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 정소현 기자]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010년 사장 취임 이후 승승장구하던 행보에 적신호가 켜져서다. 상반기에 ‘어닝서프라이즈’ 수준의 놀라운 실적을 냈던 호텔신라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제출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8월 당시 5만원을 넘어서던 주가도 12월 현재 4만5,000원선에 걸쳐있을 정도로 뚝 떨어진 상태다. 얼마 전 있었던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호텔신라가 가장 적은 승진자를 배출한 것도 이같은 부진이 반영된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 이부진 사장 역시 승진자에서 제외됐다. 업계에선 최근 이부진 사장의 ‘공격적인 영토확장’ 행보가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한동안 면세점 키우기에 몰두해온 이부진 사장이 최근에는 호텔 덩치 키우기로 방향을 틀었다. 내년 1월부터 장충동 호텔신라의 전체 리노베이션을 실시하는가 하면, 마포에 비즈니스호텔을 건립하며 공격적인 영토확장에 나선 것이다.

경영능력 시험대

이 사장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호텔신라가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호텔신라 주가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9월 5만9,800원을 치솟으며 250일 최고가를 기록했던 주가는 지난달 26일 장중 4만3,600원으로 떨어지면서 최저가를 기록했다. 12월 13일 현재 4만6,800원을 기록하며 소폭 상승한 상태지만, 최고가를 기록했던 지난 9월과 비교하면 주가 그래프는 여전히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실적 또한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호텔신라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3.4%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349억원으로 5.9% 증가하는 데 그쳤다. 꾸준히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호텔신라 실적과 주가에는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양상이다.

최근 삼성그룹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호텔신라 승진자가 가장 적었던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호텔신라는 삼성그룹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전무 1명과 상무 1명을 배출했다.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가운데 승진자 수가 가장 적다.

이부진 사장 역시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조금 더 경영 수업을 받을 필요가 있다”는 이 회장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호텔신라의 최근 부진이 면세점 간 경쟁 심화와 환율 하락, 내년 상반기 호텔 리모델링 등의 악재가 겹쳤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제는 무엇보다 밸류에이션 문제로 봐야 한다”면서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급속한 성장을 한 데 대해 조정을 겪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기에 내몰린 이 사장이 빼든 카드는 ‘호텔사업 올인’이다. 면세점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상대적으로 작아진 호텔업을 본격적으로 키운다는 구상인 것이다. 실제 이 사장이 취임한 2010년 말 호텔신라의 면세점과 호텔업 비중은 각각 83.6%, 13.9%였다. 올 상반기 이 비중은 각각 86.9%, 11.4%로 변했다.

호텔업을 키우기 위해 내놓은 패는 두 가지. 20년 만의 새로운 지역 진출과 ‘비즈니스호텔’로의 영역확대다.

일단 이 사장은 호텔신라의 핵심인 장충동 호텔에 대해 전면 리노베이션 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부분에 국한된 리노베이션이 아니라 ‘전면 리노베이션’이다. 내년 1월부터 상반기 내내 아예 영업을 중단하고 전체를 싹 뜯어고친다. 이 같은 상황은 전례가 없었다.

증권가에선 리노베이션 등 투자에 따라 호텔 매출이 전년 대비 25%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호텔업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이 사장의 서늘한 각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호텔신라는 2016년 해운대관광리조트 안에 ‘호텔신라 부산’을 오픈한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1990년 호텔신라 제주를 오픈한 이후 26년 만이다.

‘비즈니스호텔’ 오픈에 대한 계획도 세워졌다. 비즈니스호텔이란 식음료와 부대시설을 최소화해 객실위주로 영업하는 호텔로, 특급호텔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묵을 수 있다. 당초 비즈니스호텔 건립이 특급호텔인 호텔신라 명성에 다소 걸맞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 사장은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영역확대를 결정했다.

현재 호텔신라는 ‘신라스테이’라는 브랜드명을 짓고, 서울 마포를 비롯해 역삼동·구로·경기도 화성 등에 비즈니스호텔 건립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장은 향후 비즈니스호텔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는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면세점 사업에서 합격점을 받은 이 사장이 호텔업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얻어내면 일단 경영능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공격적인 영토확장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승부수’가 통할지, 업계 초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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