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재장악 위한 가지치기?

[뉴스포스트 = 한사흠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도 M&A(기업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내놓는다. 국내 1위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으로서는 3년 만에 시장에 다시 나오게 됐다. 그룹 안팎에서는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삼성, 포스코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매각을 통해, 금호아시아나 측은 채권단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확실하게 보장받아 최근 회장직으로 복귀한 박삼구 회장의 그룹 경영권 방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국내 1위 물류기업 대한통운이 다시 시장에 나온다. 부도, 법정관리 등을 어렵게 회생한 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편입한 지 3년 만이다.
지난 12월17일 금호아시아나그룹 등에 따르면 그룹은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대한통운 지분 23.95%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재무구조 개선 위한 자구책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대한통운 매각 방안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계획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통운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했던 45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가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당시 금호그룹 계열사였던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각각 5500억원, 45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국내 1위 물류기업, 3년만에 시장에 매물 나와
포스코, 시너지 효과 고려해 적극적 매입 의사


교환사채 만기는 2012년이지만 두 회사가 계열 분리할 경우 조기상환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산업은행이 최근 사모투자펀드를 통해 대우건설 지분 37.16%를 인수하면서 대우건설과 금호그룹은 결별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내년 상반기까지 약 4000억원을 갚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최고 실적을 내는 등 항공업황이 좋긴 하지만 작년과 재작년 불황을 회복하는 수준이고, 부채가 2조가 넘어 사채 상환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금호산업, 금호타이어 등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계열사들을 살리기 위해 자금을 확보하려는 그룹 차원에서의 의지까지 더해지면서 결국 대한통운 지분을 팔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현금운용이 양호하지만 대한통운 지분으로 인한 금융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대한통운 지분을 팔고 현금이 유입되면 항공의 부채 비율도 낮추고 재무구조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통운 매각은 연초에 수립했던 자구계획에도 없었던, 사실상 구조조정 마지막 단계이자 카드”라면서 “대한통운 지분 매각으로 기존 계열사들이 탄력을 받고, 그룹 정상화도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금호P&B화학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

산업은행도 대우건설이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을 팔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동일하게 대한통운 지분 23.9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지분만 매각할 경우에는 대한통운은 언제든 경영권 분쟁 소지가 있다.
또한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지분이 동시에 나와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져 대한통운이 시장에 매력적인 매물이 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 중인 산업은행도 대우건설이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을 처리해야 대우건설 주가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산업은행이 마다할 옵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17일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을 어떻게 할지 당연히 논의돼야 한다”며 “금호 쪽은 팔고 싶어 했고 채권단은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 지분이 다 나올 경우 대한통운 매각 지분은 49.6%이다. 매각 가격은 시가(16일 종가 기준 9만28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1조원대 후반~2조원대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분리경영을 하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계열 금호P&B화학(1.46%) 보유분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편 삼성, 포스코, SK, 롯데, STX, CJ 등이 대한통운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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