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 방만 경영 실태

최근 감사원의 감사에서 공기업인 수출입은행의 방만한 경영과 업무 태만이 적발됐다. 특히 수출입 은행은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대기업에 유리하게 지원해주는 등 원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대출승인을 위한 현장 조사를 소홀히 해 지원 대상이 아닌 업체에 대출을 해줬는가 하면 중복 지원을 해 대출 한도를 초과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기업들의 방만한 경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새 정부 들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허탈감은 극에 달했다.”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감사원의 지적 사항과 사례들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의 수출입 은행 감사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우리 경제의 무역 의존도가 계속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입은행이 민간은행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분야에 참여하여 외형과 조직을 확장하는데 주력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출입 은행은 중소기업과 신규업체의 발굴 지원에 소극적이고 대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에 치중하는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총 10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수출입은행에 통보했다. 특히 관련자에 대해서는 주의와 문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지적 사항으로는 중소기업의 수출 지원을 위해 도입한 포괄 수출금융제도의 활용도이다.
수출입은행은 민간 산업은행과 지나친 경쟁을 통하여 외형을 확장하거나 이로 인해 중소기업에 돌아갈 혜택이 대기업 위주로 집행된 것이다.


1995년 8월 중소기업 수출지원을 위해 도입한 ‘포괄수출금융제도’에 대해 외형 확장을 위해 대기업으로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이런 다음 대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중소기업보다 이자율을 더 차감하여 주는 등 실적 관리와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대기업 위주로 영업을 해 왔다. 이런 결과 포괄 수출금융의 지원 실적은 2001년 8,945억원에서 2007년에는 4조 4,510억원으로 외형상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본래 취지인 중소기업 지원비중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원래 취지인 중소기업의 지원은 줄어들고 대신 대기업 위주로 영업을 하다 보니 많은 혜택이 대기업에 돌아갔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장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수출금융지원 확대를 위해 대기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업무태만 심각


수출입 은행 직원들의 업무 태만도 적발됐다. 이번에 적발된 A씨(2002년~2006년 대출심사 업무담당)는 서울 성북구에 있는 B사(귀금속 장신용품 도매)로 부터 귀금속 장신용품을 생산하여 수출하기 위해 대출 신청을 받았다.

 

 

중소기업 지원은 축소, 대기업에만 혜택
대출한도 1천억원 초과한 업체도 있어

 

 

이에 A씨는 대출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B사를 방문하게 된다. 하지만 현장조사 과정에서 B사는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했다. 더구나 B사의 2003년 제조원가 명세서에는 외주가공비가 1억 9천여 만 원으로 매출액 879억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결구 B사는 외주가공을 사실상 하고 있지 않은 것이었다. 또한  B사는 원재료로 사용하는 지금(다듬어서 상품화하지 않은 황금)도 귀금속 장신용품 제조에 사용하지 않고 거의 대부분을 지금상태로 도매업체에 판매하고 있었던 것.


B사가 신청한 포괄수출금융 대출은 향후 수출 및 공급계획이 분명하고 과거의 수출실적을 기준으로 향후 수출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자재 구입 등에 소요되는 자금을 지원토록 되어 있다. 결국 B사는 자격이 충분치 않았고 의심스런 부분이 상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A씨는 B사의 제조원가명세서나 외주가공업체와의 거래 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 B사가 허위의 수출실적을 제시하자 A씨는 보고서에 “생산 시설은 없지만 외주 가공을 통해 귀금속 장신용품을 생산 수출할 것”이라고 적시한다.


결국 A씨는 “B사는 2003년 매출이 879억원이고 그 중 83%가 귀금속 장식용품이며 이중 약 22%를 수출하는 업체”라고 판단하고 대출이 가능한 대출승인 품의안을 작성하게 된다.
수출입은행이 B사에 대출해준 금액은 약 260만 달러에 달한다. B사는 대출을 받은 후 6개월여 만에 부도처리 돼 약 25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동일한 업체에 수출자금과 수입자금을 각각 지원해 대출한도를 초과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수출입 은행은 국외로부터 부품 또는 원자재를 수입하여 수출 물품을 제조하는 업체에 수출실적을 근거로 포괄 수출금융을 지원했다. 그런데 또다시 수입 실적을 근거로 해서 수입자금을 지원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C사의 경우 포괄수출금융으로 465억원을 대출받고 또다시 원자재 수입자금으로 1000억 원을 대출받았다. 이렇게 중복 대출을 받은 업체는 33개 업체에 총 6,116억원에 이른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 같은 중복 대출로 인해 최대 지원 한도를 무려 1천억 원을 초과하는 업체도 있었다. 이는 부서간 업무협조가 제대로 안된 탓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수출입 은행의 업무 태만과 방만 경영에 대해 시민단체와 국민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등포에 사는 권 모(45, 자영업)씨는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기업에서 제대로 업무 처리를 하지 않는 것은 피 같은 국민들의 세금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당장 관련자들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도 “방만한 경영과 업무태만의 교범을 보는 것 같다. 국민의 세금으로 억대 연봉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국민의 세금을 함부로 쓰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지적사항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해당 부서 직원들이 관련업체들과의 결탁이 있었는지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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