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응선 논설고문​
​강응선 논설고문​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 =강응선]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7개 시도교육청이 사용하지 못해 남긴 예산이 무려 7조 5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해 초중등교육 발전을 위해 시도교육청에 지급된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75조 76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얼추 10% 정도가 불용액(不用額)으로 남았다는 얘기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란 게 무엇인가. 50여 년 전인 1972년에 당시 초중고 입학생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교육환경이 너무 부실해지자 정부가 아예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초중고 교육 분야에만 쓰도록 법적으로 못을 박아버린 제도다. 그 결과 교육환경이 획기적으로 향상돼 우리나라가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진입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경제가 발전해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내국세 수입 또한 대폭 증가하고 그중 일정 비율이 자동적으로 지방재정교육 분야에 투자가 되곤 하니 우리의 교육수준이 대폭 향상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여전히 사교육의 팽창. 공교육의 수준 저하 같은 질적 문제가 해소돼지 않고 있으나 최소한도 양적인 개선과 발전을 가져온 것만은 분명하다. 교사 처우 개선과 학급당 학생 수의 대폭 감소, 냉난방 시설과 IT 기기의 전면적인 보급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이렇듯 한때 시대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던 지방재정교육교부금이 10여 년 전부터 ‘재정 과잉’의 문제를 야기해 근본적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막상 교부금 운영의 주체인 시도교육청은 문제를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다. 매년 내국세 수입의 20.79%를 자동으로 배정받다 보니까 결과적으로는 교부금이 너무 많이 지급돼 필요한 곳에 다 쓰고도 자금이 남아도는 게 큰 문제다. 2018년부터 매년 수조원대의 잉여자금이 발생해 지난 해까지 무려 21조 4000억원의 자금을 쌓아 놓고 있을 정도다.

왜 이런 현상이 야기됐을까. 답은 간단하다. 출생률의 급격한 감소로 학령(學齡)인구가 대폭 감소해 교부금을 사용할 곳이 줄어들어 그렇다. 2000년에 810만 명에 이르던 학령인구가 올해 531만 명으로 3분의 1 이상 감소했으니 그럴만하다. 이 추세로 10년 후가 되면 400만 명 이하로 줄어들 예측이고 보면 교부금제도의 구조적 개혁은 발등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8월에 발표된 감사원의 교부금 운용실태보고서를 보면 시도교육청이 그동안 교부금을 얼마나 방만하게 운용해 왔는지를 알 수 있다. 단적으로 지난 5년간 현금 복지 사업으로 3조 5000억원을 사용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교육청 공무원들에게 무상으로 노트북을 배포하는가 하면 학생들에게 입학지원, 회복지원 등의 명목으로 수백 억원의 현금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자금이 남으니까 별의별 명목으로 교부금을 낭비했다는 것이다.

시도교육청이 초중등 교육의 발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토록 국민 혈세를 낭비해도 되는 것인가. 똑같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재정은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해 그 빚이 갈수록 증가해 지금은 1128조원, 2032년에는 무려 19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같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재정교육교부금이 이렇게 흥청망청 사용돼도 되는 것인지 다시 묻고 싶다. ‘교육자치‘라는 이름 하에 선출된 교육감들이 국민 세금의 5분의 1 정도를 마음대로 운영하는 것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국민이 세금의 주인으로서 그 낭비구조를 하루빨리 뜯어고쳐야 한다. 국민 모두의 문제 인식과 각성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프로필>
▲ 서울상대 졸업
▲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 석사
▲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 박사
▲ 제 16회 행정고시
▲ 경제기획원  정책조정국 조정 4과장
▲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실장MBN 해설위원
▲ 시장경제연구원장
▲ 고려대 초빙교수
▲ 서울사이버대 부총장
▲ 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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