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

 

사교육비 등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 해소해야
한명숙 전 총리 수사는 ‘삼인성호(三人成虎)’

 



▲ 이계안 전 의원


공식 출마 선언은 지난달 말에 했지만, 야권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해온 사람이 이계안 전 민주당 의원이다. 2006년 열린우리당 서울시장 후보경선에 나섰다가 당시 여권 핵심부에서 전략 후보로 지원한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게 패배한 전력이 있는 그는, 이후 18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1년간 유학했다. 유학에서 돌아온 이후 본격적으로 서울시장 도전을 준비해온 것. 이후 정책 개발을 위해 <2.1연구소>를 설립했고, 지난 7월 21일부터 100일간 서울걷기에 도전했다. 걸으면서 서울의 문제점과 비전을 찾아내자는 취지였다. <뉴스포스트>는 이계안 전 의원으로부터 서울시장 출마의 변을 들어보았다.


-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불출마 선언 후 미국 하버드대학 케네디 스쿨에서 ‘리더십’을 연구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사실 미국 가서 공부한다고 하니까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2007년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진 후, 참여정부 때 여당의원 중 한 사람으로서 나는 반성하는 기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권을 빼앗겼다는 데 대해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내 탓은 무엇인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떠나게 됐다. 하지만 떠난 게 오히려 내겐 소중한 지혜를 쌓는 기회가 됐다. 대한민국도 세계화 속에서 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 귀국 후 사재를 털어 <2.1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어떤 일들을 하나.
“선거를 앞두고 우르르 사람을 모으는 정치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연구하는 일종의 씽크탱크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2.1연구소>다. 현재는 <88만원 세대>의 저자인 우석훈 씨가 소장을 맡고 연구원이 몇 명 더 있는데 <2.1연구소>가 하고자 하는 취지의 일에 부합하는 사람들과 물적·인적 토대를 만들어 연대해 나갈 생각이다.”


 

- 지난 7월 귀국 후 ‘서울 걷기’를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서울을 제대로 보게 됐다.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서울과 직접 목격한 서울 모습은 굉장한 차이가 있었다. 첫 번째로 목격한 것은 뉴타운으로 인해 서울은 잘사는 사람들만 살 수 있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시민들이 낸 세금이 허드레 물 쓰듯 새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두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내가 그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민 세금 물 새듯 새 나가

 

 

- 21일 있었던 서울시장 출마선언에서 서울시 ‘뉴타운 정책’ ‘한강르네상스’ 등 굵직굵직한 사업에 대한 비판을 했다. 이런 비판을 한 구체적 근거를 밝혀 달라.
“1974년부터 2003년까지 30년 동안 재개발 재건축한 사업 규모가 350만평이다. 그런데 현재 있는 뉴타운은 균형개발촉진지구 같은 유사 뉴타운까지 합해 총 34개가 되는데, 이 면적이 808만평이다. 이렇게 도시기반 시설이 취약하고 개별 주거가 불량한 곳에 살고 있는 세입자가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85%까지 있다. 재개발 되어 아파트가 들어서도 세입자는 물론이고 지분이 적은 사람은 살 수 없다. 공동체는 무너지고 쫓겨난 사람들은 서울 외곽으로 나가 살아야 하기 때문에 서울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만 사는 곳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서울은 이런 곳이 아니다. 7월부터 서울을 걸었는데 그 첫 코스가 한강과 그 지천이었다. 걷다보니 지구별로 한강 둔치에 콘크리트를 붓는 등 난리가 났다. 한강은 치수 문제가 중요한데, 지금 상태에서 홍수가 날 경우 콘크리트 전부에 흙이 묻어 이것을 닦아내야 한다. 금년에 큰 비가 없었는데도 다 흙에 덮여 호스를 사용해 닦았다. 그럴 돈이 있다면 다른데 썼으면 좋았을 것이다. 다. 한강에 모든 위락시설이 들어선다고 하니 시민들 환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시민들에게 한 가지 물어봐야 한다. ‘이걸 만들려면 지금 5만원 내던 세금을 5만5,000원 내야 합니다’라고.”

