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구제 사회적기업서는 한계...정치로 풀어보고싶어

▲ 22일 <뉴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사진=뉴스포스트)

[뉴스포스트=대담/이완재 편집국장, 정리/설석용 기자] 헌정사상 최단기간 원 구성을 마친 20대 국회가 13일 본격적인 개막을 알렸다.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의원들은 상임위 배정에 따라 자신의 첫 번째 법안 발의에 주력을 다 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 중 정무위원회 소속 신인 3인방은 '기업저격수'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개원 초반부터 주목받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에듀 머니'라는 사회적 기업을 10년 간 운영해오며 1400억원의 채권을 소각하는 성과도 달성한 바 있다.

제 의원은 '죽은채권부활금지법'을 제1호 법안으로 발의해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에 대한 사회적 부조리를 처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가계부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제도적 한계를 느껴 정치권 입문에 도전했다고 밝혔다. 더민주 비례대표로 처음 금배지를 단 제 의원은 항상 스스로에게 예민하게 자문하고 성찰할 거라고 했다. 본지는 지난 22일 정치인으로 새롭게 삶을 시작한 제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 553호실에서 만나 국회 입성 소회와 포부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적기업 10년 운영 제도적 한계 부딪혀
20代, 기업저격수 신인 3인방에 이름 올려
원 외에서 1400억 채권 소각 성과도 거둬
정무위 ‘야권 경제通’으로 불려 활약 기대

다음은 제윤경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시작했다. 처음 배지를 단 소감은?

"일단 굉장히 부담스럽다.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치를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사실은 기피하고 싶었던 영역이어서 어렵게 결정했다. 가계부채 문제가 정치계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던 점에서 밖에서 굉장히 많은 문제제기를 해왔다. 역으로 제가 정치를 하면서 실제적인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 곳이 유혹이 많다. 또 한편으로는 스스로 나태해지고, 언론에서 문제제기하는 특권이나, 이런 게 권위주의적 사람으로 바뀔 수 있는 요소가 많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 항상 스스로에게 예민하게 자문하고 성찰하려고 한다. 자기 검열이 많이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이 늘 무겁다."


▲ 밖에서 보던 국회, 안에 들어와 보니 어떤가?

"일단 20대 국회의 특징도 좀 있는 것 같다. 다른 어느 때보다 개원을 빨리 했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에서 사실 양보를 많이 했고, 그 동안 국민들이 보셨던 것처럼 정치인들이 놀고 있다는 지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개원을 빨리한 거다. 굉장히 보폭이 빠른 것 같다. 초선의원이 46%정도 된다. 이들이 상당히 공부하고 연구하고 토론하고 문제에 깊이 있게 관심을 갖고 대안을 제시하려고 하는 노력이 굉장히 많다. 연일 아침 새벽부터 여러 단체들과 토론을 하고 전략을 모색한다. 바로 상임위 일정을 소화하다보니까 정신이 없다."

 ▲ 현실 정치에 뛰어든 계기가 있다면?

"저희가 사회적 기업에서 채무자들을 상담하고 도와주는 역할을 해왔는데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참여정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에서 정권의 입장이 어떠냐에 따라서 인권이 빚 문제와 결부돼 온도차가 굉장히 많이 났다. 정치가 사람들의 실제 삶에 깊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느꼈다. 어쨌든, 채무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밖에서 제안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꼈던 체감 온도를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서 '4년 정도만 고생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정무위 ‘야권 경제통’으로 불리고 있다. 활약이 기대된다?

