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조석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사장 조석)의 후쿠시마 후속대책 중 가장 큰 사업인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수원 직원들이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서류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2천억에 달하는 예산이 낭비될 뻔 한 사실이 밝혀졌다.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추미애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국수력원자력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 설치사업 감사결과’에 따르면 한수원 안전기술본부 A팀장과 B팀원이 감압설비 설치 사업(총 사업비 6000억 원 규모)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정 업체와 계약을 맺기 위해 사실과 다른 문서를 작성하거나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월성1호기에서만 약 89억 원의 회사손실이 발생했다.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됐더라면 자칫 2050억원의 손실을 입을 뻔 한 것이다.

추 의원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격납건물 배기 또는 감압설비 설치사업’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A팀장은 격납배기시설 공급업체인 아레바(프랑스), 웨스팅하우스(미국), IMI(스위스) 3개 사 중 아레바사만 출장을 다녀온 뒤 “습식 타입의 배기설비를 설치하며 전체 예산은 6000억이 소요된다”는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

A팀장은 시범사업이었던 월성1호기의 경우에도 동일한 타입의 배기시설을 설치하고 예산은 201억원이 소요된다는 기본계획을 작성, 김종신 사장의 결재를 받았다.

3개사의 배기시설이 모두 규제기관에서 요구하는 성능을 만족한다는 한수원 중앙연구원의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습식형태의 시설이 선택되도록 한 것이다.

추 의원실 측은 “이들은 습식형태의 시설이 ‘방사능 제거 성능’이 습식이 우수하다는 주장을 했지만 이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도 없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이 제기한 습식 배기시설의 장점은 ‘건/습식 모두 해당되는 배기시설 자체의 장점’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들이 ‘건식 배기시설’을 배제한 사유는 건식 시설 가격의 가격이 저렴한 것을 바탕으로 “가격이 싸면 당연히 성능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A팀장은 공정한 비교를 위해서는 3개 제작사 모두의 자료를 수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레바사를 제외한 나머지 2개 제작사와는 면담은 물론 아무런 자료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술평가를 생략하고, 다른 2업체는 기술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오직 프랑스 아레바사에 대해서만 기술 적격 판정을 내린 후 이를 번복하여 기술평가를 실시했다. 기술평가를 생략하는 경우 ‘3개사를 모두 “기술적격”으로 평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술평가 과정에서도 직접 평가위원으로 참여, 기술평가를 주관하면서 평가서를 다른 평가위원에게 배포하지도 않은 채 자신들이 평가내용을 기재, 평가위원들로부터 서명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추 의원은 “이들은 ‘짧은 납기’와 ‘습식으로 한정한 시설형태’에 대해 기술규격을 완화해달라는 구매부서의 요청을 거부하는 등 특정사에게 부당한 특혜와 편의를 제공함으로써 아레바사의 낙찰을 이끈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계약단계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입찰공고 내용에 명시해야 할 요건을 누락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을 위반하고, 공동계약 체결이 불가능한 사항을 공동계약 하고 ‘규격・가격 분리입찰’을 적용할 수 없는 계약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해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계약을 낙찰받은 프랑스 아레바사의 견적서에 시공 토건비를 포함한 설치비로 57억2천만 원, 구매 예산 173억4천만 원으로 책정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공 토건비’ 57억8천만 원을 중복 계상해 총구매 예산을 231억2천만원 원으로 책정했다. 결국 아레바・대우건설(주) 컨소시엄과 계약금액 216억 29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추 의원은 “한수원에서 이들이 제시한 방법과 달리 공사 과정에서 설계용역, 설비 구매, 시설공사를 나눠서 했을 경우 월성1호기의 적정가격(추정)은 127억 1600만원으로 나타났고, 이 과정에서 이미 89억 1400만원이 낭비됐다”며 “이를 후속 원전에 적용하면 전체 2050억 2천여 만원의 예산이 낭비할 뻔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추 의원은 “이번 격납건물 여과배기설비시범설치사업이야 말로 ‘고의적인 위법・부당행위의 결정판’”이라며 “국가의 이익을 간과한 ‘악마의 거래’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엄중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인사규정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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