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공기업이 어렵다고 하던데 실은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최근 공기업들이 기관장들에게 지급하는 보수가 작년에만 18% 가까이 뛴 것으로 확인됐다.

원체 ‘신의 직장’이라 불릴 만큼 높은 연봉에 안정적인 고용이 보장된 곳이라지만 개혁을 부르짖고 있는 상황에 그리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작년 공기업 기관장의 평균 연봉은 1억8198만원으로 집계됐다. 불과 1년 전 1억5440만원과 비교하면 2757만원이나 늘어난 수준이다. 

정부가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부채 문제를 엄격히 관리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2013년 말에는 31.4% 잠깐 감소했던 공기업 기관장의 연봉은 고작 1년 만에 다시 원래자리로 돌아왔다.

공기업 가운데 전년대비 연봉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코레일로 2014년 1억409만원에서 작년 1억8491만원이 됐다. 77.6%(8081만원)나 늘은 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75.3% 증가한 2억4천350만원이었다. 무려 1억462만원이 늘어난 것으로 단순 연봉 증가액으로 따지면 최대치다.

대표적으로 연봉이 급증한 두 기관장은 작년 기본급 수준의 성과급을 받았다.

더 괴씸하게 느껴지는 대목은 기관장 ‘님’들의 연봉 사정만 괜찮아졌지 회사나 일반 직원들의 사정은 그리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들 기업은 6월에 발표된 2014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받은 좋은 성적이 연봉에 반영 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코레일은 2014년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며 경영평가도 2013년 E등급에서 2014년 B등급으로 올랐다.

하지만 노조 측은 자회사 매각 요금 인상, 무리한 인력 구조조정 등에 힘입은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욱이 당시 논란이 많았던 KTX 할인폐지 등 요금인상으로 실적을 올리며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급증한 연봉을 받은 코레일 사장은 올해 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공기업은 정부가 부르짖고 있는 대표적인 개혁 대상이다. 기관장 연봉이 오르는 사이 회사는 여전히 부채감소와 조직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공기업 개혁 핵심이었던 중복된 사업의 구조조정, 과잉 복지 조정 등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사이 공기업 기관장들의 연봉은 치솟고 있다는 점은 어색하기 그지 없다.

더군다나 이들 공기업에게는 직원 임금동결과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허리띠를 졸라 멜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과연봉제의 경우 노조가 사실상 임금 삭감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기관장의 나란히 오른 연봉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는 공기업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개혁이 민간 영역에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즉 모범모델이자 개혁의 물꼬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하지만 공기업 수장의 연봉 상승률은 민간기업이 영업이익 흑자를 내고도 앞으로 미래가 우려된다며 임금 동결과 자진 반납하는 요즘 모습과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