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지킨 진영의 복수혈전, 당권까지 내다보는 조경태 야심

▲ 제20대 총선에서 서울 용산에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진영(좌) 후보와 부산 사하을에서 당선된 조경태 후보.(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4·13 총선에서는 중진 의원들이 당적을 옮겨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사연이 화제다. 정당 성향보다는 인물론에 앞섰다는 평가와 함께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더 정치적 성숙을 이뤄냈다는 평가다.

새누리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서울 용산의 진영 의원, 더민주에서 새누리당으로 옮겨간 부산 사하을의 조경태 의원. 이들은 여야를 대표하는 3선의 중진 의원이었다. 이들이 12년간 다져온 지역구에 색깔을 달리해서 출마한 이유는 무엇일까.


◆ 원조 친박 진영, 컷오프 반발 ‘더민주行’

2004년 17대 총선에서 서울 용산에 출마해 당선된 진 의원은 내리 3선을 지낸 새누리당 소속 중진 의원이었다. 원조 친박으로 분류됐던 그가 공천 심사에서 컷오프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달 17일 진 의원은 "쓰라린 보복을 안겨줬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원조 친박이었던 진 의원이 박근혜정부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낼 때 기초연금 관련 대선공약이 수정된 데 대한 항명성 사퇴를 하면서 박 대통령과 사실상 결별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친박계 공관위원들이 진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시켰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진 의원은 탈당 나흘 뒤인 20일 "더민주에 참여해 권위주의에 맞서는 민주정치, 서민위한 민생정치, 통합의 정치를 이룩하는 데에 저의 마지막 힘을 보태겠다"며 야당행을 전격 공식화했다.

이날 진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입당 공식회견에서 "제게는 특정인의 지시로 움직이는 파당이 아닌 참된 정당정치가 소중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새누리당은) 통치를 정치라 강조하면서 살벌한 배격도 정치로 미화했다"고 새누리당을 정조준해 직격탄을 날렸다.

진 의원은 "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자로서 새 깃발 들었다"며 "그 깃발을 함께 들 동지를 더민주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진 의원은 "평소 김종인 대표의 생각이 제 생각과 상당히 비슷했다"며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과 시대성이 (함께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진 의원이 하나의 희생물처럼 되서 당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하고, 정책적 정당 간 대결을 통해 민주주의 발전을 이룩하겠다는 깊은 뜻을 가졌다"며 "더민주와 함께 민주주의를 보다 더 성취시킬 길을 함께 해준 데에 대해 몹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진 의원은 동향(전북)으로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새누리당 캠프에서 각각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맡으며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 ‘진영’ 바꾼 진영, 황춘차와 접전 끝 승기 올려

진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용산에 전략공천됐다. 새누리당에서 여성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했던 용산에는 황춘자 후보가 공천을 받은 상태였다.

진 의원의 출격으로 용산은 순식간에 최대 격전지로 주목을 받았다. 새누리당의 진 의원 컷오프에 대해 더민주는 전략적으로 용산전(戰)을 강행했다.

진 의원의 묻지마 컷오프는 민심을 호소할 수 있는 카트다를 판단에서다. 진 의원 역시 명예회복을 위해서 결코 물러설 수 없는 결투였다.

그러나 진 의원이 12년 동안 보수성향으로 다져 논 용산 지역에 ‘인물론’으로만 유세를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일각의 우려도 제기됐다.

앞서 총선 전 각종 여론조사기관에서는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했다. 심지어 180석까지 추측하는 자료도 나돌았다. 그 와중에 진 의원은 42.8%를 득표해 황 후보(39.9%)에 용산을 지켜냈다.

3선의 관록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와 함께 진 의원의 묻지마 컷오프에 대한 구민의 심판이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진 의원은 18일 오전 국회에서 총선 이후 열린 첫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겸허한 자세로 합리적 정책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받고 수권 정당으로 다가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진 의원은 이번 총선 승리로 4선의 고지에 올랐다. 게다가 새롭게 시작되는 20대 국회에서 더민주의 지도부 행이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다. 향후 새누리당과의 신경전은 더 날카로워질 거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황 후보는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용산 구청장에 출마해 실패한 이력을 갖고 있다.


◆ 반기는 새누리, 조경태 무사 공천획득...당권까지 내다봐

지난 1월 19일 조경태 의원은 "(더민주가) 더욱 국민과 국가를 위해 고민하는 정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전격 더민주를 탈당했다.

조 의원은 이날 탈당 보도자료를 통해 "당이 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당이 잘못된 점이 있으면 쓴 소리를 서슴지 않았다"며 "당의 발전을 위해 저 나름 노력했지만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고 탈당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여당은 건전한 야당을 인정하지 않고 야당은 정부여당의 정책에 늘 반대만 일삼는다면 정치는 결코 국민을 위할 수 없을 것"이라며 "여야가 서로 존중하며 정책으로 평가받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정치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조 의원측은 더민주 부산시당에 탈당계를 제출했고, 3일 뒤인 21일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에 모습을 비추면서 입당을 공식화했다.

이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에서 "새누리당 세가 센 부산에서 연거푸 3번 당선된 중진 조경태 의원이 오늘 새누리당에 입당한다"며 조 의원을 소개했다.

김 대표는 "조 의원은 평소 주장이 우리 새누리당과 가까웠다"며 "조 의원이 온 것은 우리 새누리당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조 의원을 환영했다.

이어 조 의원은 "이렇게 받아두셔서 감사하다"며 "국가 안위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초심을 잃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는 정치를 여러분과 하겠다"며 새누리당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조 의원 역시 부산 사하을에서 3선을 지낸 토박이 정치인이다. 정치권에서는 그가 돌연 탈당과 새누리당 입당을 공식화한 데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예상대로 새누리당 공천 심사에서 조 의원은 어렵지 않게 공천을 획득했다. 부산 사하을에 출마하려는 새누리당 소속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당 입장에서도 사하을에서 3선의 이력을 갖고 있는 조경태 카드를 버릴 이유는 없었다는 분석이다.

조 의원이 더민주를 탈당함에 따라 공석이 된 부산 사하을에 더민주에서는 청년 대표 오창석(29세) 후보를 공천했다.

이번 총선에서 유난히 청년리더에 대한 관심이 증가되면서 오 후보에 대한 전략적 배치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토박이 정치인과 젊은 신인의 대결은 불 보듯 뻔한 결과를 가져왔다.

조 의원이 59.7%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오 후보는 현실 정치의 벽을 실감해야 했다. 12년 동안 다져 논 텃밭은 쉽게 깨질 리 만무했다는 평가다.

조 의원 역시 4선의 고지를 달성하면서 정치권에서는 중량급 의원이 됐다. 본인의 의도로 정치 성향을 바꾼 만큼 새누리당에서는 그의 정치적 입지를 인정받을 거란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문제를 놓고 당내 계파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오는 22일 전국위원회를 소집해 이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차기 원내대표에게 이앙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당권을 향한 중진 이상급 의원들의 움직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새롭게 부상한 조 의원 역시 당권 행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순간 여권 중진 의원이 된 조 의원의 향후 정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한편, 진 의원과 조 의원의 탈당과 입당 시점 간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진 의원은 새누리당을 향한 보복심리, 조 의원은 여당의 기력회복에 초점이 맞춰질 거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두 의원이 서로 다른 옷을 입고 벌이는 20대 국회 의정활동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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