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계파 ‘삼국혈전’ 예고편

[뉴스포스트 = 전웅건 기자] ‘왕의 남자’ 이재오가 귀환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의 한반도 대운하 반대운동과 더불어 박사모의 낙선 운동에 걸려 패배한 지 2년 3개월 만에 정치적 유배생활을 마치고 귀환했다. 이 위원장이 돌아옴에 따라 친이계와 친박계 모두 당내 관계 정립에 대한 계산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중심으로 움직이던 친이계는 이재오의 귀환으로 또다른 축을 갖게 된 셈이고 이재오와 대립 관계였던 친박측 역시 그의 귀환을 계기로 갈등상황이 연출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

이재오 귀환에 구심점 복귀 및 장악력 강화 기대
친이·친박에서 이재오계·이상득계·친박계로 개편
안 대표와 협조체제 구축할 듯… 홍준표 고립 가능성
친박과 당분간 평화… “개헌·대권 손대면 전면전 불사”

천군만마 얻은 여권
이 당선자는 현재로썬 계파의 중심축이 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 당선자는 우선 자세를 낮추고 평당원으로 지역 위주로 일하겠다고 하지만 정치권에서의 입지가 있는 만큼 그의 결심과 달리 정치권 역학관계에서 큰 변화의 회오리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 당선자가 ‘왕의 남자’, ‘MB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 불리며 친이계의 수장 역할을 분명히 했던 만큼 그야말로 MB와 친이계는 새로운 구심점을 얻은 셈이다.

그의 귀환으로 여권은 지방선거 이후 겪었던 세종시 수정안 부결의 아픔과 선거 패배로 인한 쇄신론 등의 내적 갈등, 민간인 사찰 파문 등으로 불거진 친이계의 내분을 만회할 원동력을 얻게 됐다. 특히 이재오의 복귀는 MB정권의 레임덕 증상을 한 번에 회복할 기틀을 마련해줬다. 4대강 심판론을 내세우며 그의 복귀를 결사코 방어하고자 했던 야권의 공세는 시들해졌고 이는 곧 4대강 강공 드라이브의 원동력을 마련해줬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의 복귀로 MB는 국정과제 드라이브를 포함한 국면전환에 있어 좋은 환경을 맞게 됐다. 정권 중반기에 더불어 MB의 강한 추진력을 도와줄 인물이 필요했는데 그 가운데 왕의 남자인 이 당선자가 복귀한 것은 여권 내부에서 크게 부각될만한 사건이다.
지난해 여의도 복귀설이 불거질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이재오 역할론이 대두됐다. 과연 이 당선자는 어떤 역할을 하며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확장시킬까.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이와 관련, “당내 친이계 내부의 권력 다툼에 어떤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면서 “이 당선자가 앞장서 정리하고 그간 분산된 당 기강을 재정립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권력구조 재편 주목
이처럼 그의 복귀가 당내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여권의 권력구도는 친이계-친박계 구도가 아니라 친이계 속에 친이재오계라는 또 다른 계파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견이 다수다. 그간 친이-친박으로 나눠진 구조가 이상득-이재오-박근혜 계파로 갈라진다는 것이다. 재보선 승리로 이 당선자의 입지가 강화됐고 그가 야인으로 있었던 시절에도 꾸준히 친이재오계의 활약이 눈에 보였던 만큼 그가 복귀한 이상 계파 형성이 이뤄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란 것이다. 

이 당선자가 빠진 한나라당은 그동안 친이계 직계 주류인 이상득 의원의 독무대나 다름 없었다. 당내 양대 계파의 한 축인 박근혜 전 대표는 우군도 아니고 적군도 아닌 중립지대에 머물고 있었다. 물론 정두언 의원 등 소장파와 박영준 당시 정무기획비서관과의 충돌로 ‘상왕 정치’는 한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형님’의 영향력은 무시하지 못하는 절대 권력임이 분명했다. 박영준 전 비서관이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면서 실세로 불렸던 것은 주요한 예시다. 그런 가운데 그가 복귀했으니 친이상득계 입장으로선 반갑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일단 이 당선자는 당분간 낮은 행보를 보일 입장이어서 당장 계파간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당선자는 지난달 29일 여의도 당사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평당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또 그는 당분간 원내 활동보다는 지역에 머물며 조용한 행보를 할 방침을 내비쳤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 때문에 갈등이 일어날 일 없고, 갈등 요인을 제공할 일도 없을 것”이라며 “서민이 어려우니 친박이든 친이든 서민경제를 살펴야 하고 정치적으로 계파 싸움을 할 일은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이계 내부에서는 벌써부터 이상득계파와의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이상득계의 한 관계자는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경제, 자원 외교 등에 올인하고 있고 이 당선자는 정무적인 기능이 강한 분”이라며 “두 사람이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에 충돌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잘라 말하며 갈등 우려를 일축했다. 이같은 발언과 달리 지난달 29일 오후 당 사무처 직원 인사가 발표되자 당장 ‘이 전 부의장과 가까운 지도부가 이 당선자의 영향력이 커지기 전에 서둘러 인사를 했다’는 얘기가 돌았다. 의원급 당직자 인사가 나기 전에 사무처 인사를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17대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중립을 지키며 이 당선자와 거리를 뒀던 인사들이 대거 중용됐기 때문이다. 즉 이상득계의 사람들이 벌써부터 이 당선자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오, 이상득 두 사람은 이명박 정부 성공이라는 대의에서는 협력하면서도 세부적 사안과 구체적 방식에서는 이견을 노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두언 최고위원을 필두로 한 소장파들의 향배에 따라 두 사람 사이의 균형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질 수도 있다. 현재로써는 민간인 불법사찰 등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소장파들이 이 당선자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두언 의원 등 소장파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정치적 무게감을 감안하면 이재오계와 연대할 것이란 관측에서다. 정 최고위원은 이미 2008년 ‘권력사유화’ 문제를 제기하며 이 전 부의장의 정치일선 후퇴를 요구했고, 7·14 전당대회에서도 박영준 국무차장과 또 한번 충돌한 바 있다. 정 최고위원의 입장에서는 이 당선자와 힘을 합치는 것이 ‘형님’과 다투기에 좋은 파트너다. 소장파들의 진보성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지향성 역시 ‘반이상득’의 이해관계도 공통분모다.

