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은 시간문제… ‘통신 근육’ 키워라

[뉴스포스트=서병곤 기자]최근 SK그룹의 통신 자회사 조직개편 작업이 속도를 내고 정부관료 출신 CEO 영입설이 나도는 가운데, 적자에 허덕이던 SK브로드밴드가 최근 7분기 만에 흑자세로 전환되면서 SKT와의 합병설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SK측이 부인하고 있지만 SK브로드밴드가 상승세를 타고 경쟁력만 확보한다면 양사 합병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B 2분기 매출 5085억원 등 2년 만에 흑자전환… “합병 청신호”
SK측 부인 불구 여러 정황 포착돼 금융·증권가 합병 쪽 무게 실려


SK브로드밴드는 최근 2분기 실적이 매출 5085억 원, 영업이익 148억 원, 당기순손실 8억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1178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흑자 전환하자 SKT와 합병설
 

금융권에서는 SKT와 함께 유선 재구조정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성공할 경우, SK브로드밴드의 연간 흑자전환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SK브로드밴드는 SKT와의 재판매 및 직접채널 영업을 확대하면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5%, 전 분기 대비 3.1% 증가했다. 가입자 역시 전 부문에서 골고루 증가했다.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유무선 결합가입자가 2분기 중 15만 1000명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결합 가입자 비중이 전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24%로 확대됐다.
 

유선과 무선의 결합시너지가 예상보다 컸다는 점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SK브로드밴드 2분기 실적 호조의 주요인으로 SK텔레콤의 재판매를 손꼽고 있다. 이들은 “현재 SK텔레콤이 휴대폰 가입 회선에 따라 SK브로드밴드의 초고속인터넷, 전화, IPTV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일 경우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가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덩치를 줄이고 SKT와 다각도로 협력한다면 연간 흑자전환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하반기 SK브로드밴드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제 관심은 2년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됐던 양사 간 합병설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여부다.
 

두 기업 간 합병설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2년 전 SKT가 SK브로드밴드 전신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할 때부터 양사 합병에 대한 소문이 회자되면서 지금까지도 이어져 왔다. 즉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SK브로드밴드를 SKT가 흡수 합병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증권가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이동통신 1위 SK텔레콤과 유선통신망을 갖춘 SK브로드밴드의 합병을 통해 KTF 흡수로 몸을 불린 KT, 데이콤 파워콤을 흡수 합병한 LG U+(옛 통합LG텔레콤)와 유·무선 통합 상품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합병설에 무게를 실었다.
 

이와는 반대로 정만원 SKT 사장은 지난 7월 양사 간 합병설을 공식 부인했다. 정 사장은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은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SK브로드밴드 스스로 경쟁력을 갖춰야 같이 갈 수 있다”고 합병 가능성에 여운을 남겼다. 업계에서는 최근 SK브로드밴드가 흑자 전환으로 탄력을 받은 만큼 정 사장이 원하는 대로 경쟁력을 다시 확보하게 될 경우, SKT와 합병은 현실이 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하고 있다.

SKB ‘몸 만들기’는 합병수순?
 

흑자전환에 앞서 SK브로드밴드가 최근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 SKT와 합병하기 위한 ‘몸 만들기’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6월 가정고객 중심의 유선통신사업 구조를 기업고객 중심으로 바꾸고, 희망퇴직을 통해 잉여인력을 줄이는 내용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SK브로드밴드가 이처럼 구조조정에 나서는 이유는 적자가 크게 늘어난 점을 들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2008년 226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적자 규모가 1092억원으로 커졌다. 올 1분기에도 26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유선통신 시장은 수 십 만원의 현금을 주고 가입자를 빼가는 마케팅이 성행하는 탓에 가입자 점유율을 방어하는 데만도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적자 탈출이라는 ‘몸 만들기’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본격적으로 SKT와 합병 수순밝기에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LG U+에 이어 KT까지도 가족 단위 정액요금제를 내놓는 등 경쟁의 무대가 유·무선 통합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만큼 SKT로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SK브로드밴드와 합병을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상응하려면 먼저 SK브로드밴드가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 전환이라는 단초가 SKT에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SK브로드밴드와의 합병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SK그룹 내 흩어져 있던 유선사업에 대한 교통정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합병의 걸림돌인 SK브로드밴드의 적자 문제가 불식된다면 합병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업계에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6월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작업 마무리 시점에 맞춰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합법 법인이 출범할 가능성의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얼마 전 증권가에서 정통부 고위 관료를 지낸 인사가 SK텔레콤-브로드밴드 통합법인 CEO 물마에 올라 있다는 설이 나돌았는데 이는 이러한 기류(합병 진행)를 반영하는 것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초 정보통신부 장관 출신 이석채 회장이 KT의 CEO가 된 데 이어 지난해 말 LG U+도 정통부 장관 출신의 이상철 전 KT 사장을 새 CEO로 맞이했다. 현재 SK가 정부관료 출신 CEO 물망설이 나돌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정부는 물론 업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두 통신업체 수장에 밀리지 않기 위한 SK의 고민이 담겨져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SK측은 합병설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권과 증권가에선 위에서 살펴본 정황(?)들을 토대로 양사가 합병을 하는 쪽으로 시선이 기울고 있다.

서병곤 기자 sbg1219@news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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