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특집/ 화제의 4인 의원

[뉴스포스트=도기천 기자] 2010년 국정감사가 열띤 공방 속에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 올해도 국회의원들의 무수한 질타와 의혹 제기, 피감기관들의 항변이 이어졌다. 낙지, 배추, 가스통이 등장해 ‘이벤트성’은 커졌지만, 왠지 ‘알멩이’는 빠진 느낌이다.  본지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알찬 준비와 질의로 주목받은 화제의 의원 4명을 짚어봤다.

우제창 의원(민주당ㆍ정무위)
정경유착 ‘킬러’…야권 최고 ‘경제통’

  
우제창 의원은 한마디로 ‘경제통’으로 ‘통’한다. 물었다하면 끝까지 파헤치는 근성으로 유명하다. 특히 재벌관련 비리는 잡혔다하면 반드시 끝을 보고 마는 성미.
경기 용인에 지역구를 둔 재선의 우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전문가. 관료사회와 재계는 물론 검찰 등 사정기관 내부에서도 깐깐한 의원으로 이름이 나 있다.
원내 대변인 시절인 지난 2월에는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자로 나서 금융기관의 낙하산 인사 실태를 놓고 서울대 경제학과 은사인 정운찬 국무총리를 강도 높게 추궁하기도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에서 돌아온 뒤 씨티은행 등 외국계 은행에서 근무한 경력과 특유의 성실함은 정무위 활동 등 경제계 감시자로 성장하는 데 큰 자산이 됐다. 금융기관에 대한 권력 개입 의혹 관련 제보가 답지하는 것도 그 덕분이다.
우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도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정권 차원의 금융기관 장악 의혹을 파헤치는데 주력한 것.
국감장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나 선진국민연대 등 이른바 친이명박계(친이계) 출신들이 금융기관과 민간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의 명단을 낱낱이 공개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명박 후보 캠프의 ‘경제 살리기 특위’에 참여했던 인물들과 대선 외곽지원 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소망교회 출신의 인물들이 공기업이나 금융기관 요직에 배치된데 대해 ‘청와대 개입’ 의혹을 제기한 것. 
또 12일 국감때는 KB국민은행이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 조직이던 ‘선진국민연대’ 관련 업체에 특혜성 대출을 해줬다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국감에서 국민은행 청운동 지점장을 출석시켜, 의원실이 입수한 국민은행의 ‘여신심사 결정서 종합심사 의견서’를 제시하며 지난 2008년 8월 와인프린스에 17억원을 대출해준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우 의원은 "와인프린스의 실질적 소유자인 이미영씨는 박영준 당시 국무총리실 차장을 비롯해 정인철 전 청와대 비서관 등 권력실세들과 자신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모임을 갖는 등 현 정권 핵심인사들과 친분이 있다"며 “신생업체로 실적과 유통망이 전무한 기업임에도 대출을 승인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어윤대 회장을 비롯, 여권 비선라인의 인사 개입 의혹이 불거진 KB금융지주 고위 인사들을 줄줄이 국감 증인으로 관철시키는데도 그의 역할이 컸다는 게 동료의원들의 전언이다.
또 공정거래위 국정감사장에서는 ‘4대강 사업 입찰담합 의혹’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 지연을 질타하는 우 의원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기도 했다.
우 의원은 "국민의 막대한 세금으로 재벌 건설사들의 배를 불리는 작금의 사태를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정호열 공정거래위원장을 몰아세웠다.
우 의원은 "우리 사회를 과거로 되돌려놓는 금융기관의 권력 사금고화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우 의원은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거쳐 현재 정무위 간사를 맡고 있다. 얼마전 있었던 당대표 선거때는 ‘손학규 캠프’에서 언론을 담당하며 ‘입’노릇을 해온 손 대표의 최측근이다.

