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새정치 구상

제도권 정치 안착한 안철수, 신당 창당설 ‘솔솔’
정의당 탈당 강동원, 안철수 신당 합류 가능성 언급 
제1야당 민주당 대체하는 새로운 신당 창당 구상 중

[뉴스포스트=허주렬 기자]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4월 재·보궐선거를 통해 무난하게 제도권 정치에 안착했다. 유력한 대선주자급 인사인 안 의원의 국회 입성에 정치권에서는 그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진보정의당 강동원 의원이 2일 당을 탈당하며 “안철수 신당이 만들어질 경우 그 쪽으로 합류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는 사실상 안철수발 정계개편 신호탄이 올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강 의원의 지역구가 전북 남원 순창이라는 점에서 “호남발 정계개편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호창 의원과의 환담을 위해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무소속 국회의원 안철수가 처음으로 내보인 정치는 이른바 ‘인사 정치’로 요약된다. 안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에 입성한 후 5월의 시작과 함께 민주당·새누리당 지도부를 잇따라 만나며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했다.

▶첫 접촉, 새누리 아닌 민주당

우선 지난 1일에는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연대의 대상이었던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박기춘 원내대표, 강창희 국회의장,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을 차례로 만났다. 이어 2일에는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이철우 원내수석부대표·신의진 원내대변인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

이 같은 ‘인사 정치’는 안 의원 측이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진다. 눈에 띄는 대목은 통상 무소속의 새내기 정치인이 국회에 입성했을 경우 국회의장이나 가장 많은 의석수를 가진 집권 여당 지도부를 먼저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안 의원은 여당 지도부는 끝으로 미루고 야당 지도부를 먼저 찾았다는 것이다.

이는 안 의원의 정치적 지향점이 새누리당 보다는 민주당 등 야권과 가깝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 의원이 인사 정치로 본격적인 정치행보를 시작한 사이 그의 주변에서는 ‘안철수 신당 창당’ 등 구체적 행보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안 의원의 핵심 측근인 무소속 송호창 의원은 지난달 30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10월 재보선이 ‘안철수 신당 창당’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진행자의 전망에 대해 “앞으로 그런 문제들을 포함해 정치권의 혁신이 필요한 문제들을 하나씩 의논해 나갈 생각”이라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또한 송 의원은 “신당 창당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일정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안 의원이 국회에 들어오면서 정치권에 큰 변화가 예상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만큼 많이 변해야 한다는 정치권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 두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있는 상황에서 당을 만든다는 게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다른 정당이 있는 상황에서 풀어야 하기 때문에 정당을 만든다든지, 정치개혁의 구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쉽게 얘기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안철수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을 예방, 이한구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동원 탈당, 정계개편의 서막?

이런 상황에서 2일 진보정의당 강동원 의원은 탈당을 선언했다. 강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그동안 몸담았던 진보정의당을 떠난다”며 탈당을 공식선언했다.

그는 “(지역구민들은)사람 보고 뽑았지 당을 보고 뽑은 것이 아니니 당을 탈당하라고 했다. 개인적으로 조언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집단적으로 강권하고 있다”며 “이런 지역민심에 동의한다. 또 이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도 없다”고 탈당의 이유를 설명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한  강 의원의 지역구가 전남 남원 순창지역이란 점에서 그가 안철수 신당에 합류할 경우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제1야당 민주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강 의원도 안철수 신당 입당 가능성에 대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밟으면 안철수 신당 입당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강 의원은 “그분(안 의원)을 국회에서 처음 봤다. 공교롭게도 같은 라인의 옆옆 자리라 수인사한 게 전부다. 사전에 만날 처지가 아니었다. 송호창 의원과도 일절 안 만났다”고 안 의원 측과의 사전접촉설은 부인했다.

당분간 강 의원은 무소속으로 활동하며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합류 등을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정의당 강동원 의원이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진보정의당을 탈당 당분간 무소속으로 의회활동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안철수 신당 창당을 가정한 합류 가능성에 대해서도 “하나의 가능성이 있다”고 가능성을 언급했다.
▶안철수 신당의 지향점

그렇다면 안 의원이 구상하는 신당은 어떤 모습일까.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당의 모습은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중간지대에서 이들과 공존하는 ‘제 3지대 정당’ 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역할을 대체하는 ‘민주당 대체 야당’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대해 안 의원 측 관계자도 “안 의원의 신당 구상은 두 가지 방향으로 요약된 상태”라며 “제 3의 정당으로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 지점을 공략하는 정당과 기존 민주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제1야당 건설안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이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파괴력이 확인된다면 지방선거 이후에는 기존 야권 정당에서의 줄이탈 가능성도 점쳐진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도 안 의원이 조만간 신당 창당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김 의원은 2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안철수 의원이 10월 재보선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인 힘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차기 대선까지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이나 지도력이 가라앉고 말 것이기 때문에 상당히 빠른 시일 내에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누리당도 침체된 분위기를 보여 왔고, 민주당도 국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못받고 있는 상태에서 안철수 신당이 들어옴으로써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며 “결국 정치권에 상당한 활력을 주고 또 여야에 서로 영향을 미쳐 그것이 정치 개혁이라든가, 또는 정치 발전에 상당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이나 민주당 의원들이 안철수 신당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해선 “그렇게 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며 “우리 정치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형태의 임팩트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불안감

반면 안철수 신당의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민주당의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2일 서울 당산동 한 식당에서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안 의원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선 때) 문재인을 지지하는 순간 공동운명체가 됐다. 그게 숙명이다. 그것을 벗어나면 상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에 민주당 의원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에 대해선 “민주당의 이탈은 없을 것이다. 우리 당 의원들이 신당으로 간다고 해서 안 의원이 그걸 덥석 받는 것도 죽을 꾀”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새 정치에 가장 반하는 ‘의원 빼가기’ 하는 사람으로 안 의원이 낙인찍히는 순간 50점 감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진보정의당을 탈당한 강동원 의원의 안철수 신당 합류 가능성은 높게 전망했다. 그는 “강 의원은 (진보정의당)그 당에 있어서는 다음 (선거에)나오면 (당선)안 된다는 걸 다 안다. 우리 당에도 이강래 전 의원이 있기 때문에 들어올 수 없다”며 안철수 신당 입당 가능성을 점쳤다.

한편 여론은 안철수 신당 창당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가 지난달 25일 전국 유권자 1,07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4.7%가 ‘안철수 의원이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답했다. ‘민주당 등 야권연대’ 응답은 26.6%에 그쳤고, ‘모른다’는 답은 28.7%였다. (조사방식 - 일반전화 RDD 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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