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구조 해소 '불씨', 소송 등 장기전 예고 신격호 의중 실마리 찾나

▲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진=뉴시스 제공)

완승 신동빈, 원리더 체제 공고 사태수습 급선무
분쟁장기화·지배구조개선·反 롯데정서 난제 산적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롯데가(家)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된 일본 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승리로 끝이 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발빠르게 임시주총을 마련하고 결과적으로 자신이 안건으로 올린 사외이사 선임, 법과 원칙에 의거한 경영 방침 확인 등이 모두 통과시키면서 일사천리로 일을 마무리 지었다. 주총 특별결의사안은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즉 이번 주총으로 신동빈 ‘원리더’ 체제에 대한 지지를 확인하는 동시에 재신임을 확정한 자리였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권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분쟁 장기화가 예고되고 있다. 일단의 승리를 거뒀지만 신 전 부회장의 반격과 지배구조 개선, 돌아선 여론 달래기 등 신 회장이 풀어야할 숙제는 여전히 산적해 있다.

귀국한 신동주, 몇일째 두문불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번 한일 롯데 주주총회에서 승리했지만 여전히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남아있다.

복잡한 지배구조의 핵심인 친족간 지분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만큼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한 축을 이뤘던 신동주 전 부회장이 어떠한 행보를 보이느냐가 가장 큰 변수다.

이번 주총에서 일단 승패가 갈렸지만 여전히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을 위협할 만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롯데는 형제의 지분이 비슷하다. 롯데쇼핑의 경우 신 회장의 지분율은 13.46%,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은 13.45%다. 이 밖에 롯데제과 신동빈 5.34% 신동주 3.95%, 롯데칠성 신동빈 5.71% 신동주 2.83%, 롯데푸드 신동빈 1.96% 신동주 1.96% 등이다.

특히 사실상 한일 롯데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광윤사의 지분 또한 서로 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9시30분부터 도쿄 데이코쿠(帝國) 호텔에서 진행된 주총은 약 20분 만에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당초 신 저 부회장은 위임받은 신 총괄회장의 의결권이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당황한 채 주총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주총 결과와 상관없이 경영권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음을 시사하며 반격을 예고했다.

지난 17일 아사히신문과 NHK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신 전 부회장이 주총 후 기자들에게 “친족간의 갈등으로 많은 불안을 안겨드린 데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내가 믿는 바를 관철해 나가며 앞으로도 동료 및 거래처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신 전 부회장은 이렇다 할 반격카드를 꺼내들지 못하고 있다.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패배를 확인하고 하루 뒤인 지난 18일 급거 귀국한 신 전 부회장은 사흘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적극적인 언론플레이로 동생에 반격을 예고했지만 한국에서는 조용히 장기전에 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 측이 이사회 교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지만 추가 주총이 열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주총에서 신동빈 회장의 우호지분이 확인된 만큼 신 전 부회장도 주총 표대결을 벌여봐야 이기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일본에서 법정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지루한 법리 다툼이 벌어지면서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된다.

장기전 대비, 반격 실마리 찾나

재계는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주총 결과를 보고하고, 법정 소송 등 향후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국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신 회장이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과 상의도 없이 L투자회사 12곳의 대표이사로 등재한 것과 관련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까지 신 전 부회장이 입국한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신 총괄회장과의 만남 여부도 확인이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다.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의 힘’을 무기로 경영권 싸움을 시작했다. 이미 한국과 일본 그룹을 장악하며 이사회와 경영진, 주주들의 지지를 무기로 삼았던 신동빈 회장과 가장 극명하게 달랐던 부분이기도 했다.

신 회장 해임지시서를 공개했을 때도, L투자회사 대표이사 등기 변경 때에도 신 전 부회장의 멘트에는 항상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아니다’라는 애기뿐이다. 아울러 신 회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모든 행동에 신 총괄회장의 의중과 관련된 얘기를 하는 것은 명분을 얻기 위함으로 해석된다”며 “다만 신 총괄회장의 육성 등이 공개됐을 때도 신 총괄회장이 믿고 있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아버지의 선택을 받고 있는 자신과 아버지가 선택하지 않고 분쟁을 일으킨 신 회장과 비교하며 여론 및 분위기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송전으로 이어질 경우 두 형제 뿐 아니라 그룹에도 피해가 불가피하는 점에서 신 전 부회장은 발 빠른 대응을, 신 회장은 조기 진압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국롯데 지분을 상당수 보유한 상태인 신 전 부회장이 지분 정리를 이유로 일부 계열사 분리를 주장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신동빈 회장이 ‘원롯데-원리더’를 주창하며 분리 경영을 완곡하게 거부하고 있는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뉴시스)

신동빈, 돌아선 가족 품기 숙제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를 비롯해 친족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는 반면 신 회장은 그동안 등을 돌린 것이 아니냐고 관측됐던 가족과의 화해가 숙제다.

