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두려움마저 초월한 생계형 운전...해결책 없나?

[뉴스포스트=백혜진 기자] 총알택시가 여전히 성행하며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총알택시란, 늦은 밤 장거리를 운행하는 택시가 흡사 총알과도 같은 속도로 질주한다는 뜻에서 붙은 용어다. 한 시간 걸리는 거리를 20여분 만에 간다고 한다. 과속과 신호위반을 일삼고 있는데, 손님 한 사람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서이다. 곡예 운전을 서슴지 않는 이들의 행태는 운전자 당사자는 물론 승객과 주변 운전자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위험천만하다. 30여 년간 뿌리 깊게 자리 잡은 총알택시 문화를 근절할 수는 없을까? 여전히 뿌리뽑히지 않고 있는 불법 심야 총알택시 영업실태를 고발한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막차가 끊긴 밤 12시. 택시들이 줄지어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하이에나와 흡사해 ‘기다린다’는 말 보다는 ‘찾아 헤맨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인천! 수원! 안산!”
“아가씨, 어디가요?”

택시 기사들은 연신 터미널 주변을 서성이며 막차가 끊겨 발을 구르는 승객에게 소리를 질렀다. 혹여나 원하는 행선지가 아닐 경우 ‘저 옆에 기사한테 가보라’며 손님을 몰아주기도 했다. 그 모습이 마치 남대문 시장을 연상시켰다.

출발까지 한 사람이라도 ‘더’ 모아

이처럼 자정이 넘어가면 서울 곳곳에서는 택시 기사들의 ‘영업’시간이 돌아온다. 서울 고속버스터미널, 동서울터미널 외에도 사당·구로·영등포·청량리 등 서울 외곽으로 향하는 택시들이 즐비하다.

막차 버스를 놓친 승객들은 이들의 택시를 이용하는데, 인천, 안산 등 시외로 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행선지가 시내인 승객들에게 승차거부는 기본, 면박은 덤이다.

“합정동은 안가. 안산! 안산!”
“여기서 누가 합정동을 가. 여기 서 있는 택시는 시내 안가니까 저기로 나가서 잡아.”

택시 기사들은 대부분 목적지가 같은 승객들을 끌어 모았다. 승객들이 일정 인원 모이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았다.

인천으로 향하는 택시 운전기사는 “1인당 2만원이나 3만원만 내면 된다. 인원이 차면 출발하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했다. 합승이라는 말에 거리낌을 드러내는 손님에게는 “여기서는 누구나 다 합승해 가니까 다른 택시도 마찬가지다. 금방 도착하니 조금만 참고 가라”고 달랬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부천, 부평, 주안이 목적지인 승객 4명이 인천 방향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어느새 한 택시에 모여 앉아있었다. 총알택시 운전기사는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인천도 한 30분이면 갈 거니까 걱정말라”고 달래며 운전석에 앉았다.

목적지가 다르다보니 경유해야 하는 정차역(?)도 많았지만, 최종 목적지 주안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모습이었다.

도로위의 무법자 ‘총알택시’ 광란의 질주

총알택시는 그야말로 심야 도로의 무법자였다. 차선변경, 신호무시는 당연했다. 그저 속도를 높이기에 바빴다. 정지선을 위반한 채 직진차로로 끼어들더니 어느새 직진차량을 앞질러 출발했다. 빨간불 앞에서 설 생각은 없어 보였다. 불법 유턴도 불사하는 모습이었다. 제한속도를 알리는 ‘60’, ‘70’이 무색했다.

총알택시가 위험천만한 곡예를 선보이던 서울 시내를 벗어나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속력은 더욱 높아졌다. 시속 160km를 넘는 속도로 차선을 바꿔가며 앞서가던 차들을 추월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칼치기’라고 말한다고 했다.

속도가 빨라지자 두려움을 느낀 승객이 ‘위험하지는 않냐’고 질문했다. 이에 택시기사는 “한눈팔거나 졸음운전. 그런 게 위험한 거다.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달리는데, 빠르다고 해서 위험 한 건 없다”고 답했다.
택시운전 기사는 오히려 당당한 모습이었다. 급기야 시속 178km까지 속도를 올렸다.

총알택시 운전기사는 “차가 막히면 보통 170km에서 180km 밟는다. 우리는 보통 200km 넘게 밟아요. 경인고속도로에서는 한 220km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드디어 인천 주안역에 도착하며 광란의 질주가 종료됐다. 택시기사가 처음 출발할 때 이야기했듯이 30분가량의 시간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일반 택시에 평균 운행시간에 비해 30여분이나 단축 된 시간이었다.

