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잇단 발화·점유율 휘청' 이중고...김효준 연임 발목 잡히나

김효준 BMW 코리아 사장 (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BMW가 최악의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수입자동차 1위 자리는 벤츠에 내어준 데다 화재 사고까지 발생했다. ‘불타는 BMW’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이후 12번째 사고 소식이다. BMW는 자사 차량이 한달에 한번 꼴로 불타올랐지만 이번에도 소비자 과실로 책임을 돌렸다. 화재 원인을 두고 소방당국과 상이한 결론을 내리면서까지 “고객님 부주의”라는 BMW의 배짱 대응에 소비자들은 “이러니 벤츠에 밀리지”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결국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며 ‘7년째 수입차 1위’라는 BMW의 성적에 오점을 남겼고, 업계 최장수 CEO 타이틀을 달고 있는 김효준 BMW 코리아 사장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혔다는 평가다.

 

잇따르는 BMW 화재 

BMW차량의 안전성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갑작스러운 발화로 차량은 전소했지만 회사 측은 정품 블랙박스를 사용하지 않은 소비자 과실로 떠넘겼다. 사고가 난 차량은 BMW 5시리즈 GT 2013년식이다.

<시사위크>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차주 A씨는 BMW 차량을 운전하는 도중 ‘펑’하는 소리와 함께 조수석 앞 대쉬보드에서 연기가 났다고 주장했다.

이후 근처에 있던 다른 차량 외부와 건물 간판이 녹아내릴 정도로 거센 불길이 일며 차량이 완전히 전소됐다고 보도했다.

발화의 원인에 대해 BMW 측은 정품 블랙박스를 사용하지 않은 고객의 과실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BMW 관계자는 “차주 A씨는 BMW 정품 블랙박스가 아닌 사제 블랙박스를 사용했으니 우리 책임은 없다. 무조건 소비자의 잘못”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BMW 측은 도의적 차원에서 자사의 신차나 중고차 구입시 15% 할인해 주겠다는 제안을 덧붙였다.

하지만 차주 A씨는 BMW의 입장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가 BMW GT 차량을 구입할 당시 에는 정품 블랙박스가 시판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A씨는 BMW 공식 판매처의 딜러가 추천한 블랙박스를 구매했으니 BMW 측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거리는 또 있었다. 발화 원인을 두고 강동소방서는 BMW와 상이한 결론을 내렸다. BMW는 발화의 시발점이 블랙박스라고 단정지은 반면 강동소방서는 블랙박스에서 발화 가능한 명확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요지다.

강동소방서는 화재 원인을 밝히기 위해 2~3주에 걸쳐 조사에 착수한 결과 조수석 앞 글러브박스 뒤쪽을 발화지점으로 판단하고, 화재가 주변 전기배선 및 글러브박스로 옮겨 붙은 뒤 차량 앞부분 전체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매체가 공개한 강동소방서의 조사서에 따르면, 블랙박스용 보조배터리 내부 및 단자에서는 특별한 발화 흔적이 식별되지 않았다. 또한 보조배터리 주변에서 수거된 끊어진 배선에 남은 단락흔도 외부 화염에 의해 형성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보상을 받지 않아도 좋지만 BMW의 이러한 안일한 태도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BMW는 블랙박스에 의한 화재가 명확하다며 선을 그었고 소방당국의 해석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BMW의 거만함에 차주 A씨는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스포스트>는 BMW 측의 입장을 듣고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가 없었다.

 

7년만에 벤츠에 수입차 1위 내줘 ‘굴욕’

잇따른 발화 사고와 이런 사태에 대응하는 BMW의 배짱식 태도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배신감으로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반복되는 발화사고와 책임 전가 논란이 판매율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 아니냐는 게 업계의 중론.

BMW의 라이벌인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10월 월간 판매로는 최대 실적인 총 6400대를 판매하며 BMW를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벤츠는 지난 9월에도 전년동기 대비 15% 늘어난 5087대를 판매했으며, 8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수입차 시장점유율 30%를 돌파하며 순황하고 있다.

반면 1위 자리를 내준 BMW는 지난달 총 5415대를 판매하며 벤츠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처지에 놓였다. BMW가 벤츠와 올해 국내 수입차시장 1위 자리를 놓고 막판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잦은 소비자 무시 사례가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 7년째 1위 자리는 지키고 있는 BMW가 최근 판매량이 밀리는 것은 자동차 업계 최장수 CEO 타이틀을 지닌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의 자존심에 상처가 될 수 있다.

김 사장은 지난 2000년 취임 이후 BMW 신화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지난 7월에는 '견적서실명제'를 도입해 수입차 가격에 대한 신뢰도 상승을 이끌어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BMW는 소비자 생명을 위협하는 화재 사고가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대책은 고사하고 정확한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책임을 고객에게 떠넘기며 ‘나몰라라’하는 태도로 김 사장이 평소 강조해 온 ‘고객 만족과 신뢰도 경영’이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비난이 팽배하다.

내년 연임을 앞두고 있는 김 사장이 임기 20년을 채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잇단 악재로 그의 순항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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