"제가 정무위 소속이 된 건 당에서도 염두 했던 점이다. 당이 (저를) 비례대표로 선정한 이유는 가계부채에 대한 저의 역할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저는 실제적으로 가계부채 1400조를 이야기하는데, 아직까지는 은행에서 연체가 안 되고 있는 채권들이다. 연체가 시작된 채권들은 대부분 금융사에서 건전성 관리 때문에 팔아치운다. 그 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이게 삼가 처리돼서 여전히 채권은 존재하는데 사실 금융당국에서 카운팅되지 않은 채권이 어마어마하다. 아이디어라고 말씀드린 게, 저는 (원) 밖에서부터 이 채권시장의 부조리함을 폭로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서 민간단체에서 1400억 원의 채권을 소각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제도권 들어왔으니까 더 많이 (채권을 소각)할 수 있다. 당연히 장기 연체 채권은 바로 없애는 입법도 추진하고, 또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행복기금이 보유하고 있는 17조원이 사실은 세금을 한 푼도 투입되지 않은 금융권에서 다 버린 채권이다. 이와 관련해서 국민들의 여론을 환기시켜서 바로 소각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게 예보에도 있고 정책금융 쪽에도 존재한다. 이런 부분을 다 조사해보면 (국민들이 채권시장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바로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 쪽에서 잘 몰랐던 영역이기도 했다. 저는 실제로 발로 뛰어서 대부업체들도 다 뒤져보면서 활동을 해왔다. 채권시장에 대한 조사를 굉장히 많이 했었다. 바로 즉각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가계부채 해법도 있을 거다. 해외 여러 사례들이 있다.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채권이 부실채권시장에서 땡처리 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사에서 채권을 건전성 검사 때문에 빨리 버리려고 해서 대부업체에게 5~10%에 팔 거면 채무자에게 20% 받고 팔면 더 낫지 않겠나'라는 생각이다. 이게 바로 사실은 채무자를 보호하는 사전채무조정 절차다. 이미 선진국은 다 갖춰져 있다. 우리는 그 동안 채권자의 책임에 대해서 한 번도 묻지 않았던 거다. 오로지 채무자만 나무라고 채권자가 버린 채권까지 추징하는 걸 당연시해왔다. 저는 이로 인해서 채권자의 책임과 윤리의식, 의무를 강화하는 제도들을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실질적으로 밖에서 했던 것 보다는 제도권에서는 스피커가 많아서 이런 이야기가 국민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고, 제도 개선의 명분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다."

▲ 본지 이완재(좌) 편집국장과 대담중인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사진=뉴스포스트)

▲ 국회 입성 전 몸담았던 '에듀머니'와 청년 '주빌리은행'은 어떤 기업인가?

"'에듀머니'는 사회적 기업이다. 저소득층의 경제적 자립동기를 향상시키는 걸 목적으로 한다. 적은 돈이지만 적극적으로 관리할 경우에 균형 잡힌 재정을 달성할 수 있다는 취지로 행동경제학을 가져다가 심리적 동기 교육을 했었다. 6개월짜리 통장만들기, 쪼개기 등 다양한 실험을 했었다. 그런 경험을 통해서 저소득층이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시켜주는 등의 역할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그런데 하다보니까 채무자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이들이 너무 황당한 빚 독촉을 당하고 있어서 파산면책을 도와주는 일도 함께 했었다. 그런데 이명박정부 시절부터 파산면책이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가난할수록 파산면책이 어렵다.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부유층은 쉽다. 아주 황당한 일이다. 그 당시 서울시에 금융복지상담센터를 만들기 시작해서 지자체에서 시민들의 빚문제를 공적 채무조정, 법원의 파산면책을 도울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채권 때문에 시달리는 분들의 채권을 사서 소각하는 활동을 한 게 주빌리 은행이다."


▲ 언론이나 밖에서는 '서민금융 전문가', '서민경제민주화의 아이콘'으로 불리웠는데?

"별로 익숙하지 않은 표현들이다.(웃음) 저는 어쨌든 빚 때문에 사람이 죽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제가 사회적 기업을 10년 정도 운영했다. 이게 이윤을 추구하지 안다보니 (경영이) 정말 어렵다.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고 사업화하고 실제로 많은 기관을 설득할 수 있는 사업추진 동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저는 문제제기를 하면 대안을 찾고 성과를 도출하는 식의 사업가 마인드가 조금은 생겼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들이 국회 내에서 활동하는 데 굉장히 좋은 동력과 경험이 될 거라고 본다."


▲ 이번 국회에서 초선 3인방(제윤경·박용진·채이배)을 기업저격수로 예상하며 기대감이 높다?

"정무위에서 캐릭터들이 강해보이니까 그렇게들 말씀하시는 것 같다. 저는 가급적이면 현실적으로 접근하고 싶다. 기존 의원님들을 보면 여러 유형의 강성이 있다. 야단치시는 분, 핵심을 찔러서 정부가 대안을 내놓게 하는 분 등이 계신데 저는 후자이고 싶다. 물론 친절하고 착한 의원이 되려고 입성한 건 아니지만 정부와의 소통이 원만하게 이뤄져서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

▲ 더불어민주당 초선 비례 제윤경 의원은 정무위원회 소속으로 제1호 법안으로 '죽은채권부활금지급'을 대표 발의했다.(사진=뉴스포스트)