총알택시는 서울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전라도 광주에서 총알택시의 승차경험이 있는 박 모씨는 “광주 시내에서 새벽 2시까지 술을 먹고, 잠도 잘 못자고 다음날 회사 갈 생각에 슬퍼하며 ○○콜택시를 탔는데 40분 거리를 정확히 13분 만에 도착했다”며, “광주 신세계백화점 사거리에 몰래카메라가 있다고 우회전후 바로 유턴 우회전해서 카메라 피해서 지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길을 꿰고 있는 총알택시 운전자의 자신감이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다.

목숨을 담보로 달리는 총알택시

지난 겨울에 총알택시를 승차한 전 모씨는 “싸라기눈 오는 날이었는데, 새벽에 길아 최고로 미끄러운 강변북로에서 택시 기사가 거의 최고속도 밟았다”며, “일부러 슥슥 미끄러지면서 차선을 왔다 갔다 하는데, '손님, 재미있죠? 재미있죠?'라고 묻더라. 저승 가는 길인가 싶었다”고 아찔했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또다른 총알택시 승차경험자 김 모씨는 “총알택시가 고속도로도 아닌 도심에서 차가 없다고, 시속 100km로 달리는데 술이 확 깨더라”며, “살고 싶어서 안전벨트를 맸다. 과속방지턱 넘는데 차가 붕 뜨는 느낌은 영화로만 봤지 살아생전 내가 이 느낌을 알게 될 줄도 몰랐다. 도착해서 내리는데 무심결에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총알택시의 위협적인 행태에 대해 쉽게 목격담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안전이 확실히 보장될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적었다.

택시 운전기사 최 모씨는 “총알택시들이 옆으로 달리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다. 특히 과속해서 갑자기 칼치기(끼어들기)를 운전하는 데 있어서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며 총알택시의 위험성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알택시를 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대중교통이 끊겼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택시가 시외로 나가려 하지 않는 탓도 있었다.

택시 운전기사들은 “12시 넘은 시간에 ‘수원을 가자’는 승객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택시들은 안 갈 것이다. 가면 빈 차로 다시 돌아와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총알택시 운전기사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위험한 운행을 멈추지 않았다.

택시 운전기사는 “한 번이라도 더 뛰어야 매상이 올라가니까 저렇게 운전을 하는 것. 총알택시 손님이 많은 시간은 12시부터 2시 사이다. 그 시간 안에 두 탕, 세 탕을 하려면 빨리 밟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총알택시가 사고가 나는 일은 부지기수다. 지난 2월 한 대의 택시가 과속을 하며 차선을 급변경해 달린다가 급커브 길에서 속력을 이기지 못하고 보호난간을 들이박은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총알택시는 ‘공포의 대상’일 수밖에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위험천만한 총알택시는 사고의 확률도 더 높지만, 사고가 날 경우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는 오히려 더 어렵다는 지적이다.

택시운전 기사의 과속운전을 막지 않았을 경우 승객에게 10%의 과실이 돌아가며, 안전벨트 미착용 시에도 10% 과실이 돌아간다. 특히, 두 경우 모두 해당할 경우에는 20%의 과실이 승객에게 부가된다.

지난해 11월에는 서울시가 직접 '총알택시를 뿌리 뽑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는 요금 인상에 따라 택시 7만2000여대의 미터기 수리 검정을 하면서 이처럼 단말기에 기능을 더했다. 시에 따르면 추가된 장치에 따라 택시의 주행속도가 120km/h를 넘으면 자동적으로 “삐~”하는 경보음이 울린다. 속도를 줄이지 않는 한 경보음은 계속된다. 택시 운전자가 과속을 하려면 귀청을 찢을 듯한 소음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택시운전자가 불편을 느껴 단말기 기능을 재조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시는 전했다.

시 관계자는 "개인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아닌가하는 택시운전사들의 항의가 많다"면서도 "서울시내에서 속도를 120km/h 이상 낼 수 있는 합법적인 도로는 없지 않은가. 안전운행에 도움이 된다고 운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관계자는 “개인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아닌가하는 택시운전사들의 항의가 있지만 서울시내에서 속도를 120km/h 이상 낼 수 있는 합법적인 도로는 없다”면서 “안전운행에 도움이 된다고 운전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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