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반응 싸늘, "또 계열사 돈 빼가나?" 의심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사진)이 야심차게 꺼내든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만도와 지주회사격인 한라(구 한라건설), 계열사 간 불공정거래 논란이 다시 재점화 되면서 예상치 못한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으로 경영 투명성 확보와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정 회장과 그룹의 말을 시장에서는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시민단체에서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 지배구조 개선이 아닌 그룹 캐시카우로 전락한 만도의 자금을 한라에 지원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한라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자동차부품회사 만도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고 투자사업 부문과 제조사업 부문으로 기업을 분할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제조사업 부문은 신설회사 만도로 기존처럼 국내외 공장을 중심으로 자동차 부품 생산과 연구개발에 주력하고 투자부문은 존속회사 한라홀딩스로 분리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한라그룹 측은 만도의 지배구조 개선으로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웠다. 이를 통해 만도는 중장기적으로 자동차 부품 본업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만도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구조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호재로 인식했다.

하지만 만도의 지주회사 전환 소식에 시장의 방응은 냉담했다. 13만5000원 이었던 주가가 이사회 의결 다음날인 8일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매도가 이어지면서 하한가 11만5000원까지 곤두박칠 쳤다. 14일 12만2000원까지 오름세를 보이더니 16일 종가기준 11만7500원으로 다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호재로 받아들여져 시장에서 긍정적 신호로 해석되는 것과 정반대 결과다.

만도, 부실 한라 불공정 자금지원 논란 재점화
정 회장 지배력 강화, 만도 쌓아논 현금 ‘불안’

업계에서는 그동안 만도에 쌓아 놓은 현금으로 한라(옛 한라건설)를 지원해왔다는 시장의 의혹이 결국 시장의 냉담한 반응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라그룹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이 같은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그대로 믿고 있지 않는 분위기다.

도리어 지주회사 전환의 주목적이 지배구조 개선이 아닌 한라를 지원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도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라 만도는 분할 전 현금성 자산 5010억원 중 4500억원을 한라 홀딩스로 이전하게 된다. 또 분할 전 차입금 1조2800억원 중 8923억원을 만도로 배정했다. 부채비율도 분할 전 157.4%에서 분할 후 한라홀딩스가 60.9%, 만도가 241.5%로 정리된다.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만도의 지주회사 전환이 시장에서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은 지주회사 전환의 주된 목적이 한라에 대한 지원을 용이하게 하는데 있고, 그 결과 만도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한라 지원 등에 유용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그동안 만도가 그룹 지주회사 격인 한라 회생을 위한 자금 창고로 전락하면서 희생돼 왔다는 시선 때문이다.

지난해 4월 만도가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한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3385억원 가량을 우회지원을 해 논란을 빚었다.

경제개혁연대는 상호출자 규제를 회피한 부당지원에 해당한다며 작년 5월 공정위에 조사요철을 한데 이어 같은해 6월 정몽원 회장과 만도 경영진을 상법 신용공여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부실계열사인 한라를 지원하기 위해 만도의 자금을 위법하게 지원해 왔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한라의 부당지원 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은 최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 결정을 내려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경연은 “만도 측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다”며 11일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 했다.

현재 한라건설의 주력 사업부문인 건설업황이 단기간 내에 개설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실계열사 지원을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한 예외적 경우’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라는 2012년 2390억원에 이어 2013년에 4281억원(연결 기준)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부실이 계속되고 있다.

덕분에 한라그룹의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133.8%, 당기순손실 2460억원에 달하는 등 그룹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몽원 회장은 지난해 한라에서 9억7500만원의 보수를 챙겨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의 재정상황에 비해 정 회장의 연봉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정몽원 회장은 지난해 만도에선 23억88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정 회장은 한라 지분 23.58%, 만도 지분 7.71%를 보유하고 있다.

한라의 입장에서는 보유 중인 만도 지분(17.29%)을 처분하는 것이 재무적 곤경을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한라→만도→마이스터→한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맨 꼭대기에 있는 한라의 만도 지분이 시장에 팔리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 또 합법적으로 지분을 인수할 계열사도 없다.

경영은 “하지만 만도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한라가 보유하고 있는 만도 지분을 한라홀딩스에 합법적으로 매각할 수 있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주회사로 체제가 전환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한라는 만도 주식을 모두 처분해고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를 중심으로 지분관계를 정리해야한다. 한라홀딩스는 새로운 만도 지분을 20% 소유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한라는 한라홀딩스와 새로운 만도의 지분을 모두 갖게 되고 한라가 보유한 새로운 만도 지분을 한라홀딩스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경영은 “분할된 만도를 통해 한라 등을 추가 지원하는 것은 어려워 질 수 있지만 지주회사인 한라홀딩스를 통한 자금지원은 더욱 용이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주주를 제외한 만도의 소액 주주들의 불만이 커지는 이유다.

반면 정몽원 회장의 경영권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경연은 “한라홀딩스가 만도 및 한라의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하면서 그 대가는 한라홀딩스의 유상증자 주식으로 지급하게 되면 이 과정에서 정몽원 회장은 보유 주식을 모두 한라홀딩스 주식으로 전환해 지배권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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