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뉴스포스트 전문가칼럼=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영어가 미국에 들어온 것은 17세기 초 영국 식민지 시대다. 물론 이 시기에 대영제국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식민지 확장과 교역으로 세계 각지에 영어가 전파되었다.

그 이후 4백여 년에 걸쳐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사용되는 영어가 큰 틀에서 보면 서로 이해되었지만 세부적으로는 분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가 지칭하는 미국영어(AmE)와 영국영어(BrE)로 확연히 구분되었다.

이 두 가지 영어는 발음, 문법, 어휘, 철자, 구두점, 숙어, 날자 및 수자 표기에서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영어가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분리되는 것을 보고 노벨수상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는 미국과 영국은 ‘공통의 언어를 가지면서 분리된 두 개의 나라’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문호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는 ‘영국은 언어만 제외하고는 미국과 모든 것을 같이 가지고 있다’라고까지 말하기도 하였다.

처음에는 이렇게 국가마다 지역마다 개별적으로 쓰이는 파생영어들(regional variations)이 1백 년이 지나면 서로가 소통되지 않을 것이라고 당시에 예측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통신과 미디어의 발달과 인터넷 시대의 도래, 그리고 급속한 세계화는 이러한 예측을 빗나가게 하였다. 그래서 어느 국가나 어느 지역에서 쓰이던 영어는 각자의 차이점은 있을지언정 근본적으로는 서로 통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오늘 이 시대 우리는 왜 미국영어에 매혹되어 있는가?

이는 영어의 종주국이라고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의 역사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7~18세기에는 대영제국이 식민지 확장에 나섰던 시기며, 18~19세기에는 영국의 산업혁명이 세계에 영향을 미치던 때였다. 당연히 이때는 영국영어가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에 미국이 컴퓨터로 상징되는 신 산업혁명, 아니 정확하게 말해 전자혁명(Electronic Revolution)의 주역이 되면서 단연 미국이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하였다.

특히 20세기 미국에 의한 인터넷 개발은 세계무대에 미국영어를 전파시키는 결정적 사건이 되었다. 미국의 새로운 기술개발과 국가 간의 협력 제휴의 필요성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언어적 기회를 창출하였다.

미국에 들어오면서 독자적으로 분화된 영어

그러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미국영어가 1등 언어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만약 한 세대 전에 빌 게이츠가 영어가 아닌 중국어를 썼다고 하면 세계 언어의 위치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미국이 정치, 경제, 문화, 기술 등 모든 방면에서 세계를 지배하는 구도가 되어 있다. 그 중심에 미국의 대중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문화는 언어를, 언어는 문화를 구축하는 막강한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미국의 대중문화, 곧 패션, 텔레비전, 음악, 영화, 음식 등이 미국영어를 세계의 언어로 만들어 놓고 있다. 또 상호 관계에서 미국영어는 세계의 문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언어가 문화를 담아 침투하는 경우에는 무엇보다 그 언어를 전파하는 국가의 정치 경제적 위상이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이것이 바로 미국영어가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남아프리카의 영국영어를 제치고 세계를 정복한 이유다.

지금에 와서는 이들 영국영어권 국가들조차도 미국주의(Americanism)의 범람을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만큼 미국영어의 위력은 미국이 누리는 국제사회에서의 막강한 파워에 비례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지금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가 미국영어에 몰입되어 있는 이유다.
미국의 메릴랜드대학교에서 문화의 세계화가 국제정책 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했다. 그 결과 미국의 기업들은 수익을 내기위해 미국의 대중문화를 앞세워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이런 비즈니스 모델과 실천전략을 통해 미국 대중문화의 이상(ideals)을 전파하는 선순환 효과를 얻고 있다.

‘할리우드 영어’로 대변되는 미국의 문화

미국영어를 세계에 전파시키는데 미국의 대중문화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미국의 대중문화는 집단 전염성이 강해 미국 국내뿐만 아니라 전파되는 국가마다 구매력에 영향을 주고 생활패턴을 바꾸게 만들었다.

이러한 영향력은 우리로 하여금 미국문화에 쉽게 동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는 또한 그 문화와 수반된 미국영어를 자연스럽게 ‘편안한 언어’로 받아들이게 만든 것이다.

미국의 문화 가운데에서도 대중음악과 영화와 드라마는 단연 미국영어의 세계화에 선도적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 창작된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은 MTV나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세계 각국의 안방에 파고들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미국에서는 유명하지도 않았던 음악가들이 세계 순회공연에 나서면서 인기를 얻은 후 나중에 미국 청중들에게 알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것은 기획사들이 세계시장에서 아티스트의 잠재력을 지켜본 뒤 미국 국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한편 1950년대부터 붐을 이룬 미국 드라마나 1990년대 이래 본격적으로 세계 시장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쏟아내고 있는 미국은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미국의 사상, 관점, 문화를 세계에 주입시키면서 동시에 미국영어의 위세도 키워나갔다.

영화평론가 데이비드 로빈슨(David Robinson)은 ‘미국이 할리우드 영화를 앞세워 세계 영화시장의 85퍼센트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할리우드는 미국의 한 도시가 아닌 미국 영화의 대중문화 구심점 역할을 하면서 세계적 지명으로 당당하게 자리 잡았다. 그래서 우리는 할리우드 영어의 매력에 빠져 있는 것이다.

영화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은 굉장하다. 독일의 영화연출가 빔 벤더스(Wim Wenders)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한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본 것을 믿게 되고, 믿는 것을 사게 된다......그래서 사람들은 영화에서 본 것을 쓰고, 몰고, 입고, 먹고, 사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세계의 극장가에서 상영되는 대부분 영화들이 미국영어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알게 모르게 미국의 문화가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success-ceo@daum.net〉

▷ 이 인 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과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과 문예진흥실장을 거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를 역임(2003년~2015년)하였다. 한국기록원으로부터 우수 모범 예술 거버넌스 지식경영을 통한 최다 보임 예술경영자로 대한민국 최초 공식기록을 인증 받았다. 또한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부회장, 국립중앙극장 운영심의위원, 예술의전당 국가인적자원개발컨소시엄 운영위원,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었다.
<아트센터의 예술경영 리더십> <예술의 공연 매니지먼트> <문화예술 리더를 꿈꿔라> <경쟁의 지혜> <영어로 만드는 메이저리그 인생> 등을 저술했으며 한국공연예술경영인대상, 창조경영인대상, 문화부장관상(5회)을 수상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성공학 전문가, 뉴스포스트 객원 논설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