적 악화·매물 부족 등 이중고


OK금융은 한계점이던 대부업을 철수하고, 대기업집단 지정까지 힘입어 금융사 인수합병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금리 속 실적 부진과 건전성 악화, M&A 매물 부족 등 상황이 좋지 않다. 

우선 OK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의 부실화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상승과 미분양 증가 등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OK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은 9.07%로 지난해 같은 기간(3.64%)보다 5.43%p(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 PF 신용 공여액은 1조 310억 원에 달한다. 올 3분기 상위 5개사의 부동산 PF 신용 공여액이 2조 8307억 원인 것을 고려할 때 OK저축은행의 비중은 36.4%로 압도적이다. 

6월 말 기준으로도 1년 전보다 4.7%포인트 상승한 8.4%의 부동산 PF 연체율을 기록했다. 이는 SBI·OK·웰컴·페퍼·한국투자 등 자산 규모 상위 5대 저축은행의 연체율 평균치인 4%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OK캐피탈도 상황은 비슷하다. 6월 말 기준 연체채권 비율은 10.6%로 지난해 말보다 6.2%포인트 상승했다. 연체금액은 작년 말 1357억 원에서 2538억 원으로 늘었다.

국내 건설·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는 모양새로, 속도감 있는 외형 확대보다는 계열사 안정화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M&A 시장에 매물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OK금융의 최우선 타깃은 증권사지만 시장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유안타증권, SK증권 등은 규모가 맞지 않는다.

앞서 OK금융은 2015년 LIG투자증권, 2016년 리딩투자증권 등 증권사 인수를 몇 차례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2017년에도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곳에 관심을 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까지 갔으나, 당시 대부업 위주의 사업구조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대부업 철수를 마무리하며 사업 확대의 걸림돌을 걷어냈지만 M&A는 난항을 겪고 있다.


대부업·일본 꼬리표 지우기 


OK금융그룹의 소유지분도를 살펴보면 최윤 회장이 OK홀딩스대부(93.2%)와 J&K캐피탈(100%)을 보유하고 있고, 이 두 회사가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최 회장이 일본 A&O그룹을 인수할 당시 일본 법원이 A&O그룹의 인수 조건을 '일본 법인'으로 내세우면서 특수목적법인(SPC)인 J&K캐피탈을 세워 우회 인수했다. 이후 지금까지 J&K캐피탈이 OK금융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최 회장이 재일교포의 지분을 모두 사들이면서 J&K캐피탈의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됐지만, 여전히 OK금융은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다. 

이에 최윤 회장은 지난 2019년 10월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아프로서비스그룹이라는 회사 명을 오리지널 코리안(Original Korean)이라는 뜻을 담아 만든 'OK금융그룹'으로 변경했다.

'대부'가 들어간 산하 계열사들의 사명 변경에도 나섰다. 지난 11월 초 러시앤캐시로 알려진 아프로파이낸셜대부는 OK넥스트로, 지난 2018년 대부업에서 철수한 원캐싱은 OK네트웍스로 각각 이름을 바꿨다. 

OK금융 관계자는 "대부업 철수 이후 관련 법인들의 사업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중"이라며 "사명 변경을 시작으로 현재 영위하고 있는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군을 다각도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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