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 찾아오는 불청객 ‘장마’, 일조량 감소로 우울증 유발
신체리듬 되찾는 것이 중요… 증상 계속되면 꼭 전문가 찾아야

[뉴스포스트=권정두 기자] 어김없이 장마철이 찾아왔다. 홍수와 산사태, 인명피해 등은 물론 높은 습도로 생활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장마는 불청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장마철은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우울증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철에 괜히 기분이 가라앉고, 자살도 증가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장마 우울증’으로 불리는 이 우울증은 짧은 기간일지라도 반드시 적절한 대처가 필요하다.

지긋지긋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장마는 국지성 집중호우로 곳에 따라 수백mm의 비가 쏟아지면서 막심한 피해를 남기고 있다.

매년 찾아오는 장마철마다 늘어나는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산이나 우비, 장화처럼 비와 관련된 용품들의 판매량은 물론이고, 미끄러운 도로로 인한 교통사고, 높은 습도로 인한 꿉꿉함과 불쾌지수 등 많은 것이 늘어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급증하는 것은 바로 우울증과 자살이다.

장마가 한창이던 강원도 지역에서는 나흘사이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 8일 원주에서는 우울증 치료를 받던 A씨(여·24)가 병원 옥상에서 투신해 숨졌으며, 11일에는 춘천의 한 아파트 15층에서 40대 남성 B씨가 투신자살했다. 이 남성 역시 6년 전 이혼한 뒤 우울증을 앓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에는 춘천의 한 가정집에서 C씨(여·50)와 딸(12)이 연탄불을 피우고 숨진 채 발견됐다. C씨는 하루 전 남편과 이혼에 합의했으며, 우울증으로 인해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장마철에 우울증과 자살이 증가하는 것은 통계를 통해서도 일정부분 확인이 가능하다. 2000년부터 2011년까지 월별 자살자수 통계를 살펴보면, 장마철이 있는 6~7월의 자살자수는 열두 달 중 3번째로 많다.

또한 취업전문포털 사이트 커리어(www.career.co.kr)가 20·30대 대학생과 직장인 1,085명을 대상으로 ‘장마 우울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의 68%가 장마우울증을 겪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10명 중 7명이 장마철에 우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마와 우울증 및 자살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 연결고리는 바로 일조량에 있다. 장마철에는 며칠씩 연달아 내리는 비 때문에 해를 제대로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자연히 일조량이 줄어들게 된다.

일조량이 줄어들면 우리 몸에서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멜라토닌이란 신경호르몬의 분비가 늘어나게 된다. 때문에 식욕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왕성해지고, 무기력증을 겪는 경우가 많아진다. 또한 심할 경우 우울증과 자살로도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계절성 우울증’은 특히 여성과 노인이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일조량이 줄어드는 가을·겨울철을 일컫지만, 장마철에도 이런 증상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문제는 이러한 일시적인 우울증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장마가 끝난 뒤에도 우울증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장마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깨진 신체리듬의 균형을 다시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섭취와 운동이 필수다. 운동은 비로 인해 외부 활동이 여의치 않으므로 과격하지 않고 재미도 느낄 수 있는 실내운동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치솟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마시거나 잠만 자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러한 행동은 오히려 신체리듬을 더 망가뜨리고, 스트레스를 높여 악영향만 끼칠 뿐이다.

독서나 영화감상 등 평소 갖고 있던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좋다. 또한, 일부로라도 외출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이 장마 우울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울증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될 때는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또한 서울시가 운영하고 있는 정신건강브랜드 ‘블루터치’ 홈페이지(www.blutouch.net)에서도 우울증 자가 검진 등 다양한 정보와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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