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권정두 기자] 심각한 안전불감증이 또 다시 사고를 불러왔다. 진짜 해병대보다 더 위험한 ‘체험’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안전장치는 없었고, 주위의 경고는 묵살됐다. 결국 꽃도 피워보지 못한 5명의 10대 청소년이 실종됐고, 이중 2명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공주사대부고 2학년 학생 198명은 지난 1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이곳에서 해병대 캠프에 참가하고 있었다. 실제 해병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무늬만 해병대’인 캠프였다.

사고는 지난 18일 오후 5시쯤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 해수욕장에서 발생했다. 바다에서 보트를 타는 훈련을 하던 도중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던 학생들이 거센 물살과 파도에 휩쓸린 것이다. 일부학생들은 현장에 있던 교관들에게 구조됐지만, 5명의 학생들은 그대로 실종됐다.

이날 오후 5시 35분쯤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현재까지 잠수요원 등 수색인력과 경비정, 항공기 등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고 이튿날인 19일 두 학생이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안타까운 사고 발생 소식이 전해지자 심각한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관리기관이 불러온 ‘인재’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해당 해병대 캠프 소속 교관들의 자격이 문제가 됐다. 해경에 따르면 교관 32명 중 인명구조사 자격증 소지자 5명, 1급 수상레저 자격면허 소지자 5명, 2급 수상레저 자격면허 소지자 3명 등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교관은 1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교관 중에는 ‘알바생’까지 포함돼 있었으며, 수영을 전혀 못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유족들의 분노를 샀다.

허술한 안전관리와 늑장신고도 사고를 키웠다. 구명조끼는 해양사고 발생 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특히 대부분 수영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학생들을 상대로 이러한 훈련을 진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 자칫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당시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전혀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고 발생 직후 해경에 곧장 신고하지 않고, 자체적인 수색과 구조에 나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해병대 캠프 측의 신고가 사고 발생 후 적어도 30분이 흐른 뒤에야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1분 1초가 생사를 가르는 해양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이한 대처로 구조 가능성마저 없애버리고만 것이다.

게다가 해당 지역은 물살이 빠르고 수심이 깊으며, 갯벌로 인한 웅덩이가 있어 인근 주민들조차 조심하는 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애초부터 수영 자체가 금지돼 있었다. 또한 위험한 해병대 캠프 활동에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끊이지 않았으며, 이날도 경고 방송을 한 바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의 허술한 관리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수영이 금지된 위험한 지역에서 구명조끼도 착용하지 않은 채 2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관리 감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는 안전불감증의 총체적 난국을 여실히 드러냈다. 꼭 이번이 아니었어도 과거나 미래에 반드시 일어났을 ‘예견된 인재’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사고의 후폭풍은 적지 않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해경은 김석균 청장이 직접 사고 현장에 방문하고, 실종자가 먼 바다로 떠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안면대교 아래에 그물을 설치하는 등 수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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