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與 당직·국회직 쟁탈전 향배

지방선거 전후 청와대 내각 국회직 당직 대변동 불가피
MB 임기 반환점 도는 시기 새 진용으로 후반기 맞아야
계파싸움 못잖게 PK vs TK 헤게모니 다툼 극에 달할 듯
TK 퇴조 속 PK 청와대서 당직까지 핵심 포진 재현될까


6·2 지방선거를 전후해 한나라당의 권력지형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선거 결과에 따라 지방권력이 재배치되는 외에도 청와대와 내각은 물론, 국회직과 당직에서 대대적인 변동이 불가피하다.

먼저 지방선거가 끝나면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가 끝난 뒤의 분위기 쇄신 차원도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기 때문에 새로운 진용으로 집권 후반기를 출범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다 한나라당은 6월30일 정기 전당대회를 통해서 지도부를 새로 출범 시킨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을 새로 뽑는 것이다. 새 지도부가 탄생하면 선출직인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외에 임명직인 사무총장과 중·하위 당직자를 대폭 교체하게 된다.

뿐만 아니다. 6월부터는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도 모두 바뀐다. 18대 국회 전반기 의장단과 상임위원장단의 임기가 만료되고 후반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국회직을 모두 새로 뽑아야 한다.

계파보다 진한 지역경쟁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내 각 계파가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친이계와 친박계 사이, 나아가 친이계 내에서도 ‘SD(이상득 의원)계’와 ‘이재오계’가 한 치 양보 없는 힘겨루기를 펼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온다. 차기 대권경쟁을 2년여 앞둔 시점에 단행되는 대대적인 당·정·청 개편인 만큼 여권 내부의 헤게모니 다툼이 극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런데 이 같은 계파 간 대치구도에 못지않게 또 하나의 대립전선이 형성되고 있어 여권 내부에서 관심을 모은다. 바로 출신 지역별 경쟁이다. 특히 현 정권에서 양대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가 요직을 놓고 한바탕 전쟁을 치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 정권은 이명박 대통령의 출신 지역(경북 포항)만을 놓고 보면 분명히 ‘TK 정권’이다. 하지만 지난 2년 여 동안 PK의 약진도 만만치 않았다. 출범 초 조각(組閣)과 청와대 참모진 구성을 비롯해 새로운 여권 진용을 짤 때부터 그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다.

우선 청와대의 경우 ‘2실장 8수석’ 가운데 정정길 대통령실장(경남 함안)과 박형준 정무수석(부산), 박재완 국정기획수석(경남 마산)이 PK다. 이들은 서울 출신인 이동관 홍보수석과 함께 이명박 정부 청와대를 움직이는 핵심이다. 반면, TK 출신으로는 권재진 민정수석이 있지만 정무적 역할 측면에서 PK 3인방에 비해 무게가 떨어진다.

또 18대 국회 전반기를 이끈 김형오 국회의장도 경남 고성이 고향(지역구는 부산 영도)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에는 정의화(부산 중-동구)·허태열 최고위원(부산 북-강서을) 등이 포진해 있다. 안상수 의원(경남 마산·지역구 경기도 의왕-과천)은 직전 원내대표였다. 중·하위 당직으로 내려가면 TK 출신이 더 많다.

이에 비해 TK는 현 정부 들어 맥을 못추고 있다. 야당 시절엔 대구 출신인 강재섭 대표가 당을 이끌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말이 이 지역 정가에서 나돌 정도다. 현재 정몽준 대표를 포함한 한나라당 최고위원단 7명 가운데 TK로 분류할 수 있는 인물은 한 사람도 없다. 구미 출신인 김성조 정책위의장의 임기도 최근에 끝나고 수도권의 고흥길 의원이 이어 받았다. 최근 정책위의장과 함께 선출된 원내대표는 PK인 김무성 의원이 맡았다.

노태우 정권 이후 TK 침체

이 같은 ‘PK 약진, TK 침체’ 현상에 대해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첫째는 ‘인재풀’의 차이다. PK의 경우 김영삼 정권 때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노무현 정권 시절에도 일정 부분 지분이 있었던 반면, TK는 노태우 정권 이래 사실상 몰락했기 때문에 쓸 만한 인재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여기다 대구와 경북에 친박계 인사가 워낙 많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 인사에서 이들이 배제된 결과라는 견해도 나돈다.

이런 상황에서 대대적인 여권 재편 시기가 다가오자 PK는 ‘수성(守城)’을, TK는 ‘권토중래(捲土重來)’를 각각 노리고 있다. 그만큼 6월의 대대적인 인사를 앞둔 양대 세력의 자리싸움과 이에 따른 견제가 심하다.

일단 전초전은 PK가 승리했다. 한나라당이 지난 4일 의원총회에서 새 원내사령탑에 김무성 의원(부산 남을)을 공식 선출한 것이다. 당초 원내대표 자리에는 TK인 이병석 의원(포항북)도 도전장을 던졌다. 원내대표 경선 경쟁자였던 정의화·안경률 의원 등 PK들이 친이계 핵심의 의중이 ‘김무성 원내대표 합의추대’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줄줄이 뜻을 접었지만 이 의원측은 “우리는 끝까지 간다”고 호언했지만 결국 막판에 ‘양보’를 선언했다.

나머지 여권 요직을 두고는 지금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무엇보다 국회의장단 구성을 높고 양대 세력이 충돌할 전망이다. 현재 18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자리는 박희태 전 대표(경남 양산)가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다 한나라당 몫 국회부의장에는 정의화 의원(부산 중-동구)이 거론된다. 친이 진영에선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포기한 ‘대가’로 정 의원에게 국회부의장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되면 의장과 부의장을 모두 PK가 차지하게 된다. 이에 TK 세력에선 불만이 많다. 박희태 의원과 같은 6선인 홍사덕 의원(대구 서구)은 친박계여서 국회의장직 경합에 나서기 어렵더라도 부의장은 TK가 차지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TK 정치권에선 4선인 박종근(대구 달서갑)·이해봉 의원(대구 달서을) 가운데 한 사람을 부의장으로 내세우려 한다. 두 사람 역시 친박계이지만 부의장 정도는 가능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PK 독식’에 불만 고조

현재 정의화 의원측은 “원내대표를 양보했으니 국회 부의장은 반드시 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지고 있다. 반면, 박종근·이해봉 의원은 “한나라당의 뿌리인 TK 정치권의 정당한 몫을 찾기 위해 국회부의장에 입후보 하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국회 부의장 자리를 놓고 TK와 PK 사이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16개 국회 상임위원장 자리 가운데 여러 곳에서 TK와 PK의 중진들이 맞서 있다.

다만 국회직의 경우 표 대결까지 가기 전에 여권 핵심부에서 ‘교통정리’가 가능하다. 문제는 당 지도부 입성을 둘러싼 맞대결이다. 지금 상황에서 당 대표직을 노릴 TK나 PK 인사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권의 경우 정몽준 대표의 재출마,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의 도전 등 여러 변수가 있는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를 대리해서 홍사덕 의원이 친박계 주자로 출사표를 던질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현실성은 낮다.

이보다는 6명을 뽑는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TK와 PK의 세력대결이 펼치질지 여부가 관심을 끈다. PK인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미 재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맞서 TK에서는 이병석 의원과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이 대항마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 지역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아울러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사무총장과 중·하위 당직 자리를 놓고도 양대 세력의 충돌이 불가피하다. 여권 내부의 헤게모니 다툼이 계파 사이에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 셈이다.

<류성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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