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촛불집회와 고발 정신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촛불이 하나 둘씩 켜지더니 이제는 수만 명이 참여하는 ‘대국민 촛불 문화제’로 거듭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여대생 군홧발 폭행사건’과 ‘물대포 과잉진압’ 등으로 민심을 들끓게 했지만 현재는 진압수위를 낮추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과잉 진압 현장의 모습이 여론의 질타를 받은 때문. 또 미국 쇠고기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네티즌들은 보수신문 구독 중단과 함께 광고 업체의 홈페이지에 광고 중단을 요청해 홈피가 마비될 정도다. 이에 업체들은 난감해 하는 한편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 <뉴스포스트>는 최근 달라진 촛불집회의 성격과  이로 인해 파급 효과에 대해 취재했다.


 

과잉진압시위에서 축제분위기로 전환

촛불집회가 절정에 달하고 있다. 지난 5일부터 3일 동안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집회’가 벌어졌고, 6.10 민주화항쟁 21돌을 맞은 10일에는 ‘100만 촛불대행진’이 이어지면서 촛불시위는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있었던 경찰과 시위자들 간의 팽팽한 몸싸움은 점차 사라지고 촛불시위 현장은 점차 축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여기에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고발 정신이 한몫 했다. 여대생 군홧발 폭행과 물대포 과잉진압 때 시위에 참가했던 시민들은 현장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이들은 과잉진압으로 고꾸라지는 시민의 모습, 경찰에 의해 시민의 바지가 벗겨지는 장면, 사각방패에 가격당하는 시민들의 참상을 철저히 잡아냈다. 뿐만 아니다.

 

 물대포로 인해 피멍이 드는가 하면 시력이 저하되고 이가 부러지는 불상사를 겪는 시민들의 모습도 포착했다. 촛불집회 현장에서 시민들은 캠코더와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휴대전화 등을 들고 ‘현장 기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방송사들도 네티즌들의 UCC나 인터넷 매체의 동영상에 의존하고 있다. 언론에서 놓친 장면들을 앞다퉈 보도하며 성난 민심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군홧발 폭행 등 국민 분노에 경찰 자세 낮춰

                                   기업·언론·방송 등 촛불시위 불똥 튈까 몸조심

 

 

과잉진압 장면을 접한 국민들은 울분을 토했다. 한 네티즌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 때로 돌아간 것 같다.”며 “과연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일이 맞는가”라며 격분을 감추지 못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촛불집회를 인터넷 생중계로만 보고 있다가 물대포 동영상을 보고 참을 수가 없어 거리로 나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과잉진압을 놓고 어청수 경찰청장의 “무저항 비폭력 시민이 아니라 폭력 시민이었다. 경찰의 진압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발언을 놓고 들끓는 민심은 현재까지도 경찰청장 퇴진을 부르짖고 있다.

 

이에 군홧발 폭행 의경 등 관련자만 처벌하면 무마될 줄 알았던 경찰은 “경찰청장이 결과에 책임을 져야한다. 어떻게 자기 부하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 있느냐, 그 상경도 정권이 시켜서 한 희생양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전전긍긍해 하고 있다.

 

경찰은 국민을 더 이상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과잉진압을 자제하고 있다. 시위자들도 “군홧발 의경의 죄는 밉지만 그들도 상부의 지시를 받는 일개 군인에 불과하다.”며 시위를 진압하는 의경들에게 간식과 담배 등을 전하며 ‘힘내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보수 언론, 광고중단 사태에 전전긍긍

한편 미국산 쇠고기수입 반대 움직임에 유감을 표명하는 보수언론에 대한 네티즌들의 광고 중단 요청으로 기업 홈페이지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보수언론들이 미국산 쇠고기 사태 이후 학생 시위 참여자들과 시위를 지휘하는 단체에 ‘배후설’, ‘반정부 폭력시위’라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기 때문.

이에 네티즌들은 보수 언론에 광고를 하는 업체들의 명단과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광고 중단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광고 중단 요청 전화는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대기업에서부터 증권사, 제약회사 등 해당신문에 광고를 내는 모든 기업이 네티즌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들은 해당기업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리거나 본사로 전화를 걸어 “왜곡된 정보를 전하는 신문사에 광고는 바람직하지 않다. 광고를 중단하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광고 중단을 종용하고 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일부 기업들은 속속 공지사항을 띄우며 광고를 중단하겠다는 안내글을 올리기도 했다.

 

일례로 치킨업체 B사는 "쇠고기 수입 문제에 따른 특정 신문광고에 대한 고객들의 우려와 질책에 감사하다."며 "고객의 의견을 받아들여 광고를 즉시 중단하겠다."고 공지 글을 올렸다. 스포츠용품 업체인 L사 역시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워 "아직도 애정이 담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회사 영업에 다소 지장이 초래되더라도 국민정서를 고려하여 지적하신 언론매체 광고는 자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광고를 철회한 기업에 대해서는 네티즌들이 사후 관리를 하고 있다. 해당 기업 홈페이지에 칭찬의 글을 올리고 전화를 하기도 한다. 기업의 상품을 사주자는 글을 올리기도 한다. 광고 자제를 결정한 스포츠 용품 제작사 L사에는 '아고라(포털사이트 다음의 이슈토론방) 신발'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광고 중단 요구뿐만 아니라 해당신문에 대한 절독운동도 진행 중이다. 해당신문 폐간 운동을 벌이는 카페에서는 신문 쉽게 끊는 법등을 공유하며 절독운동을 진행 중이다. 각종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도 해당신문을 끊었다는 글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쇠고기 촛불집회와 관련해 '맨홀 뚜껑 도둑'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개그우먼 정선희 씨는 네티즌들의 맹비난을 받았고 해당 방송사는 견디다 못해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이는 촛불집회를 독려하는 네티즌들의 파워가 확인된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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