롯데의 1인자가 된 신 회장에게 가족과의 화해는 글로벌경영 및 경영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필수다.

지난 7월28일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직에서 전격 해임한 것을 시작으로 장남인 신 전 부회장의 반격으로 롯데일가에 폭풍이 몰아쳤다. 이후 신 회장을 제외한 가족들이 ‘反신동빈’ 연합을 형성하며 롯데 경영권 분쟁은 정점을 맞이했다.

특히 분쟁 초반에는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신선호 일본 산사스 사장 등이 신 전 부회장의 편에 서서 분쟁의 구도를 ‘총수 일가 vs 신동빈 회장’으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

신 회장이 1인자가 된 현 시점에서 돌발변수를 줄이려면 바로 등을 돌렸던 가족과의 화해 또는 응어리를 풀어내는 것이다.

신 회장에게도 가장 큰 변수이자 키포인트를 쥔 주인공은 신격호 총괄회장이다. 신 회장이 아버지 신 총괄회장에 반기를 든 모양세 였지만 결국은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얻는 것이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룹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도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다. 신 총괄회장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도 신 이사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신 이사장이 현재 롯데그룹 계열사 롯데쇼핑(0.74%), 롯데제과(2.52%) 등의 지분을 고루 보유하고 있고, 신동주·동빈 형제의 지분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에서 향후 경영권 분쟁이 계열사 별로 진행될 경우 키 플레이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신 회장이 한국롯데 경영을 맡은 후 경영 일선에서 밀려나 불만히 쌓여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신 이사장은 신 전 부회장의 가장 큰 우군으로 꼽혔지만 현재는 중립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가라앉지 反(반) 롯데정서, 지배구조 개선 ‘속도’

이와 함께 ‘원리더’로 올라선 신동빈 회장은 장기화될 경영권 분쟁에 대비하는 것 만큼이나 이번 사태로 조성된 反(반) 롯데정서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숙제다.

이번 주총으로 1차 분쟁이 일단락되고 신 회장이 지배구조개선 카드를 꺼내들며 진화에 나섰지만 소비자들의 롯제제품 불매운동이 이어지는 등 여론은 여전히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는 세무조사 등을 통해 롯데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이어 롯데리아까지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이 회사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에서 주요 고리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조사확대에 대한 가능성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치권에서도 롯데를 중심으로 한 재벌 개혁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정감사를 앞두고 여·야 모두 한목소리로 문제가 있는 재벌 총수는 증인으로 부를 것이라고 하고 있다. 이에 재계에서는 국회가 신동빈 회장을 증인으로 출석하기를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대국민사과 당시 약속한 지배구조 개선안을 신속하게 추진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은 80개에 달하는 방대한 계열사 지배구조에 대한 정리를 올해 연말까지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4월 기준 416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다. 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전체 순환출자고리 459개 중 무려 90.6%에 달하는 수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선행 작업으로 롯데는 호텔롯데의 기업공개(IPO)를 통한 상장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호텔롯데는 롯데 그룹 계열사 6곳의 최대주주이자 주요 계열사 지분 상당 부분을 보유한 사실상 지주회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 등 국내 증권사와 외국계 증권사 10여 곳이 롯데호텔로부터 전일(19일) 제안요청서(RFP)를 받았다.

이들 증권사가 제안서를 발송하면 롯데그룹은 31일까지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를 작성, 9월 초 구술평가(PT) 등을 거쳐 상장 주관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이후 법률 검토와 이사회 심의를 거친 뒤 연내 주주총회를 열고 상장에 관한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실제 상장으로 이어지는 예비 심사 청구를 언제하게 될 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롯데그룹 측은 밝혔다. 한편 업계에서는 호텔롯데의 상장 뒤 기업 가치를 20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다.

국민들의 반감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대국민사과에서 공언한 약속만으로는 ‘반 롯데 정서’를 쉽게 돌리기 어렵다고 판단, 다양한 후속책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인 사회공헌 활동 강화도 이 같은 일환인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 그룹 관계자 “롯데 그룹 내 사회공헌(CSR) 팀이 존재하는데 이번 경영진 분쟁 사태가 마무리 될 경우 장학사업 등 사회공헌 사업에 나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는 지난 2009년 기업형슈퍼마켓(SSM)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최근에는 대형 쇼핑몰 설립을 두고 지역 소상공인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는 금명간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롯데가 재계 서열 5위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실천할 지 여부에 대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원 리더로 자리매김한 신동빈 회장이 사재 출연을 통해 사회 공헌 사업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고 있다.

이외에도 롯데그룹은 향후 언론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롯데언론재단(가칭)도 설립해 언론의 취재 활동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린데 대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회공헌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있지만 현재 신동빈 회장의 사재출연 등은 논의된 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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