제1호 법안 '죽은채권부활금지법' 대표발의
채권자의 책임·윤리의식·의무 강화 제도화
현장 목소리 많이 듣고 뛰는 정치인 목표
정치적 희망 줄 수 있는 분 '대통령' 돼야


▲ 제1호 법안으로 낸 ‘죽은채권부활금지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채권에도 소멸시효가 있다. 보통 금융사는 5년이다. 5년 지나면 소멸이 돼야 하는데, 일부 개인 간의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채무자가 도망 다니면 개인 채권자는 추심할 방법이 없다. 채권자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 소멸시효가 지나도 채무자가 갚겠다는 의사표시를 한다거나 소송을 하면 소멸시효가 살아나기도 한다. 이거는 힘의 균형이 돼 있는 (사적계약에서) 양 계약 당사자를 다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이를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는 금융사가 소멸시효를 계속 살려서 추심하고, 추심하고, 추심해왔다. 심지어는 이 채권이 시장에서 0.1% 헐값에 거래돼왔다. 0.1%에 샀지만 대부업자는 1000%도 받는다. 완전히 떼 돈 버는 사업이다. 최소한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에 대해서 거래도 못하고 추심도 못하게 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게 '죽은채권부활금지법'이다."


▲ 그밖에 준비하고 있는 법안이 있나?

"국민행복기금 17조, 1178만 명의 채권이다. 이를 바로 소각하게 하는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 또 아시겠지만 200만 원 빌렸는데 갚다가 연체하다가 갚다가 연체하면 나중에 천만 원을 갚아도 원금이 줄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 이게 말이 안 된다. 그래서 대부업법 개정을 통해서 총이자가 원금을 넘지 않는 등 수위조절을 하고 있다. 원금으로 한정할 건지 원금의 3배 이내로 할 건지, 사실은 지금 원금의 10배 이상을 받아 내고 있다. 대부업의 연대보증 등을 못하는 게 하는 것 등의 내용이다. 또 호주나 선진국들은 채무자들이 빚 갚게 어렵다고 은행에 요구하면 검증을 통해 3개월 유예기간을 부여하게 돼 있다. 이런 내용의 신용채무자보호법 등을 준비하고 있다."

▲ 지난 22일 국회 의원회관 553호에서 진행된 더불어민주당 초선 제윤경 의원과의 인터뷰. 제 이원이 국회 입성 소회를 들려주고 있다.(사진=뉴스포스트)

▲ 현 정치권에서 주목하고 있는 정치적 롤모델이 있다면 누구?

"제가 밖에 있을 때는 정치인 한 분 한 분 들여다보지 않았었다. (국회에) 들어와서 보니까 밖에서 본 것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하시더라. 굉장히 치열하게 살고 계시더라. 정세균 의장님은 부드럽지만 강한 추진력을 갖고 계신다. 참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추미애 의원님을 많이 뵙진 않았지만, 어떤 논란에 대해 넓은 시야로 접근하시는 모습을 보고 '참 통합적인 문제접근 방식(태도)을 가지고 계시는구나, 저런 게 필요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민병두 의원님도 정책적으로 배울 게 아주 많다고 느꼈다. 우상호 (원내)대표님도 아주 유연하시더라. 현실 조율 능력이 뛰어나신 것 같다. 밖에서 의지를 많이 했던 분은 을지로 위원회의 우원식 의원님이시다."


▲ 내년 12월이 대선이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는 대통령 상이 있다면?

"저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퇴보했고, 부패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실망하기도 지쳐있는 상태인 것 같다. 다른 나라는 역외 탈세 때문에 몇 명 쫓겨나고 했는데, 우리나라는 3위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국민들이 약간 자포자기식의 감정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정말 경제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책임지고 확실히 강단 있게 밀어붙이고 국민들에게 비겁하지 않게 옳다고 믿는다면 강행할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 국민들에게 담대하게 문제를 제시하고 개선방안을 찾고 정치적 희망을 줄 수 있는 분이 대통령이 되셨으면 좋겠다. 지난 10년 정권에서 경제와 정치의 부패 문제가 다음 정권 시작부터 엄청난 부담과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돌파구를 찾고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국민께 한 말씀?

"저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많다. 많이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현장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야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다. 현장에 열심히 뛰어다니고 많이 듣는 정치인이 되겠다. 이런 지속적인 활동 속에서 제가 할 일을 찾는 국회의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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