홍정욱 의원(한나라당ㆍ외교통상위)
외교부 자녀 특채, 해외성매매 파헤쳐

홍정욱 의원은 2008년 4월 총선때 서울 노원구에 전략공천 돼, 당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격돌해 숱한 화제를 만들었던 인물이다. 당시 야권의 TV토론주자로 뉴스메이커였던 노회찬 의원을 꺾고 여의도로 입성했다. ‘쿨한 보수’ ‘젊은 보수’로 알려진 홍 의원은 베스트셀러 ‘7막7장’의 저자, 하버드 대학 졸업, 스텐포드 법대 박사학위, 30대때 언론사 대표 역임 등 화려한 경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수려한 외모에다 정교한 논리와 언변을 갖춰 차세대 유망한 정치인 중 한명으로 회자된다. 최근 모 주간지가 전문가 1500명을 대상으로 50세 미만의 인물들 중 ‘차세대 리더’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로 꼽혔다.
그는 기라성같은 중진 의원들이 포진해있어 ‘상원(上院)’으로 불리는 외통위에서 3년째 몸담으면서 외교통상부의 폐쇄적인 내부 문화와 순혈주의적 인사시스템을 줄곧 비판해왔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발로 뛰는 준비로 “외무고시 2부시험 합격자의 41%가 외교부 고위직 자녀”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대어’를 낚았다. 지난 1997년부터 2003년까지 22명을 선발한 외시 2부 시험에서 모두 9명이 전.현직 장.차관과 3급 이상의 고위직 자제였다는 것.
외교통상부 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고위직 자녀의 25%가 핵심부서인 ‘북미국’에 배치돼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밝혀내 외교부의 인사개혁을 추동하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홍 의원은 사실 확인을 위해 보좌진과 함께 국감 한달 전부터 외교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분석작업을 벌였고, 외교부에 보좌진을 보내 ‘팩트 확인’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또 외교통상부가 현지인력 채용 명목으로 받아간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외교통상부가 전문가 등 우수한 현지 직원 채용을 위해 쓰겠다며 올해 1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지만 우려했던 대로 기존 행정원을 재채용한 것이 81명이나 됐다”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질타했다.
그의 치밀한 국감준비는 해외 성매매 실태를 담은 동영상에서 빛을 발했다.
홍 의원은 지난 4일 외교통상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해외 유흥업소 취업을 알선하는 취업정보 사이트와 국내 남성들의 해외 성매매 실태를 담은 동영상을 발표, 해외 성매매 현황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홍 의원은 동영상을 찍기 위해 보좌진을 캄보디아로 보내 현지 시민단체와 성매매 여성들과 인터뷰를 하는 열의를 보였다. 캄보디아 시민단체(NGO)의 아동 성매매 근절 광고에 영어와 함께 한글로 ‘청소년 대상 성매매 절대 금지’라고 쓰여있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홍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는 한때 제1부서였던 외교통상부가 중하위 부서로 전락한 데 대한 원인을 짚는데 초점을 맞췄다"면서 "앞으로 탈북자 문제를 비롯해 통일문제에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선 의원 (미래희망연대ㆍ국방위)
불량 전투화 추궁…국방 태세 질타