현재로는 이 당선자의 물밑 행보와 이 전 부의장의 일선 후퇴로 당내가 조용한 상태지만 친이계는 아직 서로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권 관계자는 “휴가철이고 국회도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수면 위는 조용하지만, 많은 의원들이 물밑에서 서로 접촉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며 여권 권력구도의 변화가 오고 있다는 것을 전했다.

지도부에 영향력 뻗치나
이 당선자의 복귀는 신임 지도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내 20% 인사의 찬성만으로 대표로 당선된 안 대표 입장으로선 이 당선자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안 대표는 이재오 당선자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함께 손잡고 서로의 입지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안 대표의 한 측근은 “안 대표가 필요할 때 이 당선자의 의견을 묻는 식으로 존중하면서 서로 협조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 대표 체제를 지원한 것이 이재오계와 소장파의 지원이었던 만큼 그가 이 당선자를 존중하고 협조를 요청할 그림이 나올 것이란 공산이다. 이는 안 대표 자신의 독자 세력이 부족하기에 더욱 그렇다. 특히 지난달 29일 재보선 당선자 접견에서 안 대표의 “이제 (이재오 당선자는) 평당원이니 대표 말을 잘 들어야 한다”는 뼈있는 농담은 자신에게 협조를 당부하는 그런 발언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지도부가 결정한 사안에 의견을 표시할 상황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이 당선자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경우 당 지도부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면 홍준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계파모임 해체”를 강조하며 제 목소리를 내는데 몰두했다. 안 대표는 물론, 친이주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홍 최고위원의 입지는 다소 좁아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다. 더욱이 이 전 위원장과 안 대표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안 대표와 친이 주류와 사이가 좋지 않은 홍 최고위원은 ‘변방’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주시중인 친박계
이 당선자와 공천 논란으로 사이가 좋지 않은 친박계와 이 당선자의 갈등 해결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여당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친이·친박계 모두 이 당선자의 복귀로 갈등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와는 달리 친박계 내부에서도 당분간 갈등상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친박계인 서병수 최고위원은 “오히려 갈등이 해소될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과거엔 이 전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들기 위한 목표 때문에 (박 전 대표와) 대립구도를 형성했지만 이제 그 목표를 달성했고, 연장선상에서 정권 재창출을 해야하지 않나. 서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현재 이 전 위원장은 당 화합과 결속을 위한 ‘매개체’ 역할에 주력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낙선의 원인중에 친박측의 조직적 반대도 있었던 만큼 정치적 분란의 소지를 아예 원천봉쇄하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친박계와도 될 수 있으면 화해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정가에서는 이 때문에 박 전 대표와 이 당선자가 언제 만나 그간의 오해를 풀고 관계회복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이 당선자와 박 전 대표간의 앙금을 털고 협력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

하지만 친박계로선 이와 별도로 그가 친이계에서 위상이 올라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그가 2007년 대선 경선과 2008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박 전 대표와 충돌한 이력이 있었던 만큼 화해 이후 언제 또다시 친박계를 내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당선자가 ‘왕의 남자’로 손꼽히는 만큼 개헌·권력구조 개편 등에서 이 대통령의 의중을 강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경계한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이 당선자가 국회로 돌아오자마자 개헌 등을 통해 박 전 대표의 입지에 타격을 줄 경우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면서 “친박계가 그냥 가만히 있겠느나”면서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이 당선자의 대권 도전 가능성 역시 친박계가 의식하고 있는 부분이다. 친박계의 다른 의원은 “이 당선자가 대권에 도전해 박 전 대표를 견제할 것이라는 우려가 다소 있는 것 같다”면서 “이 당선자가 대권 도전 포기 선언을 하면 오히려 박 전 대표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를 다시 해석한다면 이 당선자가 대권도전을 선언해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우거나 이 당선자를 중심으로 친이계가 킹 메이킹을 시도한다면 친이·친박간 갈등이 더 심각해 질 것이란 의견이다.
이렇듯 이상득 계파와 친박계파의 이 당선자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하기에 향후 여권의 권력구조는 이 당선자와 이 전 의장, 박 전 대표가 수면 아래에서 기싸움을 펼치는 ‘계파 삼국지’를 형성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전웅건 기자 k2prm@news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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