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의 ‘일자리’ 문제

[뉴스포스트 = 박효주 기자] ‘다문화사회’ ‘다문화정책’ ‘다문화가정지원사업’등 다문화관련 보도가 연일 다루어진다. 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홍보 간판 광고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특히 우리 정부 다문화정책은 비전, 효율성, 예산규모로 보아 가히 세계적 수준이다.

일자리 찾아나서는 일용직근로자들

앞 다퉈 외치는 ‘다문화’가 과연 똘레랑스를 추구하는 것인가. 기자가 취재 초반 ‘반다문화정책’을 외치는 이들에게 다문화정책의 반대 논거를 물었다. 그들은 기자에게 의미심장한 첫 물음으로 답했다. “당신은 ‘다문화’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다문화정책의 이면에 숨겨진, 저임금 내국인 노동자 문제를 집중 조명해 본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다문화로 인한 문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동화주의’ 지양
독일 일본 등은 외국인 근로자 축소해


‘다문화’는 기술적 개념(descriptive conception)으로 문화적 다양성의 존재 자체, 즉,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사회현상을 의미하며, 그 자체로서 그러한 사회구성을 목표로 하는 이념적 지향, 즉, 다문화주의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인식하는 ‘다문화주의’는 곧 ‘인권주의’로 받아들여져 유독 이에 대해서는 무비판적 태도를 일관한다. 또한 현재 통용되는 ‘다문화’라는 용어는 ‘외국인노동자’, ‘결혼이민자’, ‘결혼이민자가정의 자녀들’, ‘외국인 불법체류자’까지 혼재된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다.

엄한진 교수(한림대)는 이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다문화 담론과 정책에 대해 우리는 별다른 의견이 없다. 다문화는 당위이며 다다익선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으로 매우 성숙한 우리 국민이 유독 다문화에 대해선 초등학생처럼 순진하고 수동적이다.”고 하면서 “종교에서 도그마가 단순화된 교리의 반복적인 주입을 통해 유지되듯, 다문화를 다루는 공익광고, 다큐, 뉴스, 드라마, 교과서 등의 담론은 다문화에 대한 자유롭고 다양한 사고를 억압하는 측면이 있다.”고 경고한다.

선진국의 ‘다문화정책’ 실패 사례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는 1960년대를 거치면서, 특히 미국의 문화인류학파의 영향을 받은 문화상대주의를 중심으로 캐나다에서부터 그 논의가 시작되었다. 다문화론의 시작은 미국과 캐나다와 같은 전형적이민국가였고 이러한 영향이 식민지제국주의를 취하던 영국과 프랑스로 확장되었다.
그런데 지금 똘레랑스(Tolerance·관용)의 나라, ‘이민자의 천국’으로 표상되는 프랑스도 이민 정책의 한계에 부딪쳤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가장 오랜 이민 역사를 갖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19세기 말에 거주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설 만큼 활발한 이주민 유입정책을 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대도시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밀집한 이주민들에 대한 ‘동화정책에 한계점을 드러내었다. 이는 또 2005년 방리유 사태를 시발점으로 사회적 혼란으로 직결되는 한편,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 지출로 이어졌다. 그리고는 불법체류자를 대규모 추방했다.

또한 2010년 10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의 다문화 사회가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포츠담에서 기독교민주당(CDU) 청년 당원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독일은 60년대 초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였고 지금도 독일에 살고 있다”면서 “언젠가는 이들이 독일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우리 스스로를 속인 것이 되었으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경우는 작년 4월부터 정부가 지원금을 주고 외국인들을 귀국시키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들 가운데 특히 일본 혈통, 이른바 닛케이 비자 보유자(일본계 브라질인)에 한해 1인당 30만 엔, 한화 약400만원을 지원하며 브라질 등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권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일본계 외국인 근로자를 본국으로 출국시키는 것은 실업난 해소와 함께 실직자들이 남아 있을 경우 각종 범죄 등에 연루돼 사회 불안 요인이 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실패 탓으로 선진국들은 강력한 동화주의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동화주의’를 지양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의 정주화를 막는 현행의 쿼터제를 확대해 적극적 정주화를 논의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고용허가제를 도입할 때 정주화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근로계약기간을 한시적으로 제한하여 정책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적극적 정주화 논의가 불거지고 있는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최근 일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현재까지의 ‘주입식 다문화주의’가 ‘외국인 혐오’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다문화정책반대’카페의 누리꾼(아이디‘여름’)은 “‘다문화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다문화’라는 명칭의 포괄적 혼용에 있다”며 “결혼이민자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문제를 분리하여야 진정한 ‘다문화’가 정착된다”고 피력한다. 카페 내에는 극단적인 ‘외국인 혐오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유는 무엇인가. 그 해답은 내국인의 마지막 생존 일자리까지 위협하는 ‘불법체류자’를 비롯한 ‘외국인근로자 정책-고용허가제’에 있다.

