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

 

최근 미국 블룸버그 통신사의 아시아 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이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페섹은 이 칼럼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허니문은 끝났다.”며 국정운영 방안을 새롭게 재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포스트>에서는 윌리엄 페섹의 칼럼을 통해 그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취임 100여일을 넘어선 이명박 정부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집권하자마자 영어몰입식 교육을 시작으로 ‘강부자’, ‘고소영’ 내각 등 국민들의 의사를 거스르는 국정운영을 전개해 나갔다. 국민들은 기업인 시절 불도저 리더십을 보였던 이 대통령이 침체된 국가경제를 살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이마저 무너졌다.

 

잇단 유가상승과 물가상승은 서민경제의 숨통을 조이고 있으나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민심 이반의 원인이다. 여기에 미국 쇠고기 협상은 국민들의 분노를 촛불집회라는 행동으로 옮기게 한 촉매제가 되고 말았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시위 현장에는 수천에서 수만 명의 남녀노소가 모여 이명박 정부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하고 있다. 한 달 넘게 계속된 촛불집회 과정에서 공권력의 과잉진압은 국민들을 더욱 성나게 했다.

 

이런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즈음해 외국의 유명 칼럼니스트가 이 대통령에 대한 칼럼을 써 화제를 모았다.

 

미국 경제 전문 통신사 블룸버그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지난 5월 30일 칼럼에서 “미국 부시 대통령과 ‘CEO형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의 유사점을 꼽으며, 이대통령이 CEO로서 쌓았던 국제적 명예를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윌리엄 페섹은 또한 “국가 운영을 자신이 운영했던 기업체와 비슷하게 여긴다면 끔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다음은 윌리엄 페섹의 칼럼 중 주요 내용을 번역한 글이다.


“CEO 출신 대통령, 국제무대에서 빛을 잃다”

 

                           “태국 탁신 전 총리 등 실패 거울삼아야”

                            “국가를 일개 기업 운영하듯 하면 실패”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을 성공한 사업가라며 많은 사람들이 찬사라고 여길 수도 있는 인사를 건넸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의 새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에서 "CEO 출신인 이 대통령은 무역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지난 2003년 중단됐던 미국의 쇠고기 수입을 재개하기로 결정해준 것에 대해 이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이러한 결정은 현대그룹 최고경영자 출신인 이 대통령이 지난 2월 취임식을 갖기 전부터 추진해온 것이다. 하지만 5000만 명의 한국 국민들 중 많은 사람들이 이 대통령의 결정에 반대했다.

 

시민들은 정부의 결정에 반발했고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촛불 시위를 벌였다. 이 대통령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장관 고시를 연기하고, 전국에 방영된 TV로 대국민사과를 해야만 했다.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추락하고 말았다.

 

이 대통령은 자신을 CEO 스타일의 지도자라 주장하며 대통령에 당선됐다. 부시는 지난 2001년 미국 최초의 'MBA 대통령'으로 취임해 단호한 추진력을 갖춘 정책결정자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부시의 팀은 딕 체니와 도널드 럼스펠드 등 <포천>이 선정한 500대 최고경영자들로 구성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다른 나라에도 CEO형 대통령이 있었다.

 

지난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태국의 총리를 지낸 탁신 시나와트라는 자신이 경영했던 통신회사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태국을 경영하려고 했다. 자수성가한 억만장자 언론재벌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일반화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이런 지도자들은 대체로 국민들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정책을 결정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중 일부는 기업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지도자가 된 후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을 위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도 받았다.

 

그들은 민주주의 국가를 운영하는 것과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다행히 이 대통령은 임기 초반이기 때문에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국가 운영 스타일을 반성하고 재고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

 

한 투자 전문가는 "이 대통령에게 시간을 주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국정 운영에 대한 계획을 수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4위 경제대국인 한국은 기업의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상명하달식의 문화가 강한 한국은 여전히 창업자 가문의 재벌체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강한 일본과 저비용의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국가적 계획을 추진하는데 실패했다.  서울시장을 역임한 이 대통령은 자신을 정반대의 이상적인 지도자로 내세웠다. 한국을 다시 활기찬 나라로 만들 수 있는 강력하며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지도자가 바로 자신이란 얘기였다.

 

요즘 한국의 공무원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들 사이에 불만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대통령은 정부조직 규모를 줄이길 원하는데, 이는 관료들에게 권력은 물론 자리까지 희생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대통령이 원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을 때처럼 국가를 잘 경영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현대그룹에서 30여 년 재직하는 동안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별명은 한국의 대기업이 추진한 목표들에서 일궈낸 성공 경험을 반영한다. 그의 지지자들은 현대를 경영했던 경험으로 한국경제를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정 운영을 기업처럼 경영한다는 것은 형편없는 발상이다.

 

대우, 현대, LG 그리고 삼성 등의 재벌들은 한국이 전쟁의 폐허를 딛고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 데 많은 부분 기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재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성장하게 됐는지 알아야 한다.

 

전쟁 이후 한국정부는 몇몇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어 은행들이 이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도록 했다. 그 결과 한국의 경제는 급속한 성장이 이뤄졌고, 많은 사람들은 그 시대에 향수를 갖고 있다. 하지만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와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을 계기로 그런 성장 모델은 끝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재계에서는 여전히 이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경제와 위상을 충분히 끌어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허니문 기간은 끝났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 이유로 자신의 CEO 성향을 탓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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