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대표 "마음속에 'ABC' 새겨 아시아 1등 도약"
비전 달성 위해 '글로벌·디지털·내부통제 강화' 제시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는 "우리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No.1 증권사'라는 비전(Vision)을 설정하고,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도전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투자증권)

이달 1일 임기를 시작한 김성환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반드시 '최고의 성과'로 '최고의 대우'를 받는 '최고의 인재들이 일하는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2019년부터 5년간 대표이사를 맡았던 정일문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김성환 부사장이 신임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한투증권은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 김 신임 대표가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하고, 차별화된 경영 전략을 통해 리테일 역량 확보 및 기업공개(IPO) 전통 강자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성환 신임 대표는 1969년생으로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1994년 교보생명보험에 입사해 LG투자증권을 거쳐 2004년 한국투자증권에 합류했다. 프로젝트금융(PF)·채권운용·기업금융(IB)·경영기획·리테일 등을 두루 총괄하며 금융투자업 전 부문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갖췄다는 평가다.

부동산 PF 1세대로, 2016년 IB그룹장을 역임해 한투증권의 IB 도약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전까지 한국투자증권의 IB그룹은 PF, 기업금융, 퇴직연금본부 등으로 흩어져 있었다. IB그룹장을 맡은 지 1년 만인 2017년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2019년부터 개인고객그룹장을 맡아 리테일과 자산관리 사업을 이끌었다.

김 대표는 '아시아 No.1 증권사'라는 비전 달성을 위해 ▲전사업부문의 글로벌화 ▲고객과 직원이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화 ▲선진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구축 및 영업지원 강화 등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증권업계가 지난해 주가조작 사태와 부동산 PF 등 각종 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던 만큼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위기관리와 수익 다각화, IB 조직 강화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3년 고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 악화라는 어려운 업황에도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특히 IPO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총 13곳의 상장을 도와 주관 순위 2위에 올랐다. 

김 신임 대표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해 글로벌 IB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취임에 앞서 IPO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IB그룹 1~4본부를 이끌던 본부장 중 IPO 담당인 최신호 IB1본부장만 남기고 나머지 수장을 모두 교체했다. 또한 기존 IB1본부 산하에 '빅딜'을 전담하는 IPO1담당을 신설했다. 

한투증권은 '정통 IB 강자'로 꼽히는 정일문 대표가 5년간 이끌었던 만큼 'IB 명가'의 이미지를 굳혔다. 다만, 리테일 부문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디지털 플랫폼 강화를 통해 고객 유입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투증권의 국내 주식 시장점유율은 지난 3분기 기준 8.13%다. 

그동안 한투증권은 플랫폼사와의 협약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업계에서 디지털 부문의 위협으로 평가되는 플랫폼사를 오히려 적극 활용한 것. 증권사 중 처음으로 토스와 퇴직연금 제휴를 맺고 토스뱅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서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개설 서비스를 제공을 시작했다. 

또 카카오뱅크·토스뱅크·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과 함께 토큰증권 인프라 '한국투자 ST 프렌즈'를 구축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내 IRP 계좌, CMA 계좌 등 한국투자증권 서비스를 선보여 수십만 계좌 개설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이에 고객이 적극적으로 체감하고 활용할 수 있는 효율적인 IT 체계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디지털본부는 기능별로 IT본부와 디지털혁신본부로 이원화했으며, 디지털혁신본부장으로는 김관식 상무를 임명했다.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의 보완·강화도 시급하다. 지난해 정일문 전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공정거래·기술탈취 의혹 등을 문제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됐다. 특히 내부 직원 횡령과 11월 금감원의 제재를 받은 '불건전 인수행위 위반', 랩·신탁 불법 운용 관행 등의 문제도 불거졌다. 이에 김 대표는 소극적인 리스크 관리에서 벗어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구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이슈도 지켜봐야 한다. 카카오뱅크 대주주의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하면서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이 대주주로 오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대주주인 카카오는 지난해 11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주가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카카오의 범죄 혐의가 인정될 경우 카카오뱅크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며, 부적격 판단이 내려지게 되면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10% 초과분을 모두 매각해야 한다. 

만약 지분 매각이 실현되면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의 경영권을 거머쥘 수 있다. 이 경우 한국금융지주 성격이 은행지주회사로 변경돼 기존 비은행지주보다 더욱 강화된 지분 규정을 적용받아 사업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한편 김성환 대표이사는 직원들에게 "마음속에 'ABC'를 새겨 아시아 최고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A란 더 높은 목표(Aim Higher)로 높은 이상과 목표는 변화와 혁신을 촉진, 조직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B는 최고의 전문가(Best Expert)로, '넘사벽'의 실력을 갖춰야 고객의 신뢰를 얻고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취지다. C는 창의성(Creative)으로,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것을 과감히 추진하는 직원 우대한다는 김 대표의 의지가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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