실업난 장기화에 서민들 걱정

우리나라의 외국 인력은 1980년대 후반부터 유입되었으며, 1993년 11월 외국인 산업연수생제도의 시행을 통해 외국 인력에 대한 제도의 정비를 시작하였다. 2004년에 고용허가제가 도입되어 2006년까지 산업연수생제도와 병행하여 시행되었으며, 2007년 초부터 고용허가제로 통합되었다. 또한 해외동포를 대상으로 취업관리제로 운영되어 오던 해외동포인력정책은 2007년 방문취업제로 변경되어 시행되었다.

기존에는 단순 외국 인력과 내국인 고용의 대체문제가 별로 크지 않다는 견해가 다수였고 그에 대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8년에 들어 금융위기의 여파로 취업자 수가 급격히 감소되고 실업난이 장기화되자 외국 인력의 국내고용 대체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에서는 이와 같은 외국인 근로자의 일자리 ‘대체성(현 정책은 ‘보완성’인식 유지)’에 주목하여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과거에는 고용의 회복이 임시직과 일용직으로부터 시작되는데, 현재 임시직은 증가하고 있으나 일용직은 증가하지 않고 있다. 이는 상당 부분 외국인 근로자가 일용직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2008년 취업자 수의 급격한 하락의 주원인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판단되나 외국인 근로자의 급속한 유입에 따른 국내고용의 대체 가능성을 유력한 원인의 하나로 추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어 “특히 고용허가제의 특례조항인 방문취업제가 시행된 2007년 이후 이들이 주로 취업하고 있는 건설업과 서비스업에서 국내고용의 대체문제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덧붙혔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의 결과 “외국인의 고용이 내국인의 실직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고용주에게 고용허가 신청요건으로 부과되는 ‘내국인 구직 의무’가 실질적으로 이행되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편, “유럽의 경험을 참고하여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는 ‘얼마나 잘 관리될 수 있느냐’는 관점에서 수용을 제한하고, 수용 시에는 수용의 초기 단계부터 학교교육, 성인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언어교육을 중심으로 한 통합화 정책이 필요하다”며 정부 정책의 위탁 연구자료(삼성경제연구소 2010년 ‘다문화사회 정착과 이민정책’)와는 상반된 결론을 내리고 있다.

3D업종 인력난 심화

흔히 외국인력 도입에 가장 큰 이유를 들어 소위3D업종 인력난을 꼽는다. 언론에서 영세사업장의 사업주가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장면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실업난이 사상 최대치라는 요즘도 왜 내국인 근로자는 3D업종을 기피 하는 것 인가. 하지만 환경미화공무원 채용 시 대학졸업자를 포함하여 경쟁률이 날로 높아지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외국인노동자대책참여연대(이하 외대연대)대표 박완석간사는 “저임금 내국인 근로자들의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 임금이 하향 평준화되어 임금의 고착화가 이루어졌다.”며 “예를 들어 일용직 건설업의 경우 10년 동안 임금이(현재 6만3천원) 5% 인상되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저하된 수치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술을 배우려는 청년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기술을 배워도 한달 월급 90만원을 받으니 피씨방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외국인노동자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는 집단은 저소득 서민계층 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단체는 어디에도 없다. 이에 반해 외국인 근로자들은 환율 차의 이익과 국가 보조 혜택(기숙사 지원 등)으로 저임금을 받고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한편 현행 고용허가제도는 저숙련 외국인근로자의 고용으로 인해 사양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다. 한국의 경우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에서 명시적으로 ‘산업구조조정 저해 방지의 원칙’을 천명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산업구조조정 저해 방지의 원칙은 각국에서 보편적으로 채택되고 있는 것으로서 한국에서도 외국 인력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묵시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된 기본 원칙이라 할 수 있다.

‘산업구조조정 저해 방지의 원칙’이란 ‘외국 인력의 도입이 국내의 산업 및 기업구조조정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외국 인력을 저임금으로 활용하는 경우 값싼 외국 인력에 안주하여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킴으로써 장기적으로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오늘날 국가와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국내외의 경제사회환경 속에서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가기 위하여 끊임없는 개혁과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 인력의 고용이 수입국의 경쟁력이 없는 사양 산업을 연명하게 하여 경제의 고부가가치화와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한 산업구조의 조정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책과 더불어 법률 개정 시급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용허가제’의 수정과 나아가서는 ‘외국인고용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절실하다. 또한 내국인 고용보호의 관점에서 빈 일자리에 대하여 국내 근로자와 비교하여 이주 신청자를 평가하는 ‘노동시장테스트(labor market test)제’를 실효성 있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는 내국인 중에는 해당 일자리에 지원할 사람이 없다는 점과 외국인 고용 시에 다른 근로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악화시키지 않는다는 두 가지 조건을 기반으로 고용허가제를 실시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비전문직의 외국인력 활용에 있어 국내고용의 대체 정도를 고려한 외국 인력정책의 수립과, 나아가 이민정책의 연구를 위하여 외국인 근로자 관련 통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현실에서의 체감 경기는 말뿐인 ‘서민정책’에서의 호전이 아닌 기본적 생활 보장인 ‘근로권’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더 이상의 방관은 제2의 ‘방리유 소요사태’의 결과를 초래함이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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