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진에 흔들리는 삼성전자

외국계 증권사 잇달아 적자 예상해 충격
이윤우부회장 등 경영진, 대책 없어 고민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4분기에 영업적자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다면 2000년 분기별 실적 공표 후 처음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외국계 증권사가 먼저 제기한 삼성전자의 적자 가능성에 국내외 증권사도 속속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D램 가격 하락과 재고 증가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전자 경영진 스스로 이같은 상황을 알고 있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데에 고민이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곧 국가 경제 위기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결코 적지 않다. <뉴스포스트>는 삼성전자 위기의 현주소를 진단해본다.

 


삼성전자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실물경제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다. 이미 주력인 D램 가격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을 비롯해 앞으로도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LCD의 경우 제품 출하량마저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평소 같으면 수출주의 우군이 되어줄 원화 약세도 제품가격 하락으로 인해 힘을 못 쓰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외국계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적자 가능성을 내비쳤고,  국내외 증권사도 속속 동조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15일 삼성전자가 4분기에 영업적자 2424 억 원으로 적자 전환하고, 내년 1분기 3474 억 원으로 적자 규모를 키울 것으로 예상했다. 박영주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분기 실적이 공표 이후 첫 적자로 기록될 전망"이라며 "수요 부진에 따른 전 제품의 판매가 하락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4분기에 무려 29.2%의 원화 절하가 이뤄질 전망이지만 제품 판매가 하락과 마진 축소로 환율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우리투자증권 등 3개 증권사가 제기한 영업적자 규모는 앞서 삼성전자의 영업적자를 예상한 증권사의 전망치보다 더 커진 것이다. 씨티글로벌마켓은 지난 10일 삼성전자가 4분기 1840억원 영업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신영증권도 지난 11일 "4분기 매출액은 20조9000 억 원으로 분기 사상 최고 기록이나 남은 기간 극적인 개선이 없을 경우 230억원의 영업 손실이 예상 된다"고 밝혔었다.
NH투자증권은 18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가 3630억원의 분기 영업적자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사업부별로는 정보통신부문이 4440억원의 흑자를 올리는 반면 반도체 4420억원, LCD 1860억원, 디지털미디어 1910억원 적자가 예상됐다. 이에 따라 목표주가는 56만원에서 52만원으로 하향됐다. NH투자증권 서원석 애널리스트는 "내년 1분기에는 영업적자가 4200억원으로 확대되면서 바닥을 친 뒤 2분기에는 메모리 가격회복에 힘입어 적자규모를 100억원으로 줄이고 3분기와 4분기에는 각각 1조원 전후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적자를 913억원으로 전망하고 목표 주가도 61만원에서 59만원으로 낮췄다. 삼성전자의 영업손실은 내년 2분기까지 지속되며 주가도 40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IBK투자증권은 내다봤다. 이가근 애널리스트는 "영업이익이 당초 예상치 8053억원에 크게 못미쳐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 단위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관적인 분석은 외국계 증권사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JP모건증권은 삼성전자의 내년 추정 이익을 80% 가량 줄이고 목표 주가를 58만원에서 41만원으로 13만원이나 낮췄다. 투자의견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이달 초 38만원까지 낮췄던 메릴린치도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적자를 2580억원으로 예상하면서 목표 주가를 38만원에서 35만원으로 재차 하향조정했다. 메릴린치는 "심각한 제품 가격 약세와 D램, 낸드, LCD, 휴대전화 등 주력 제품 판매 감소로 적자가 예상 된다"며 "내년 실적은 더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 크레디리요네(CLSA)증권은 삼성전자가 내년에 8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며 목표주가를 47만6500원에서 46만원으로 낮췄다.
이와 같은 삼성전자에 대한 어두운 전망은 시선을 세계시장으로 돌리면 우등생의 푸념 정도로 보일지 모르겠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올해 3분기까지 하이닉스를 비롯해 일본 도시바와 엘피다, 대만 파워칩ㆍ난야ㆍ프로모스ㆍ이노테라, 독일 키몬다 등 대부분의 기업들이 적자 성적표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때 D램 세계 3위 업체였던 독일 키몬다는 재정악화로 업계 퇴출 위기에 몰렸고, 대만 후발 D램 제조사들은 정부의 직접 자금 지원 없이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대만 정부는 자국내 D램 업계 지원 조건으로 자국 업체 간 합병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만 D램 업계가 어떤 방식으로든 구조조정에 직면할 공산이 커졌다. 이런 상황은 결국 세계 D램 시장을 삼성전자, 하이닉스, 엘피다 등 상위 몇 개사가 나눠먹는 구조로 재편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한편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글로벌 위기 속에 내년 국내경제 상황이 다른 국가들보다는 나을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불확실성이 많아 아직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윤우 부회장은 지난 17일 서울시 동대문 쪽방 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면서 "내년에는 전 세계가 다 어렵다. 한국 사람은 열심히 하니까 다른 나라보다 좋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삼성은 그동안 사장단회의 때마다 위기설에 대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낙관론을 펼쳐왔다.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이윤우 부회장은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그에 따른 투자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구체적인 투자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내년 고용이나 시장전망을 묻는 질문에도 "열심히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