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초반 긍정 여론서 부정으로 급선회

▲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9일간 지속됐던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장정이 세계최장수 토론시간을 갱신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참여한 발언 의원만 39명으로 무려 192시간 동안 토론을 진행해왔다. 테러방지법 법안 내용에 따른 정부의 ‘국민 감시’에 대한 우려가 직접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발언 시간이 길어질수록 새롭게 쓰여지는 신기록에 일각에서는 필리버스터가 총선 대비 전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등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출구전략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의 긴급 의총 결과에 따라 필리버스터가 종료됐다. 소득 없는 결말을 낸 야당의 반등효과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탔다. 상대적으로 노선이 모호했던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테러방지법과 더불어 제20대 총선 선거구가 40여일을 앞두고 결정됐다. 현역 의원들은 이제 지역구에서 전면 총선행보를 걸을 전망이다. 정치권의 총선 정국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여야 각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조망해봤다.


192시간 필리버스터 총선 후폭풍 작용
‘시간 경쟁’에 총선용 전략 비판 시각
與 반사이익...보수층 집결 효과 ‘톡톡’


◆ 野, 세계신기록 192시간 무제한 토론 강행 끝은

지난 달 23일 정의화 국회의장의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발하는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이 2일, 9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무려 192시간 30여분의 토론을 진행해온 야당은 발언자 39명, 최장시간 토론은 12시간 30분, 속기사는 86명이 동원되는 기록을 남겼다.

이들의 골자는 정부여당이 처리하려고 하는 테러방지법의 9조에는 ‘국가정보원장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출입국-금융거래 정리 요청 및 통신이용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함’이라고 적혀있다. 야당이 9일 동안이나 필리버스터를 지속해온 결정적인 이유다.

필리버스터에 발언자로 나섰던 더민주 정청래 의원이 “북한이 미사일을 쐈는데 국정원은 왜 국민의 휴대폰을 뒤지려고 하느냐. 북한이 로케트를 쐈는데 국정원은 왜 국민의 계좌를 추적하려 하느냐”고 따져 물었던 토론이 야당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법안에 따라 국정원은 테러위험인물의 금융기록을 조회하고 통화 내역을 감청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테러위험인물은 국정원의 판단에 따르기 때문에 생긴다.

국민 사찰에 대한 불안감이 사회 전반에서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된다. 국정원은 민간인 사찰 의혹과 불법 선거개입 등의 문제를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 달 23일 첫 번째 주자로 나섰던 더민주 김광진 의원이 5시간 33분 동안 발언을 해 과거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시간 19분 기록을 갱신했다. 이어 세 번째 주자였던 더민주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33분을 기록해 한국 신기록이었던 10시간 15분을 제쳤다.

이후 정청래 의원은 11시간 39분을 기록했고, 마지막 주자로 나섰던 이종걸 원내대표는 12시간 31분을 기록해 한국 신기록을 새롭게 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이들의 선거전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또한 필리버스터 중단에 대한 지지율을 살펴보면 잘했다가 39.4%, 잘못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44.4%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국민 523명을 대상으로 야당의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 종료에 대한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잘한 결정’이라는 의견(매우 잘한 결정 18.5%, 잘한 결정 20.9%)이 39.4%, ‘잘못한 결정’이라는 의견(매우 잘못한 결정 23.9%, 잘못한 결정 20.5%)이 44.4%로 ‘잘못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오차범위(±4.3%p) 내에서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 모름’은 16.2%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3월 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23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60%)와 유선전화(4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했고,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가중치 부여를 통해 통계 보정했다. 응답률은 2.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3%p이다.

필리버스터 출구전략이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면서 야당에 대한 쓴소리가 나오고 있는 현상을 대변하고 있다.


테러방지법 처리, 40여일 앞둔 총선 선거구 획정

이 원내대표의 마지막 필리버스터가 끝나자 국회는 곧바로 본회의를 열어 테러방지법 및 북한인권법, 공직선거법 등 쟁점법안에 대한 처리가 신속히 이뤄졌다.

그러나 먼저 이 원내대표를 비롯한 106명의 의원이 발의한 테러방지법 야당 수정안이 재석의원 263명 중, 찬성 107명, 반대 156명으로 부결되자 야당 의원들은 모두 본회의장을 나갔다.

이후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 등 156명이 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은 재석의원 157명 중 찬성 156명, 반대 1명으로 의결했다.

새누리당 단독으로 테러방지법을 처리한 것이다. 국민의당 김영환 의원은 홀로 남아 반대표를 던졌다.

야당은 대장정의 필리버스터를 이어왔음에도 결국 소득없는 경기를 펼쳤다는 혹평이 뒤따르고 있다. 정부여당이 처리한 테러방지법의 독소조항이 하나도 수정되지 않은 채 통과돼 기존 정부감시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더 증폭됐다는 분석이다.

이어 제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포함된 공직선거법이 처리됐다. 총선을 42일 앞둔 시점에서 선거구가 획정된 셈이다.