 

-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문제’에 대한 입장은 어떤가.
“예산을 ‘이념의 서’라고도 하는데,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어떻게 쓸 것인지 우선 순위를 정하는 데에는 정치철학이 반영된다. 4대강 치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시급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세종시 문제도 기가 막히다. 참여정부 때 세종시 추진에 문제가 있었지만 정치적 협의에 따라 법으로 정해졌다. 그런데 대통령이 이제 와서 원안 추진을 안 하겠다고 하면 앞으로 어떤 약속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 ‘아이가 행복한 서울을 만들겠다’는 슬로건과 함께 ‘1.2에서 2.1로의 도약’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자세히 설명해 달라.
“서울은 우리나라 평균출산율인 1.2명에도 못 미치는 1.01명을 기록하고 있다. 이것은 일자리, 사교육, 집값, 노년 등 걱정 때문에 출산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됐기 때문이다. 10대는 사교육에 빠져 쩔쩔매고, 20대는 일자리를 얻으려고 스펙 만드는 데 열중하고, 30~40대는 집 문제로 고민하며, 50~60대는 정년퇴직에 이르렀을 때 ‘90까지 살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한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직면한 4개의 개미지옥이고, 이 문제를 풀지 않으면 아이를 낳을 수 없다. 나는 이 개미지옥을 깨고 아이를 낳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를 앞장서서 이끄는 서울을 만들고 싶다.”

 

- 오세훈 시장의 개인 성적은 몇 점 정도라고 생각하나.
“사람을 평가하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서울시장의 능력만을 평가하자면 낙제점에 가깝다. 그래도 서울시민이 뽑았기 때문에 넉넉하게 수·우·미·양·가 중 ‘미’ 정도 주겠다. 특히 <가든파이브>처럼 실패한 정책까지 선전하면서 지나치게 홍보비를 많이 지출한다. 누가 봐도 실패한 프로젝트인데, 지금도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가든파이브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또 광화문광장도 그렇다. 내가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려고 광화문광장으로 갔는데, 경찰과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직원이 와서 사전허가를 받았느냐고 물었다. 모름지기 광장은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하는데, 광장에서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서울시 관리공단 이사장한테 협조 공문을 보내야 한다면 그게 무슨 광장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 저출산 문제에서 출발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게 있다면.
“한국의 평균 출산율이 1.2명이다.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나라가 되려면 여성들의 합계 출산율이 2.1명은 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1.2에서 2.1로의 도약’은 수많은 걱정으로부터 서울시민을 탈출시키겠다는 것이다.”


- 시민들에게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이 문제는 어떻게 극복할 계획인다.
“인지도에 관한 이야기는 경험이 이미 있다. 2004년도에 제가 동작을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인지도 조사를 했는데 2%였다. 그런데도 공천을 받았다. 스포츠스타였던 모 후보는 인지도가 85~90% 수준이었는데도 못 받았다. 판단기준이 무엇이냐고 물어봤더니 ‘모 의원은 질 게 확실하고 이계안은 가능성이 있다’고 대답했다. 인지도만 놓고 보면 연예인이 가장 높을 것이고 정치가 중에서도 방송에 많이 나온 의원이 높을 것이다. 그래서 인지도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현장에는 신의 음성이 있다”

 


- 1년만에 ‘용산 참사’ 문제가 극적으로 타결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늦었지만 타결 소식을 들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어떤 일을 놓고 협상을 하다가도 사람이 죽으면 다른 논리로 접근하는 게 상식이다. 망자의 한이 있고 측은지심이 있다면 정부가 그 잣대에 비춰 용산 참사 사태를 해결했어야 했다. 오세훈 시장에게 측은지심이 없다. 망자의 한, 가족들의 한을 생각해 필요하다면 무릎 꿇고 사죄를 하고 화해를 구했어야 했다. 과거 나치의 잘못을 사과하며 폴란드 무명용사 무덤 앞에 무릎을 꿇었던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경우를 생각해봐야 한다. 서울 곳곳에 재개발 반대 플래카드가 붙어 있는데, 이를 계기로 재개발 문제 해결에 대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

