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 식음료 업체 매출원가 오히려 '하락'…기업비용 소비자 떠넘겨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최근 식품업체들이 잇따라 원가상승을 이유로 과자 및 음료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매출원가는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 가격인상 명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1일 재벌닷컴이 올들어 상품가격 인상을 예고한 농심 등 8개 식음료 업체를 대상으로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을 조사한 결과 63.7%에서 63.3%로 0.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원가란 상품 및 제품 등의 매입원가 또는 제조원가를 말하는 것으로 매출에서 차지하는 원가 비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상품을 팔아 벌어들이는 이익률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건비 등 판매관리비와 기타 영업비용 증가를 가격인상 요인으로 감안하더라도 최근 식음료 업체들이 6~20%가량 상품가격을 올리는 것은 기업비용을 과도하게 소비자 부담으로 떠넘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조사대상 8개 업체 중 6개 업체의 매출원가 비율이 전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칠성사이다’ 등 주력 상품을 평균 6.5% 인상키로 한 롯데칠성음료의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2012년 59.7%에서 지난해 57.9%로 1.8%포인트 하락했다.

‘새우깡’ 등 제품별로 8.3~10% 인상할 예정인 농심도 매출원가 비율은 73.1%에서 72.1%로 1%포인트 낮아졌다.

‘빼빼로’ 등 주력상품 가격을 11.1~20% 인상할 예정인 롯데제과 역시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오히려 2012년 63.1%에서 지난해 62.6%로 0.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빅파이’ 등의 주력 상품 가격을 평균 7.1% 인상하는 크라운제과의 매출원가 비율은 62.2%에서 60.2%로 2%포인트나 떨어졌고, ‘에이스’ 등 평균 8.7% 인상키로 한 해태제과의 매출원가 비율도 60.3%에서 59.2%로 1.1%포인트 하락했다.

삼양식품은 ‘볶음 간짬뽕’ 등 인기상품을 중심으로 올해 11.1~18.2% 상품가격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은 78.1%에서 76.6%로 1.5%포인트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출 대비 매출원가 비율이 2012년에 비해 1.3%포인트 상승한 오리온의 경우 ‘초코파이’ 등 주력제품 가격을 매출원가 상승률의 8배 수준에 달하는 평균 20% 인상키로 했다.

삼림식품도 매출원가 비율이 전년보다 2.8%포인트 높아진 반면 주력 제품가격은 평균 6.4%까지 올릴 예정이다.

주요 식음료업체의 매출원가 비율이 하락한 것은 주력상품 생산에 드는 원자재 가격이 대부분 하락했기 때문이다.

라면과 과자의 주원료인 소맥의 수입가격은 2012년 276원에서 지난해 239원으로 13.4% 떨어졌고 같은 기간에 팜유도 990원에서 770원으로 22.2% 하락했다.

음료제품에 가장 많이 투입되는 당분류나 오렌지 농축액 등의 가격은 5~17%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식품업체들의 가격인상에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잇단 식품업체들의 가격인상에 대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가격 인상 품목 수도 많고 인상폭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훨씬 웃돌고 있다”며 “산출근거 없이 소비자가격 인상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기업들의 구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012년, 2013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각각 2.2%, 1.3%였음을 감안한다면 기업이 주장하는 대로 인건비, 물류비 상승을 가격 인상 요인으로 밝힌 것은 소비자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기업들은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재무상황에 대한 장기적인 관점이나 경영혁신, 내부적인 원가절감 노력보다는 손쉽게 소비자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마진을 유지 및 증가시켜 온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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