앞서 2016년 1월 1일자로 기존 선거구는 전면 무효화됐다. 선거구획정 처리가 미궁 속으로 빠지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예비후보들의 선거활동을 허가했다. 현역 의원들이 의정활동 명목으로 선거활동을 펼치는 프리미엄 활동에 대한 대안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명령에 따라 합·분구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다. 기존 선거구가 사라지거나 늘어나는 현상으로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들은 물론 입후보한 예비후보들의 활동 무대가 확실하지 않은 상태가 지속돼 온 것이다.

여야가 지역구 253석 비례 47석으로 잠정적 합의를 이뤄 통폐합 예정인 지역구 선별이 가능했다. 서울·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에서 10석 충남·대전에서 2석이 증가하는 반면 경북에서 2석 강원·전북·전남에서 1석이 줄어 합구가 되는 지역구에서는 때 아닌 경선 혈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의 9일간의 필리버스터는 선거구 공백을 이어오게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중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구 획정안이 처리돼 정치권은 여야 모두 4·13 총선 준비에 전력을 쏟을 전망이다. 결국은 야당은 무성과 필리버스터를 진행해왔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대선급 주자 안철수 하락, 金·文 회복
朴대통령 2주연속 상승...오세훈도 반등


◆ 文·金 반등효과, 국민의당·安은 여전히 추락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주 연속 상승하면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여야 유력 대권 주자로 불리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 대한 지지율 동반 하락 역시 국회 마비 상태가 가져온 추락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필리버스터가 종료된 시점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지지율 반등과 국민의당의 하락세는 9일간의 필리버스터가 이번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의 2016년 3월 1주차 주중집계(2월 29일, 3월 2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2월 4주차 주간집계(22~26일) 대비 2.0%p 오른 48.1%(매우 잘함 19.6%, 잘하는 편 28.5%),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0.8%p 하락한 47.4%(매우 잘못함 33.6%, 잘못하는 편 13.8%)로 작년 12월 1주차(긍정평가 47.8%, 부정평가 47.0%)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으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의 격차는 오차범위(±3.1%p) 내인 0.7%p로 팽팽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2.3%p 상승한 21.9%로 다시 20%대를 회복하며 김무성 대표와 안철수 공동대표에 각각 2.9%p, 13.7%p 앞선 1위를 이어갔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2.9%p 하락한 8.2%로, 문재인 전 대표와 김무성 대표, 오세훈 전 시장에 각각 13.7%p, 10.8%p, 2.8%p 뒤진 4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정당지지도에서는 새누리당이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1.5%p 상승한 45.0%로 상승세 이어갔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28.1%로 1.4%p 오른 반면, 국민의당은 11.0%로 1.1%p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정의당이 0.3%p 소폭 내리며 4.4%를 기록했고, 기타 정당이 0.2%p 상승한 3.3%로 집계됐다.

이번 야당의 필리버스터로 인해 친박계의 승률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능한 야당’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는 비판적 여론과 함께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에 따른 반등효과로 친박계는 별다른 노력없이 지지층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노선의 불확실성으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국민의당의 지지율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안 공동대표에 대한 지지율 또한 추락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다.


◆ 오세훈도 지지층 흡수, 대권 후보3위 올라

또한, 서울 종로구에 복귀를 신고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반등효과를 보이면서 대권 후보군들의 점유율에 이상 전선이 흐르고 있다.

야당이 필리버스터를 펼치는 동안 대권 주자 1위 지지를 받고 있던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안 공동대표는 국민의당의 참신성 결여라는 비판 속에 일찌감치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중위권에 자리하고 있던 오 전 서울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지지율은 슬금슬금 오차범위를 줄여가고 있었다.

그러는 중 무성과로 필리버스터가 끝나자 오 전 서울시장의 지지율이 급 상승세를 보이며 대권 후보 진영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주 주간집계 대비 1.2%p 상승해 11.0%로, 안철수 공동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며 3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오 전 시장은 부산·경남·울산(▲2.5%p), 경기·인천(▲1.9%p) 지역에서, 50대(▲3.4%p), 20대(▲1.6%p), 보수층(▲3.9%p), 진보층(▲1.7%p)에서 주로 올랐고, 일간으로는 29일(월)에는 12.1%로 강세로 출발했다가 3월 2일(수)에는 11.0%로 소폭 하락했다. 총선 출마관련 보도로 언론보도가 증가하면서 지지율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중집계는 2016년 2월 29일과 3월 2일, 2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8%)와 유선전화(42%) 병행 임의걸기(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5.1%이다. 통계보정은 2015년 12월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29일 일간집계는 ‘2일 이동 시계열(two-day rolling time-series)’ 방식으로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은 5.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이다. 일간집계의 통계보정 방식은 주간집계와 동일하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필리버스터 중단은 전반적으로 여권의 지지상승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새누리당의 지지율 역시 45% 이상을 유지하면서 보수층의 응집력을 키웠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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