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상장 등 지배구조 개편, ‘빅딜’ 화학부문 강화 3대축 사업재편

▲ 사진=뉴시스 제공

유통·서비스, 개방과 협력 키워드 강조
롯데제과 발판 한·일 시너지 경영 본격화

[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롯데는 따가운 시선 속에 올 한해를 보냈다. 올 초부터 본격화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끝을 모르고 달리고 있고 내수가 얼어붙으면서 그룹의 핵심 사업인 유통부문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업계 1위를 지켜온 면세점 사업에서 잠실 롯데월드점을 잃으면서 재계 5위 위상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롯데는 ‘원리더 체제’ 유지와 함께 그룹에 닥친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를 위해 롯데는 빠른 지배구조 개편과 과감한 사업재편을 통한 그룹 체질개선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권 분쟁 ‘종식’ 숙제

가장 크고 급한 난제는 흔들리고 있는 지배구조를 다잡는 일이다. 창업주인 아버지까지 엮이며 오너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은 내년까지 이어질 숙제다.

올 초 신동주 전 일본 롯데 부회장이 아버지와 함께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촉발된 경영권 분쟁은 일본 주주 지지를 확보한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복잡한 옥상옥 지배구조 속 만만치 않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지지를 등에 업고 한국과 일본 동시다발적인 소송전에 돌입하면서 다시 경영권 분쟁의 불을 붙였다.

결국 롯데그룹이 2016년을 온전히 걸어가기 위해서는 어지러운 경영권 분쟁을 해결해야하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과 일본 롯데 임직원의 지지를 기반으로 한 신동빈 회장은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원리더’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호텔롯데 상장은 향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체제를 더욱 공고하게하는 지배구조 개선에 핵심이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 순환출자의 핵심인 호텔롯데를 장악해야 대다수 한국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의 지분 8.83%를 포함해 롯데제과(3.21%) 롯데칠성(5.92%) 롯데케미칼(12.68%) 롯데푸드(8.91%) 대홍기획(12.76%) 롯데건설(43.07%)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내년 2월 상장을 목표로 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신청했다.

상장 예비심사 결과는 내년 1월안에 나올 전망이다. 상장이 승인된 이후 호텔롯데는 수요예측, 공모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2월 또는 3월 상장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

신동빈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에 이어 롯데정보통신에 대한 상장 작업을 추진하고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코리아세븐 등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에 대한 IPO 작업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롯데그룹이 호텔롯데에 대한 상장을 통해 그룹 전반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다. 호텔롯데의 상장을 통해 일본 지분을 축소시키고 주주구성을 다양화한다는 데 목적이 있다.

이를 통해 그룹 전반적인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 확보, 옥상옥 지배구조 속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신동주 전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과 동시에 이를 주도한 신동빈 회장 체제는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신 회장이 밝힌 지배구조 개편의 관건은 약 7조원으로 예상되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데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다.

여기에 일본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는 주요 계열사인 롯데제과 주식을 매입한 것도 신동빈 체제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한국 롯데제과는 지난 21일 일본롯데의 공개매수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자기주식 1만4052주(0.99%)를 처분하기로 했다.

일본롯데는 이번 매입을 통해 롯데제과 지분을 최대 10%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신동빈 회장도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제과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지분율을 3.52%에서 8.78%까지 끌어올렸다.

단순 계산으로 신동빈 회장은 롯데제과에 대한 개인 지분 8.78%, 일본 롯데 지분 10%, 롯데알미늄 15.29% 등 최대 40% 안팎의 우호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반면 신동주 SDJ 코퍼레이션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은 3.96%다. 부친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분 6.83%를 합친다고 해도 10% 안팎이다.

롯데 제과는 롯데그룹의 중간 지주사로서 롯데칠성음료(19.29%)나 롯데쇼핑(7.86%)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상당수 갖고 있기 때문에 롯데 제과를 지배하는 쪽이 계열사 장악력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일본 롯데의 도움을 얻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경우 호텔롯데 상장 작업을 주도한 만큼 향후 주주들로부터의 지지를 얻어 원톱 리더 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 사진=뉴시스 제공

사업재편 키워드, 선택과 집중·시너지 경영

경영권 분쟁이라는 변수를 넘어선다면 롯데그룹은 2016년 본격적인 신동빈 회장의 ‘원리더’ 체제가 본격 가동되게 된다.

특히 롯데는 지난 2009년 제시한 ‘비전 2018’을 위한 본격적인 성과를 도출해야하는 시기다. 회장은 보스톤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2018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돌파하고 아시아 톱 10 글로벌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비전을 내놨다.

하지만 내수 불황으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과 기대만큼 성적을 내지 못한 화학분야의 부진으로 목표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의 ‘원리더 체제’는 ‘선택과 집중’과 ‘시너지 경영’을 키워드로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유통 뿐 아니라 화학과 금융 등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안돼 그렇지 않은 분야에 대한 구조조정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올해 투자 규모로 공언한 7조5000억원도 핵심 분야에 쓰인다.

롯데는 그동안 유통에 치우처진 그룹 구조를 화학산업이 포함된 3대축으로 사업 재편에 나섰다.

이를 위해롯데그룹은 10월 30일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3조원에 인수하는 초대형 M&A를 단행했다.

