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청년, 출구없는 실업대란

17년만에 청년 실업률 최대, 개선방안 막막
10월 고용동향 결과 체감실업률 10% 달해
비정규직으로 일하면 취업 가능성 낮아져
꾸준한 고용정책 모니터링으로 발전 가능

[뉴스포스트=양혜인 기자] 일자리를 찾아 수십 곳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또 학교를 졸업하고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는 청년실업자들에 대한 많은 소식은 이제 단순히 경제적 현상을 떠나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과거의 취업문제는 원하는 직장에 갈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직장을 구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다. 정부는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으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청년실업의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청년과 기업CEO 만남의 장'에 취업을 앞둔 학생들이 발표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기실업자 중 청년층 비율 44%
청년실업자는 단기적 실업자들이나 기존 직장에서의 해고 등의 이유로 실업자가 된 경우와는 달리, 고용시장에 진입하지 못해 일할 기회 자체를 구조적으로 박탈당한 사람들을 말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10월 취업자 수는 2657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만8000명 증가했다. 취업자 증가 폭은 두 달 째 20만명 대에 머물렀다.
실업률은 전년 동기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3.4%로 나타났다. 동월 기준으로 2005년 3.6%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청년실업률은 8.5%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포인트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8.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다른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자와 입사시업 준비생 등 사실상 실업자를 고려한 체감실업률은 10.0%를 기록했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간 30대 초반 실업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30~34세가 해당하는 30대 초반 경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구효과에 의한 취업자 수 감소가 크지만 올해 4월 이후 고용효과도 감소세로 돌아서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직후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비중이 급증했으나, 2000년대부터 다시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2015년 이후에 장기실업자 비중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장기실업자 중에서 15~29세에 해당하는 청년층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 많다. 장기실업자 중 청년층의 비중은 4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년 동월 대비 9.7%나 증가하면서 최근 장기실업자 증가는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20대 초반 장기실업자 수는 2만 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000명 증가했으며, 특히 여성 장기실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1만 명 증가한 1만 8000명으로 나타났다. 20대 후반의 경우 장기실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만 1000명 증가한 5만 6000명에 달했다.
고학력 청년층이 주도하고 있는 장기실업자의 상당수는 근로시간 및 보수불만족 등 근로조건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직한 후 장기실업에 빠졌다. 최근 장기실업자 증가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의 부족과 미스매치의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고용정보원 박세정 책임연구원은 “최근 청년층의 고용률 및 실업률의 동반 상승 역시 청년 장기실업의 수치를 높이는 원인으로 볼 수 있다”며 “청년층 고학력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와 사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직능수준과 일자리의 불일치 역시 청년층 실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3차민중총궐기를 마친 참가자들이 '청년실업문제해결'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단 취업부터’ 중요해진 청년층
상당수의 청년층이 실망실업자 상태이거나 비정규직 등의 불안정한 상태의 일자리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청년실업 문제는 연애, 결혼, 출산 등을 포기하는 '3포 세대'와 고용 안정성 포기라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부른다.
특히 취업 문턱이 점점 높아지다 보니 고용 안정성이 낮더라도 일단 일을 하고 싶어하는 구직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대표 이정근)이 구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5.3%가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55.3%에 달했다.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려는 이유로는 ‘일단 취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서’를 첫 번째로 꼽았으며, ‘구직 공백기를 줄이기 위해서’, ‘경력을 쌓을 수 있어서’, ‘정규직 일자리가 부족해서’ 등의 답변이 있었다.
그러나 비정규직으로 일했던 경험은 취업확률을 낮추는 결과를 보였다. 이같은 결과는 비정규직과 같이 불안정한 일자리 경험은 기업에서 경력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고용정보원이 진행한 청년패널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표본의 4분의 1이 미취업상태 청년층으로 나타났다.
청년층이 경험하는 일자리의 대부분은 안정된 정규직과 같은 안정된 일자리나 고임금과 복지 혜택이 좋은 일자리 경험이 아니라 비정규직과 같이 불안정한 일자리거나 저임금, 학력이나 적성과의 미스매치 등이 대부분이다.
이런 일자리를 경험한 청년층은 질이 낮은 일자리를 다시 선택하기보다는 자격증 취득 및 시험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포기함으로써 자발적인 실업자가 되기도 한다.
특히 학력이 높을수록 실업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는 고학력자일수록 각종 고시 및 전문자격증 취득 준비, 대학원 진학 등 보다 질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미취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자격증 취득은 실업 확률을 낮추는 반면 시험 준비는 미취업 확률을 높였다. 각종 고시나 공사·공단 시험 등을 준비하거나 준비했던 경험이 있는 청년층은 높은 경쟁률과 긴 수험기간 등으로 인해 취업 자체가 쉽지 않다.
청년층의 취업난으로 인해 대졸 취업준비생 절반 이상이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기이현상도 발생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정현상 연구원은 “청년층이 취업 또는 미취업에 대한 선택은 향후 30년간의 사회활동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청년층이 고학력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이 취업을 늦추는 선택은 보다 나은 일자리에 대한 선호로 당연한 과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공동행동 레드카드 회원들이 청년실업 대책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해야 해결 가능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8월 서울시는 사회참여의지가 있는 미취업 청년들에게 최소 사회참여활동비를 지급하는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을 시행했으나 보건복지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시행 한 달 만에 무산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내년 청년수당 지원대상을 올해 3000명에서 5000명으로 확대해 6개월간 50만원씩 지급할 계획으로, 사업 관련 예산은 지난해 75억원보다 2배 증가한 150억원을 편성했다.
정부에서는 중소기업에 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에게 자산 형성 방식으로 취업지원금을 지원해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을 개편하고, 더불어 중소기업청년인턴제, 취업성공패키지, 일학습병행제 등 다양한 정책을 실행할 방침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김복순 전문위원은 “청년층이 느끼는 체감실업률이 지표보다 훨씬 큰 이유는 비정규직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며 “실업률 수치보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사회안전망 마련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년실업률을 낮추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정책이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만 집중하고 일자리에 대한 질적 향상은 이루어지지 않으며 정책이 상호작용을 일으키지 않아서다.
실제로 감사원이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8개 기관을 대상으로 청년고용대책 성과분석을 실시한 결과 정부의 청년고용대책이 질보다는 양에 치중한 탓에 적잖은 재정을 투입하고서도 고용유지율이나 임금수준이 낮은 일자리만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고용부가 청년고용대책을 수립하면서 통계청의 고용률과 실업률을 위주로 청년고용실태를 분석했을 뿐 청년층의 근로형태나 단시간 근로자 비율, 임금수준 등 청년고용의 질적 실태를 진단해 대책에 반영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감사원 측은 “청년고용대책의 효과와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업률·고용률과 함께 청년층의 근로형태나 임금수준, 고용유지 기간 등을 분석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 및 사업을 발굴하고 기존 사업의 지원조건 개선을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직업훈련을 통한 취업성공, 특히 양질의 일자리로의 진입을 확대하려면 고용정책의 기조 변화는 물론 정책 수행과정의 모니터링과 평가를 통해 거듭나야 한다.
고학력 청년층이 늘어나면서 학교와 기업, 행정기관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충청대 경영회계학부 윤창훈 교수는 “학교는 수요지향적 전공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고 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며 "행정기관은 청년인적 자원 미스매치 영역을 집중 지원하고 연구원 등은 미스매치 현황을 파악해 행정기관 인력 양성분야에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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