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인 1.25%로 내려가면서 금융권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객에게 줘야하는 예금과 적금 등 수신금리는 재빨리 내리면서도 고객에게 받는 대출금리 인하는 그리 서두르지 않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자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은행들은 수신금리는 사실상 0%대 금리를 선언한 반면 대출금리는 3주가량 지나서야 인하됐다.

금리 인하 시점만큼 인하 폭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년간 기준금리가 연 2.75%에서 1.50%로 1.20%포인트 떨어진 사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은 1.20%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86%에서 2.93%로 겨우 0.93%포인트 내리는데 그쳤다.

이번에도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를 0.1%에서 0.3%포인트 인하하는 사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대 낙폭이 0.07% 수준에 그쳤다.

증권사들은 한술 더 떴다. 한국은행이 지난 4년 동안 기준 금리를 8번이나 내렸지만 증권사들은 대출금리는 꿈쩍도 안했다.

일부 증권사는 10%가 넘는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기준 금리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국내 증권사 34곳 가운데 올 들어 이자율을 낮춘 곳은 한국투자증권 단 한 곳 뿐이었다.

증권사들은 금리를 내리는 것은 빚내서 주식 투자하는 것을 부추길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뿔난 고객들을 납득시키긴 힘들어 보인다.

은행과 마찬가지로 증권사들도 거래부진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이자 수익으로 이를 메우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은행과 증권사들의 금리 장사는 쏠쏠하겠지만 고객들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고 있다.

국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증가하면서 은행이나 증권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몇 년째 대규모 인력 감축을 벌이면서까지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금융권 움직임은 이러한 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그렇다고 고객에게 까지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지나치다. 물론 어려움에 공감할 순 있지만 고객이 부실과 부진을 손쉽게 메꾸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은 반갑지 않다. 또 힘들다는 금융회사들의 호소도 의심스러워 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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