그동안 롯데그룹에서 추진해왔거나 추진했던 사업은 유통업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이뤄졌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면세점 등으로 대표되는 유통업과 호텔롯데로 대변되는 서비스업 등이었다.

하지만 이번 삼성그룹과의 화학분야 빅딜을 통해 롯데그룹은 또 다른 미래 신성장동력 양날개를 장착했다. 특히 규모의 경제 실현을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 수직계열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등을 바탕으로 종합화학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사실 롯데케미칼을 위시한 화학사업은 지난해부터 매출액이 줄어드는 추세로 접어들며 비전 달성에 먹구름이 꼈다. 롯데케미칼은 공시로 확인가능한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손익이 역성장한 성적표를 내놓는 등 부진을 거듭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빅딜’로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14조9000억원에 수하는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 등 3개사의 매출액이 합쳐지면 총 2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이로 써 비전달

더욱이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의 기초가 되는 원료 사업에서 강점을 지녀 이번 빅딜을 통해 수직계열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확대까지도 가능하게 됐다.

그동안 식품과 유통에 강점을 보였던 롯데그룹은 신 회장이 경영에 참여한 이후 석유화학 부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왔다.

2000년대 들어 신 회장은 롯데대산유화(현대석유화학 2단지)와 케이피케미칼을 인수했으며, 2009년 호남석유화학과 롯데대산유화의 합병에 이어 지난 2012년에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을 합병해 롯데케미칼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기도 했다.

글로벌 사업 강화도 빼놓을 수 없다. 신 회장은 2009년 영국 아테니우스사의 고순도 테레프탈산(PTA)과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생산 설비를 인수해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 것을 시작으로 2010년 1조5000억원을 들여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석유화학회사인 말레이시아 타이탄을 인수했다.

지난 6월에는 미국 액시올사와 합작으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를 이용한 에탄크래커를 건설키로 합의·본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8월에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지역에서 부타디엔고무(합성고무의 일종) 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합성수지의 기초가 되는 원료 사업에서 강점을 지녔다”며 “이번 계약으로 수직계열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확대가 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통·서비스 분야는 연계와 개방성에 역량을 집중한다.

신 회장은 이달 초 정책본부 주요 임원회의에서 “빠른 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와 개방성이 필요하다”며 “계열사 간 코워크(co-work)를 넘어 대학이나 협력사, 심지어는 타 회사와도 필요할 땐 협력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개방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는 옴니채널 구축·글로벌 경영·복합단지 건설 등을 자사의 신성장동력으로 꼽는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찾은 소비자들이 근거리통신망을 이용한 ‘스마트 비콘 서비스’를 통해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제공되는 이벤트 정보와 할인 쿠폰 등을 살펴보고 있다.

옴니채널 전략이란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 등 소비자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쇼핑 채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고객 입장에서 마치 하나의 매장을 이용하는 것처럼 느끼도록 매장의 쇼핑환경과 사용자 경험을 융합하는 것을 말한다. 롯데는 지난해 3월 그룹의 옴니채널 추진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현재 롯데의 주요 유통사인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닷컴 등을 포함한 총 19개 유관사가 협력해 옴니채널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는 올해 2월 미래전략센터 내에 ‘롯데 이노베이션 랩’을 설립해 옴니채널 관련 트렌드 및 신기술에 대한 스터디와 관련 서비스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엔 통합 포인트 제도인 ‘L.POINT’를 론칭했다.

롯데홈쇼핑은 IT와 제조업의 융합을 확대한다. 롯데홈쇼핑이 업계 최초로 독립형 데이터홈쇼핑 채널 ‘롯데OneTV’를 선보였다. 올해 3월 업계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T-커머스인 ‘롯데OneTV’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판매자의 자율 입점과 구매자의 선택 시청 방식으로 운영되는 오픈형 데이터홈쇼핑으로 상품 수와 편성시간 등에 대한 제한 없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일본 롯데와의 시너지 시동

이와 함께 원리더의 핵심이 되는 일본롯데와의 시너지를 성과로 도출해야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일본롯데의 주력이 식품인 만큼 롯데쇼핑·롯데제과 등과 함께 시너지를 일으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 행보 중 일환으로 일본 롯데와 롯데제과의 주식거래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신 회장의 지배기반을 확보라는 의미 뿐 아니라 일본 롯데와 제과사업의 협력을 본격화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롯데제과가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만4052주(지분 0.99%)를 일본 (주)롯데에 매각한다고 21일 공시했다. 주당 매각 가격은 230만원으로, 전체 매각 대금은 323억원 규모다.

롯데제과는 이번에 자사주를 매각하는 이유에 대해 “일본 롯데와 제과사업을 협력하고 매각 대금으로 재무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자기주식을 처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제과 지분을 다수 보유함으로서 제과분야에서 양사간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가능하다. 한국 롯데제과의 폭넓은 해외 유통망과 일본 롯데제과의 신제품 개발능력이 결합할 경우 높은 시너지가 가능해, 해외진출이 더욱 수월해질 수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롯데의 롯데제과 지분 추가 매입은 신동빈 회장에게 힘을 싣기 위한 것”이라며 “롯데제과가 다수 국가에 진출한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 롯데제과를 따로 경영하기보다 힘을 합해 함께 움직이면 해외진출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