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5개 증권사 대상 부동산PF 기획검사 결과 발표
"부동산PF 사익 추구 다수 확인…엄정 제재할 것"

[뉴스포스트=이해리 기자] 증권사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한 임직원 일부가 업무상 얻은 정보를 활용해 많게는 수백억 원을 챙긴 사례가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부동산 PF 임직원의 사적 이익 추구 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고 보고 엄정 제재할 방침이다.

여의도 증권사 전경. (사진=뉴스포스트 DB)
여의도 증권사 전경. (사진=뉴스포스트 DB)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다올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가나다순) 등 5개 증권사에 대한 부동산 PF 기획 검사 결과, 임직원의 사익 추구와 증권사 내부통제 취약점 등이 다수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23일부터 12월 29일까지 이들 증권사에 대한 기획검사를 벌였다. 

부동산 PF는 초기 브릿지론(토지매입~인허가)과 본PF(착공~준공)로 구성된다. 브릿지론은 개발사업 초기에 토지매입잔금 등을 위해 대출을 받는 금액이며, 본PF는 인허가 등이 진행된 이후 착공 시점에 대출 받는 자금을 의미한다.

사업주체인 시행사는 본PF로 초기 브릿지론을 상환하며, 착공 이후에는 분양수입금이나 자산매각대금 등으로 본PF를 상환한다.

증권사는 시행사를 비롯한 시행사, 금융기관 대주단, 시공사, 신탁사 등 다수 관계자 사이에서 대출기관 주선, PF구조 자문 등을 주율하거나 직접 대출·채무보증도 취급하는 중간자적 역할을 수행한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이 과정에서 A증권의 한 임원은 토지 계약금 대출 취급과 브릿지론, 본PF 주선 등을 수행하면서 얻은 정보로 500억 원가량 부당 이득을 챙겼다. 이 임원은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법인을 통해 시행사 최대주주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수천만 원에 취득해 약 500억 원에 팔아넘겼다.

B증권 직원은 기존 PF 주선 과정에서 시행사가 사업 부지 인근에 추가로 부동산을 개발한다는 비공개 정보를 지득한 후 지인과 투자 조합을 결성했다. 이후 신규 사업 시행사에 약 10억 원을 투자해 2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C증권 임원은 사적 자금 대여 시 회수 가능성이 높은 점 등 직무상 정보를 지득해 본인 관련 법인을 통해 시행사에 700억 원을 사적으로 대여했다. 해당 임원은 수수료와 이자의 명목으로 40억 원을 수취했는데, 사적 대여 중 일부는 이자제한법상 최고 금리 한도인 연 20%를 위반하기도 했다.

D증권 임원은 업무 과정에서 부동산 PF 정보를 지득한 후 가족 법인을 통해 900억 원 상당의 부동산 11건을 취득·임대했다. 이 중 3건을 처분해 100억 원 상당의 매매 차익을 얻었다.

처분된 부동산 3건 중 1건은 매수인이 CB 발행을 통해 부동산 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는데, 문제의 임원 부하 직원들이 해당 CB 인수·주선 업무를 담당했다. D증권도 고유 자금으로 해당 CB를 일부 인수했다.

내부통제가 취약한 사례도 발견됐다. E증권 영업부는 PF 대출을 내줄 때 차주로 X사를 심사했으나 실제로는 X사의 관계 회사인 Y사와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영업부가 차주를 임의로 변경했음에도 심사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또 F증권은 자산 관리 중인 유동화 특수목적법인(SPC)의 자금이 부족해지자 다른 사업장의 SPC에서 자금을 임의로 차입해 채무보증 이행 의무를 회피했다.

G증권 영업부는 부동산 개발 시행사가 최초 승인받은 자금 사용 계획에 비해 자산관리(PM) 용역비를 4배 지출했는데도 자금 지출 용도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주간사로서 부동산 PF 자문과 대출을 총괄한 H증권은 브릿지론 대주인 Z사가 본PF 때 별도 주선을 하지 않았음에도 Z사에 주선 수수료를 지급했다. 브릿지론 대주에게 부당한 본PF 주선 수수료를 준 것이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위규 사항에 대해 수사기관 통보 등 단호히 대응할 계획"이라며 "취약 요인이 있거나 통제 조직의 독립성이 미흡할 경우 이사회·감사위원회와 직접 소통해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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