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매각 까지 뒤로 미룬 현대증권의 구조조정 강도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덩달아 노사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임기 중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던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도 급락하고 있다.

현대증권은 경영상 해고 예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동시에 추가로 희망퇴직을 실시, 사실상 사측이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5일 현대증권은 희망퇴직을 추가로 시행한다는 내용의 비상경영 담화문을 사내게시판에 올리고 오는 27일부터 3일간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윤경은 현대증권 사장
이번 추가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다음달 21일부로 퇴사한다.

앞서 현대증권은 지난 6~11일 희망퇴직을 실시, 261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당초 600명의 감축 목표에 크게 못미치면서 추가 희망퇴직을 실시하게 됐다는게 업계 시선이다.

우려했던 강제해고도 진행된다. 현대증권은 해고예고 대상자 200명을 선정해 개별 통보한다는 방침이다.

대신 직원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감축 규모는 당초 목표했던 628명에서 46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는 것이 사측의 입장이다.

문제는 희망퇴직 신청 접수와 동시에 해고 대상자를 선정해 통보, 해고자로 지목된 200명에 추가로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까지 더해 감축 목표보다 더 많은 인원을 감축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해고 대상자로 지목된 200여명은 희망퇴직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현대증권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직원 피해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오히려 추가 희망퇴직 실시로 강제퇴직 대상자들에게 희망퇴직 기회를 주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고 통보를 무기삼아 감축목표를 채우기위한 '꼼수'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잇따른 인원감축에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노조는 지난 20일부터 현대증권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증권 이동열 노조위원장은 “희망퇴직은 노조와 협의를 통해 동의를 구해야 하는 것이 맞다”며 “해고된 직원 수가 안맞으면 경영상 해고를 하겠다는 것은 협박”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현대증권 노조 측은 “회사가 내놓은 구조조정안을 백지화하고 다시 교섭할 것. 이번 희망퇴직도 노사 간의 합의 없이 진행됐다”고 밝히며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현대증권이 실시한 희망퇴직 조건이 다른 증권사에 비해 불합리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의 경우 근속연수에 따라 10개월에서 최대 24개월치 급여를 퇴직 보상금으로 지급했고 HMC투자증권도 부장급의 경우 35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2억30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업계 1위인 삼성증권도 과장 차장급의 경우 2억원 수준, 20년 이상 부장급 직원에게 최대 2억 5000만원까지 위로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현대증권의 경우 근속기간별 위로금이 최대치가 6개월치 급여 수준에 불과하다. 정년 잔여기간별로 합산할 경우에도 최대 12개월치 급여 수준의 위로금을 받기 위해서는 근속년수 25년 이상에 15년 정년이 남아있어야 하는데 그 대상은 1~2명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2년간 적자를 이어오면서 타 증권사와 비교했을 때 손익 차이가 크다”며 “향후 전망 등 제반사항 등을 예측하기 어려운데다 타사 많이 다른 여건이라는 점을 고려해야한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현대증권은 다음 달 안으로 모두 18개 영업점을 통폐합할 계획이다. 현재 현대증권의 영업점은 자산관리센터(WMC) 9곳, 지점 100곳, 영업소(브랜치) 6곳 등 모두 115개다. 이번 영업점 통폐합이 실시되면 지점과 영업소가 각각 87곳, 1곳으로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 영업점 수는 기존보다 18곳이 줄어든 97개가 될 전망이다.

현대증권은 영업점 통폐합을 다음 달 27일자로 실시할 예정이며, 통폐합되는 영업점은 다음 달 26일까지 영업한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재 노조와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다”라며 “비용절감을 위해 인원 감축 뿐 아니라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앞서 현대증권은 지난달 11일 조직 통폐합과 운영경비 축소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했다.

현대그룹의 자구계획 일환으로 현대증권은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현대증권은 매각 시기도 10월까지 연기해줄 것을 매각주관사인 KDB산업은행 측에 요청한 상황이다. 인력 구조조정 등으로 비용절감을 실현, 매각 경쟁력을 갖춰 다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을 매각 가치를 최대치로 높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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