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 복귀 막후

[뉴스포스트 = 강은지 기자] 박삼구 명예회장이 전격 복귀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총수직에서 물러난 지 15개월 만이다. 사실 박 회장의 복귀는 지난 7월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된 박찬법 전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사퇴하면서부터 점쳐져 왔다. 재계 일각은 그의 복귀에 그룹의 조기 워크아웃 졸업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일각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뉴스포스트>가 박 회장의 초고속 복귀를 바라보는 일각의 시각을 쫓아봤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11월1일 본사 27층 집무실에 출근해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고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로써 박 회장은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석유화학 계열사들을 제외한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대한통운 등 나머지 계열사들의 경영을 맡게 됐다.

경영일선 초고속 복귀 배경

앞서 금호아시아나 측은 29일 “그룹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주채권은행과의 합의에 따라 다음달 1일 박삼구 명예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복귀한다”는 예정에도 없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일부 계열사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에 들어가는 등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금호아시아나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박 회장의 경영복귀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고 시점을 조율해 왔다. 때문에 내년 사업계획을 본격적으로 구상해야하는 시기인 11월로 복귀시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복귀는 지난해 7월28일 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15개월 만이다. 당시 박 회장은 경영상의 갈등을 빚은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해임하고 자신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오너 형제의 퇴진 이후 금호그룹은 더 큰 시련을 겪었다. 대우건설 풋백옵션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대우건설을 인수한 지 2년여 만에 다시 시장에 내놓게 된 것이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계열사들이 실적부진을 겪으며 금호산업,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작업)을 개시하고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 등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됐다.

‘부실경영’ 책임 사퇴 이후 15개월만에 전격 복귀
일각 “도덕적 해이, 고통은 조합원만” 비판 쇄도


그룹이 위기를 겪으며 오너 책임론도 함께 수면위로 떠올랐다. 박삼구 회장 등이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룹 유동성 위기와 워크아웃 사태까지 불러왔다는 것이다.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박 회장의 경영복귀는 묘연해 보였다. 그러나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 앞서 지난 3월15일 채권단과의 경영정상화 방안 합의에 따라 경영에 복귀하면서 박 회장의 경영복귀 가능성도 조금씩 가시화됐다.

박삼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 회장에 오른 박찬법 회장이 지난 7월31일 1년을 채우고 건강상의 이유로 회장직에서 물러나자 일각에서는 이를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를 위한 초석 작업으로 내다봤다.
이후 8월 초 박삼구 회장이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신의 의지를 밝힌 장문의 메일을 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사실이 확인되면서 박 회장의 복귀는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였다.

이 메일에서 그는 “채권단과 맺은 경영정상화 계획을 성실히 실행해 워크아웃에 들어간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을 조기에 정상화 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탄오너’ 불편 시각 여전

하지만 그의  복귀를 두고 그룹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분석과 경영 실패 장본인의 복귀가 너무 빠른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과 금호타이어 노동조합 등 노조들은 박 회장의 경영복귀에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금호타이어지회 측은 “경영실패 책임자는 ‘경영복귀’ 하고, 채권단은 MOU체결을 파기하고, 사기꾼(채권단, 경영진)들 놀음판에 돈대주는 꼴이 됐다”며 “2010년 임·단협 조기교섭으로 임금 40%삭감, 단협개악, 생산량증가 등으로 워크아웃의 모든 고통은 오로지 현장조합원에게 전가, 조합원만 봉이 됐다”고 반발하며 강력 대응방침을 밝혔다.

노조 측은 기존 오너일가가 경영에 복귀할 경우 그간 황제경영에서 불거졌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전문경영인(자본과 경영을 분리한 독립경영)이 기업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 역시 박 회장의 경영복귀에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박 회장은 15대 1의 감자(감축자본)를 통해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등을 무리하게 인수해 그룹을 위기에 빠뜨린 점과 더 나아가 금호타이어가 2008년 페이퍼 컴퍼니인 비컨과의 이면계약을 맺고 허위 공시한 점 등 경영총수로서 부당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지 1년도 채 안된 상황에서 박 회장의 복귀가 이뤄진 것은, 그룹을 위기에 빠뜨린데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은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 등의 감자로 대주주 일가의 지분은 상당부분 희석됐다”고 주장했다. 이미 대주주로서의 책임은 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회장은 대우건설 인수 등으로 그룹을 유동성 위기로 몰아넣었던 만큼, 당분간 부실경영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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