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결국 이케아가 손을 들었다. 소비자와 당국의 압박에 문제가 된 서랍제품의 환불을 결정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미국에서 사망사고를 일으키며 대규모 리콜이 결정된 서랍장 말름 제품이 한국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차별 논란이 일었다.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렸고 한국소비자원이 리콜을 권고하는 등 이케아를 압박했다.

여론이 들끓자 이케아는 6일 국내에서도 환불 조치에 협조하겠다고 태도를 바꿨다.

하지만 이번에도 “리콜은 아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케아 측은 “한국에서는 원하는 고객에게 환불 조치를 시행하게 됐다. 리콜 조치가 내려진 국가는 미국, 캐나다 뿐”이라고 밝혔다.

환불 조치가 이뤄진다는 점에서 사실상 리콜이라 할 수 있지만 제품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은 여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제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이뤄지는 ‘리콜’은 아직 한국 소비자들에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석해도 무방한 것이다.

이처럼 외국계 기업들의 한국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듯한 행태로 논란이 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폭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사태 관련해 미국 소비자에게 보상하겠다고 나섰지만 한국에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우리 환경부가 리콜 계획서에 ‘배출가스 저감장치 임의설정’을 인정하는 문구를 넣으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폭스바겐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

여론은 시끄러워지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행보는 여전히 느긋하다.

한국 소비자들은 최근 이 같은 외국계 기업들의 행태를 두고 ‘차별’이라고 말하고 있다. 같은 소비자임에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 소비자와 달리 한국 소비자들이 그들 만큼 존중받거나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소비자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면서 한국 소비자앞에서는 콧대를 바짝 세운다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가 만만해서 일까. 전문가들은 사실 만만한 것은 소비자가 아닌 이를 소비자를 지키는 우리 제도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차별논란 저편에 있는 미국은 소비자 피해제도가 무섭기로 유명하다.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힌 기업엔 가혹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린다. 따라서 기업은 버티는 것보다 서둘러 배상하는 것을 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폴크스바겐이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보상에 나선 이유도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소비자 권익이 많이 향상됐다지만 아직까지도 법과 판결이 소비자 보호에 인색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소비자원 등 보호기관이 있지만 강제력과 구속력이 없는데다 개인이 법에 힘을 빌려 권리를 찾아 가는 과정도 험난하다.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경우도 피해 소비자 여럿이 힘을 합쳐도 몇 년이 지나서야 수사가 이뤄지고 법정에 서는 상황이다. 대부분 민사소송 또한 소비자가 우위에 있다고 보기 힘들다.

피해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고 기업과의 소송의 끝은 대체로 화해나 패소다.

기업이 소비자들을 존중하는 것은 경영의 기본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은 법과 제도다. 소비자보다 기업을 더 무서워하는 사회라는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한다면 또 다른 차별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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