“천안함 사태를 보면 직무유기, 경계 태만, 지체 보고, 보고 왜곡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잘잘못을 확실히 해야 한다”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한 여성 의원이 별들을 긴장시켰다.
주인공은 바로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 송 의원은 30여년간 북한과 안보를 연구한 정치학자 출신이다.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정책실장, 안보전략센터 소장 등을 거친 이력 등으로 여성으로는 드물게 '국방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송 의원은 이번 국감에서 공군전투기 노후, 현역병들의 보급품 불량 문제, 주한미군의 폐탄약 수만톤 방치, 천안함 생존장병 예우 등 예민한 부분을 여과없이 건드려 눈길을 끌었다.
송 의원은 18일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천안함 생존자 58명의 현재 상태를 낱낱이 공개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바로 어머니의 마음에서다. “2차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검사를 지난 10월 초부터 실시하여 10월 17일 현재 50명이 검사를 마쳤다. 지난 5월 실시한 1차 검사결과에서는 급성스트레스 장애 6명, 고위험군 13명, 중위험군 16명, 저위험군 23명으로 나왔다”며 “검사결과에 따라 집중적인 치료 및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송 의원은 현역병들의 보급품 등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송 의원은 병사들이 신고 훈련을 받는 신형전투화에서 물이 새고 뒷굽이 떨어지는 등 심각한 결함이 발생한 것을 집요하게 따져 물었다.
"전투화는 장병이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기동 전력 필수품이자 장병들의 위생과도 연결되는 매우 중요한 물품"이라며 "방수는 커녕 오히려 물이 줄줄 새, 장병들에게 습진과 무좀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해 국방부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송 의원의 송곳 질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송 의원은 비무장 지대(DMZ) 인근에 배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한 국방부에 대응 태세 여부, 장사정포가 G20정상회의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질의로 국방부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송 의원은 "장사정포는 2초당 한발을 발사, 경기도권까지 사정권에 든다"며 "사거리가 길어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수도권 지역에 포탄을 쏠 경우 시민들이 받을 타격은 매우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송 의원은 한국과 주한미군의 폐탄약 수만톤이 미군측과의 이견으로 방치되고 있는 것도 밝혀냈다. 14일 계룡대에서 열린 육군본부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6월 준공된 폐탄약 처리시설이 미군측의 합의각서 수정 요구로 가동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에 따르면 한국군과 주한미군 폐탄약 7만3472t을 처리하는 탄약비군사화 사업을 위해 양국이 맺은 합의각서를 미군측에서 지난 7월 상호군수지원협정(MLSA-IA)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바람에 폐탄약 처리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밖에 최근 5년간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200해 이상 침범한 것을 공개하며 군의 경계 허점을 지적했다. 2006년 21해, 2007년 28해, 2008년 24해, 지난해 50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88해  NLL을 침범했으며, 특히 최근 급증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송 의원은 북한의 NLL 침범 횟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제2의 천안함 사태를 막기 위해선 해저환경조사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정희 의원(민노당ㆍ기획재정위)
소외계층 대변, 대기업 비리 수사 촉구

민주노동당이 5석의 소수 야당으로 국정감사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민노당 당대표를 맡고 있는 이정희 의원의 활약이 주목받고 있다. 송곳 같은 질문으로 증인들을 긴장하게 만들면서 ‘제2의 심상정’으로 불리고 있다.
이 의원은 69년생으로 올해 41세다. 지난 7월 ‘최초의 젊은 여성 당대표’로 선출돼 정치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던 인물. 
최근에는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진보임을 인정받기 위해 북의 권력승계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던 장본인.
그만큼 이번 국감에서도 확고한 소신을 보였다.
이 의원은 야당의 수적 열세가 두드러지는 상임위 중 하나인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하지만  이곳에서 그 어떤 의원보다 눈에 띄는 활동을 하고 있다.
11일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FTA 협상체결에서만 높은 실적을 기록한 반면, 기업들의 활용도를 높이는데는 실패했다고 질책했다.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추진중이나 실상 이에 대한 혜택은 대기업에 집중되는 등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먼 산 바라보는 형국’.
현행 6천유로 이상을 EU에 수출하는 기업이 특혜관세를 받기 위해서는 인증수출자로 지정되어야 하나,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상 업체 7천664개 가운데 단 22개만 지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결국 문제의 핵심은 기존 FTA를 포함해 각 협정마다 원산지증명이 까다롭고 내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업 대다수가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세청 차원의 지원 대책을 촉구했다.
또 20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는 금융실명제법이 사실상 허용하고 있는 차명계좌가 탈세를 양산하고 있어 이를 개선하는 법개정이 시급하다고 다그쳤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차명계좌를 사용해 조세를 포탈한 것으로 알려졌고, 태광그룹의 이호진 회장도 차명계좌를 통해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차명계좌도 부동산처럼 명의자만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강행규정을 신설하고, 형사처벌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현행 금융실명제법은 실소유주나 명의 대여자에 대해 아무런 처벌규정이 없어 사실상 차명을 허용하고 있어 차명이 판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세부담의 공평성 확보와 조세정의 실현을 위해서는 금융실명제가 제대로 정착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출신답게 똑부러지는 언변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종 현안에 대해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동자들을 대변한다’는 당의 당대표답게 바쁜 국감기간에도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단식투쟁 현장으로 달려가고, 전남 순천에서 비정규직노동조합을 준비하는 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20일 국감 때는 현대건설 도로공사 현장에서 기계임대료 체납에 항의해 분신한 남성노동자의 이야기를 꺼내며 ‘관급공사 기계임대료 체납률’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등 소외된 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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