 

- 한명숙 전 총리에 이어 정세균 대표까지 의혹에 휘말리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한명숙 전 총리 문제는 딱하다. 지상최대의 쇼, 관권선거가 시작된 것이다. 한 총리와 내 부인이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라 개인적으로 잘 안다. 또 존경하기 때문에 금품 수수에 대해 전혀 의심이 없지만 무서운 일이다. ‘삼인성호(三人成虎)’ 즉 세 사람이 연이어 말하면 있지도 않은 호랑이가 저잣거리에 나타난다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지금이 딱 그와 같은 상황이다. 한 사람의 진술이 대통령이 말하는 것처럼 비리를 척결하는 차원을 넘어서 지상 최대의 관권선거가 시작되는 것 아닌지 두렵다.”

- 현대자동차·현대카드 회장을 지낸 CEO 출신 정치인 입장에서 서울시 살림을 평가 한다면.
“한마디로 ‘니 돈이면 이렇게 쓰겠냐’는 것이다. 이 말은 정주영 회장께서 생전에 하신 말씀이다. 기업이야 돈을 더 써서 더 벌어들이면 되지만, 국민과 주민에게서 나오는 돈인데 지금의 서울시처럼 허드렛물 쓰듯 써대면 결코 안 된다. 예산 집행에는 철학과 이념이 있어야 한다. 지금 예산은 땅 파고 건물 짓는 위주인데, 사람 중심으로 돌려야 한다.”

 

- 1976년 현대중공업 입사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그룹 부사장이었다. 이 대통령의 당시 모습과 지금 모습을 평가한다면.
“이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으로 있을 때 나는 막 입사한 신입사원이었다. 이 대통령은 하루 세 끼를 잘 먹으면 ‘잘 살던’ 때의 CEO였다. 당은 달랐지만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나름 큰 역할을 해서 나라를 잘 이끌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과거의 리더십과 지금의 리더십은 다르다. 창조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훌륭한 리더인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을 보면 그 옛날 성공에 빠져 있고 그 때의 성공을 우상화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 본인도 ‘CEO 출신’이지 않나.
“현대그룹에서 지도자 정주영 회장을 모시며 산업화시대에 기여를 했다는 것은 이 대통령과 같은 배경이다. 하지만 그 외에 나머지는 다르다. 이 대통령은 현대건설·한라건설·현대 엔지니어링·현대산업개발 등 7개 회사 CEO를 지냈는데, 그 회사들의 공통점은 고객 수가 적다는 것이다. 나는 현대자동차, 현대카드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업종의 CEO였다. 그래서 조직을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효율적으로 경영해야 했다. 이 점에서 이대통령과 나의 리더십 타입은 전혀 다르다고 본다.”

 

- 고 정주영 회장을 평생 마음의 ‘멘토’라고 말했는데, 그에게 가장 크게 배운 것이 뭔가.
“정주영 회장에게 배운 게 참 많다. 첫째는 자기가 돈을 벌기 위해 사업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 것이다. 두 번째는 어떤 일을 하든지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업을 통해 국가에 대한 사명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는데, 그것이 ‘사업보국(事業報國)’이다. 정주영 회장은 처음에 건설업을 하다가 자동차,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반도체 등의 순서를 밟았는데 그때 그때 국가가 필요한 사업을 했다. ‘순천자는 흥하고 역천자는 망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또 정주영 회장은 늘 ‘현장에는 신의 음성이 있다. 현장에는 답이 있다’고 말했다. 모든 일을 풀어갈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서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셨다. 그 말은 현재 나의 좌우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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