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빅3 동반 하락...朴대통령.친박계 상승효과

▲ 왼쪽부터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지난달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따라 야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신청, 9일간 지속했다. 1일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는 필리버스터 종료 의사를 밝히며 긴급 의원총회를 거쳐 의견을 모았다. 9일 동안 강행군을 펼쳐온 필리버스터는 2일 이 원내대표가 마지막 주자로 나서며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다.

당초 이달 10일까지 끌고 갈 수도 있다는 선전포고와 달리 본회의장 마비 상태에 대한 비판적 여론에 야당이 한 발짝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필리버스터 강행과 종료 등 더민주당의 입장 변화에 따라 일각에서는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의 역풍을 우려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헌정 사상 유례없는 필리버스터 정국이 가져온 청와대와 정치권의 득실 여부를 짚어본다.  

역풍 우려? 더민주, 필리버스터 전격 종료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발언자 39명, 최장시간 토론 11시간 39분, 방청객 4천여명, 속기사 86명 등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정부여당이 직권상정으로까지 취급했던 테러방지법의 9조에는 ‘국가정보원장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출입국-금융거래 정리 요청 및 통신이용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적혀있다. 야당이 9일 동안이나 필리버스터를 강행해 온 직접적인 이유다.

법안에 따르면 국정원은 테러위험인물의 금융기록을 조회하고 통화 내역을 감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테러위험인물은 국정원의 판단에 따르기 때문에 생긴다.

국정원이 민간인 사찰 의혹과 불법 선거개입 등의 문제를 일으켰던 지난 사례를 비추어 볼 때 야당의 우려는 당연한 일이라는 평가다.

필리버스터에 참여했던 더민주 정청래 의원이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데 국정원은 왜 국민의 휴대폰을 뒤지려고 하느냐. 북한이 로케트를 쐈는데 국정원은 왜 국민의 계좌를 추적하려 하느냐”고 따져 물었던 토론이 대변하고 있다.

한편,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보수집단들을 더 강력하게 응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여야가 4·13 총선 선거구 획정안에 대해 극적 협의를 이뤘음에도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인해 본회의 조차 개회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선거구 백지화 상태는 지속됐고, 보수층의 결집은 더 단단해졌다는 설명이다. 총선 전략상 국회 입법 기능을 중단시키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과 함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필리버스터 종료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2016년 2월 4주차(22~26일) 주간집계에서, 새누리당이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1.8%p 오른 43.5%로 2주 연속 상승, 40%대 초중반으로 올라서며 작년 9월 2주차(45.6%)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다.

새누리당은 26일(금) 일간 지지율이 작년 9월 10일 이후 169일 만에 가장 높은 46.5%로 오르는 등 상당한 폭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야당의 反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지속되는 중에도 필리버스터를 매개로 한 대야(對野) 안보 공세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안 관련 보도가 급증하면서 지지층이 결집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권주자 빅3 지지율 추락, 2주 연속상승 朴대통령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수치상 정부여당의 승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선거구 백지 상태로 인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라 있는 핵심 정당의 대표들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2주 연속 상승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국가 안보의 위기의식에 따라 테러방지법 입법화의 필요성이 쟁점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의 취임 157주차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0.2%p 오른 46.1%(매우 잘함 17.9%, 잘하는 편 28.2%)로 2주 연속 상승하며 작년 12월 1주차(47.0%) 이후 가장 높았고,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0.8%p 하락한 48.2%(매우 잘못함 32.0%, 잘못하는 편 16.2%)로 2주 연속 4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은 주초에 있었던 북한의 ‘1차 타격은 청와대’ 발표와 주 중후반에 급증했던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안 관련 보도의 영향으로 대구·경북, 부산·경남·울산과 광주·전라, 40대와 50대, 중도보수층과 중도층 일부에서 안보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지지층이 결집한 데 따른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이번 주간집계는 2016년 2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9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60%)와 유선전화(40%) 병행 임의걸기(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5.2%이다. 통계보정은 2015년 12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집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9%p이다. 일간집계는 ‘2일 이동 시계열(two-day rolling time-series)’ 방식으로 22일 1,011명, 23일 1,014명, 24일 1,011명, 25일 1,013명, 26일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은 22일 5.4%, 23일 5.4%, 24일 5.2%, 25일 5.0%, 26일 5.1%, 표집오차는 5일간 모두 95% 신뢰수준에서 각각 ±3.1%p이다. 일간집계의 통계보정 방식은 주간집계와 동일하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한편, 이번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통해 김광진·은수미·정청래 의원 등은 각종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주목받았다. 오는 총선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입증하고 단호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기 적절한 아이템을 얻었다는 설명이다.

또 차기 대권주자 빅3의 지지율은 휘청거리는 반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몫 챙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빅3리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와중에 이 두 전·현직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며 지지층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정당 지도부는 손해를 봤지만 친박이 실익을 챙겼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역시 비박계 대표로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박 대통령과 친박이 우세한 흐름을 가져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 역시 본회의장을 마비시키고 있다는 질타를 면치 못해 지지율 하락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박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친박계는 힘 빼지 않고 주도권을 가져왔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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