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독일 자동차 브랜드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으로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 배상금을 합의하는 사이 같은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 시장에서는 짐을 싸고 있다.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에 따른 미국 소비자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147억 달러(16조7000억원) 규모의 합의안을 미국 법원에서 잠정 승인을 받은 사실이 27일 알려졌다.

배상이 이뤄지면 배출가스가 조작된 2000㏄급 디젤 차량 보유자 47만5000명은 차량 평가액에 따라 1인당 5000달러(570만 원)에서 1만 달러(1140만 원)를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얼마나 배상금을 지급할지 논의할 때 한국에서는 국내 최대 딜러사의 전시장이 문을 닫았다.

같은 시기 언론을 통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국내 딜러사인 클라쎄오토가 11년 만에 압구정 전시장의 운영을 이달 1일부터 중단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해당 딜러사는 지난 2011년부터 운영하던 중고차 사업도 최근 접었다. 지난달에는 GS그룹 계열사 GS엠비즈가 폭스바겐 판매사업을 접었다.

폭스바겐의 버티기에 딜러사들의 타격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장을 찾는 방문객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은 물론 중고차 매매는 뚝 끊겼다는게 업계 전언이다.

폭스바겐은 ‘한국시장 철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시장 철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부가 불러세운 청문회 자리에서는 배출가스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환경부에 제출한 서류에 일부 실수가 있었다는 점만 인정했을 뿐 이다. 그것도 직원의 단순 실수로 치부했다. 이번에도 리콜과 보상 문제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환경부의 행정처분이 예고되자 곧바로 실시한 자발적 판매중단 조치도 수 천억 원대의 과징금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이 그동안 배출가스 장치 조작을 인정하지 않고 리콜 명령에 버티기로 일관한데다, 이번에 자발적 판매중단이라는 꼼수에, 인증서류 조작 혐의마저 부인하자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쪽에서는 보상금을 논하는 사이 한쪽에서는 나몰라라에 이어 시장에서 발빼는 모습까지 연출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폭스바겐이 버티는 사이 피해는 국내 소비자는 물론, 수입차 딜러사와 더 나아가 한국 임직원들로 꾸려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입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의 폭스바겐 본사는 꼼수와 버티기로 일관하며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폭스바겐이 이처럼 버티는 이유가 글로벌 시장에서 9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폭스바겐에게 한국시장은 그리 큰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또 지금 한국시장에서 물러나면 미국은 차지하고서라도 다른 나라와의 보상문제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아우디폭스바겐 차량에 대한 인증취소와 판매중단 등 강력한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다.

반면 폭스바겐은 김앤장과 광장 등 굴지의 법무법인으로 변호인단을 꾸리며 정부의 처분에 끝까지 맞서겠다는 자세다.

폭스바겐과 정부의 갈등은 이제 국내 소비자의 자존심이 걸린 싸움으로 봐도 무방해졌다. 다행스러운 점은 정부가 전에없이 강력한 칼을 꺼내들며 확고하고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의 권리 찾기까지 갈 길이 멀다. 차별적 태도에 빌미가 된 소비자 관련 제도 등 규제 정비가 이뤄져야할 뿐 아니라 우리 정부와 기업의 소비자에 대한 인식 개선도 시급하다.

자칫 이번 싸움이 외제차에 대한 일회성 본때 보여주기 수준에 머무르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가 더 이상 한국 시장이, 소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뒷전으로 더 이상 소외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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