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방지법이 부른 필리버스터에 '국회 공전'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윤성호 기자] 야당의 테러방지법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29일 7일째 이어지면서 정국 대치 상태가 심화되고 있다.

테러방지법 처리에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데 대해 여당은 결코 수정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맞서면서 이른바 '필리버스터 대치 정국'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따라 오는 26일로 예정된 본회의도 무산 위기에 처하면서 북한 인권법 등 무쟁점 법안 처리가 어렵게 됐다. 무엇보다 여야가 이날 합의처리키로 했던 선거구 획정도 사실상 '물 건너' 가는 분위기다.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가 요구한 획정안 제출 시한인 이날 낮 12시까지 선거구 획정안을 내놓지 못했다.

획정위는 23~24일에 이어 이날 오전부터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에서 넘어온 선거구 획정 기준안(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을 골자로 구체적인 선거구 획정을 시도 중이지만 시군구 분할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획정위 관계자는 "오늘 획정안의 국회 제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며 "현재 진행 상황으로 볼 때 결과가 도출된다 하더라도 밤늦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획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획정안이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야당은 지난 23일 오후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직후 더민주 김광진 의원을 시작으로 25일 오후 5시 현재(신경민 의원)까지 46시간째 반대토론을 이어가고 있다.

더민주 김기준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우리는 필리버스터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테러방지법 수정 요구가 전혀 안 받아들여지는데 선거법 때문에 이를 중단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이자 테러방지법을 대표 발의한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더이상 협상할 여지가 없다"며 테러방지법 수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맞서 본회의장 피켓 시위에 돌입하는 등 여야의 여론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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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대치 정국’ 26일 선거법 처리 불투명
與 “야, 필리버스터 악용한 선거운동 중단해야”
野 “소수정당이 다수정당 견제할 유일한 수단”


원유철 “野, 볼썽사나운 필리버스터로 최악 19대 화룡점정”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26일 "야당은 볼썽사나운 입법방해 필리버스터로 19대 국회의 오명에 화룡점정을 찍고있다"고 비판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국민의 실망과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것을 야당은 명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야당은 무제한 토론 제도를 필리버스터로 악용하는 선거 운동을 즉각 중단하고 국가의 안위와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테러방지법 처리에 적극 동참함은 물론 국회 정상화와 민생 법안 처리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또 "각종 여론조사 결과 테러방지법 찬성이 반대에 무려 3배를 넘고 있고, 야당의 필리버스터도 찬성보다 반대가 많다는 걸 야당은 명심하라"고 주장했다.

원 원내대표는 이어 "새누리당이 발의한 테러방지법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의 안(案)보다 국정원에 대한 통제 장치가 더 많이 들어가 있다"며 "김대중 정부였던 지난 16대 국회에서 정부입법으로 제출된 테러방지법을 보면 국정원에 국가대테러센터를 설치하고 국정원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해 이 수사권을 통해 통신금융정보등을 수집하고 계좌추적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정부였던 17대 국회에서 당시 열린우리당 조성태 의원이 한나라당 공성진 정형근 의원과 발의한 세 개의 테러방지법을 통합한 정보위원회 대안이 당시 정보위 법안 심사소위를 통과했다"며 "그 내용은 국정원에 대테러센터를 설치하고 국정원에 출입국 금융거래 및 통신 이용정보수집 및 테러혐의자에 대한 조사권을 부여토록 명시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직권상정된 테러방지법에 대해 "분명히 말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국정원이 직접 도감청을 절대로 할 수 없고 반드시 법원의 영장이 있어야 가능하도록 돼 있다"며 "특히 통신수단을 사용하는 테러 혐의자 중 단 한 명이라도 우리 국민이 포함되면 통비법 제7조 1항에 따라 고등법원의 수석 부장 판사 의 심사를 거쳐 발부되는 영장이 있어야 통신 감청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일반 범죄 수사보다 훨씬 엄격한 사법부 통제를 받아 법원 영장 없이 통신 감청을 한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영장을 받은 이후에는 국정원이 직접 감청을 하는 게 아니라 통신회사에 정보 수집을 요청하는데 그것도 서면으로 수집을 요청하고 그 결과도 서면으로 받는다"며 "모든 단계마다 철저히 문서로 된 증거가 남아있는데 야당의 영장 없는 무차별 감청 확대 주장은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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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필리버스터, 다수정당 견제 유일수단"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26일 테러방지법 직권 상정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대해 "소수정당이 다수정당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선대위 연석회의에서 "필리버스터 제도는 과거 폐지됐다가 지난 국회선진화법으로 부활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민들이 필리버스터제 자체를 모르다가 이번을 통해서 '국회에서 야당이 다수 정당에 맞설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이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김광진 의원을 필두로 해서 우리 당 108명 모든 의원들이 필리버스터에 참여하겠다고 하고 지금 준비중에 있는 것 같다"면서 "지금 이 필리버스터와 관련해서 국민들의 호응도 큰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의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리고, 성원해 준 국민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테러방지법과 관련 "우리 당은 절대로 테러방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내용상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현재 테러방지법이 갖고 있는 독소조항을 제거하는 데에 야당과 협의를 해서 합의처리할 수 있는 상황으로 가기를 협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 대표가 필리버스터가 시작된 뒤 공식회의석상에서 이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테러방지법 협상 가능성 아직 없어 대치 지속 될듯
북한인권법 등 무쟁점 법안 처리도 물건너 가


필리버스터 반대 46.1% vs 찬성 42.6%

한편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야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에 반대하는 여론이 찬성 여론을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2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24일 전국 성인 532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60%)와 유선전화(40%) 임의전화 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야권의 필리버스터에 반대하는 의견은 46.1%, 찬성 의견은 42.6%였다. '잘 모름'은 11.3%였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찬성 18.8, 반대 71.0%), 부산·경남·울산(찬성 32.3%, 반대 55.4%) 지역에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한 반면, 수도권(찬성 49.6%, 반대 40.9%)과 광주·전라(찬성 48.7%, 반대 35.1%)는 찬성 의견이 많았다.

대전·충청·세종(찬성 38.1%, 반대 45.6%)에서는 반대 의견이 오차 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연령별로는 50대(찬성 32.9%, 반대 57.7%)와 60대(찬성 16.0%, 반대 65.9%)에서는 반대 의견이 많은 반면, 20대(찬성 56.0%, 반대 27.9%)와 30대(찬성 68.6%, 반대 29.3%)에서는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40대(찬성 47.0%, 반대 43.0%)에서는 오차 범위 내에서 찬성이 많았다.

지지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층(찬성 10.7%, 반대 77.0%)은 반대가 많은 반면, 더불어민주당(찬성 86.0%, 반대 10.6%)과 정의당(찬성 92.4%, 반대 5.0%) 지지층은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국민의당 지지층(찬성 38.9%, 반대 46.0%)은 오차범위 내에서 반대 의견이 많았다. 이번 조사 응답률은 4.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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