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권정두 기자] 여수에서 마라도까지 망망대해를 구명환 하나만 붙잡고 표류한 선원이 큰 상처 없이 구조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해경이 기적 같은 표류기의 주인공인 김모(40·선원) 씨의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것은 지난 28일 오전 3시 20분쯤이다. 김씨는 전남 여수시 삼산면 백도 남동쪽 30.9km 해상에 정박 중이던 어선에서 실종됐다.

그런데 김씨는 놀랍게도 이날 오전 11시 50분쯤 일본 대마도 서쪽 17.6km 해상에서 한 일본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실종 지점으로부터 동쪽으로 무려 100km 이상이 떨어진 곳이다. 구조 당시 김씨는 지름이 80cm에 불과한 구명환 하나에 의지한 상태였으며, 건강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어선으로부터 김씨를 인계받은 일본해상보안청은 이러한 사실을 우리 해경 측에 통보했고, 부산 해경은 이날 오후 7시 55분쯤 3000t급 경비함을 보내 김씨의 신병을 넘겨받았다. 기적처럼 구조된 김씨는 29일 새벽 1시쯤 가족의 품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김씨처럼 바다에서 실종된 뒤 100km 이상을 표류하다 구조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특히 김씨가 실종된 시각이 캄캄한 새벽이었고, 의지할 것이라고는 자그마한 구명환 한 개가 전부였다는 점에서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김씨가 이처럼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던 데는 표류 해역의 기상과 해상 상태가 한 몫 했다. 당시 해당 해역은 바람이 적게 불고 잔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운 날씨와 김씨의 건강한 몸도 김씨를 기적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9시간 가까이 바다에 빠져있으면 아무리 구명환이 있더라도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만일 겨울이었다면 1시간을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김씨는 비교적 높은 여름바다의 수온과 자신의 건강한 몸 덕분에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한편, 사고 해역 관할인 여수해양경찰서는 29일 오후 김씨가 바다에 빠지게 된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