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의 모든 해법은 9.19에 담겨

[뉴스포스트 = 도기천 기자] 참여정부 시절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2011년 화두는 “평화와 복지”다.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를 겪으면서 매서운 한파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은 남북한 간의 대치 국면이 새해 들어서도 좀처럼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20일 국회에서 “복지는 세금이다”란 주제로 복지재원 토론회를 연 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정승일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최근 당 남북평화특위 위원장을 맡으며 얼어붙은 한반도 정국을 정면 돌파할 기세다. 정 최고위원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이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떤 성과도 내지 못했으며, 전쟁을 운운하는 상황으로까지 남북관계를 파탄냈다”며 “현재 긴장 고조와 파국으로 치닫는 대결 상황을 극적으로 돌파하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수단은 남북 정상회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회담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남북 양측의 ‘자기결정권’을 회복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평양에 밀사라도 보내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반도 평화관리의 모든 해법은 9.19공동성명에 다 들어있다”며 “북한은 9.19성명에 명시된 핵무기와 핵개발 프로그램 전면 폐기와  NPT, IAEA로 복귀 약속을 이행해야 하며, 미국은 당시 6자가 합의한 ‘북미 관계 정상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9.19공동성명은 2005년 9월19일 6자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단계적 비핵화, 북한에 대한 불공격 약속, 북미 간의 신뢰구축’ 등을 합의한 선언이다.

한반도 평화의 모든 해법은 9.19에 담겨
‘부자 증세’ 통해 복지 재원 마련해야


정 최고위원은 또 새해 들어 부쩍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미국 내 네오콘들의 ‘대북 선제공격’ 주장과 관련, “전작권 환수가 MB정부 들어 2015년으로 미뤄졌는데, 주권국가로서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대북 선제공격’은 북측의 도발에 대한 경고성 신호로 생각하며 실제 적용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한편 정 최고위원은 2012년 대통령선거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복지정책’과 관련, 부유세 신설 및 노인연금 확대 등 ‘역동적 복지국가론’을 내세우며 당지도부를 압박했다.
다음은 정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

-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맞서 미국의 선제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한반도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해법은 없는가.

“이명박 정부 3년 만에 대화가 단절되고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한반도를 덮고 있다. 우리는 이미 해법을 알고 있고, 또한 그 해법을 통해 평화를 관리한 경험도 있다. 2000년 6. 4남북공동선언에서 합의한 ‘우리 민족끼리’의 원칙 속에 9.19로 돌아가면 된다. 2005년 6월 17일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핵문제를 정면으로 논의하고 합의했으며, 6자 회담을 재개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핵무기와 핵개발 프로그램 전면 폐기, 북미 관계 정상화 등에 대해 6자가 합의한 9.19성명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반도 평화관리의 모든 해법은 9.19에 다 들어있다. 또한 9.19는 그 과정에 있어서도 남과 북이 주도하여 미·중·러·일을 설득했다는 면에서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누구인가를 명확히 보여주었다. 지금 한반도문제에서 남과 북이 역할을 잃어가고 있다. 한반도가 열강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9.19로 돌아가자. 한반도문제의 주도권을 회복하자. 그것을 위해서는 결국 대화를 통한 해결밖에 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할 용기’다.” 

- 미국 네오콘들의 ‘대북 선제공격’ 주장은 미국과 전작권 환수를 이미 합의한 우리 정부 입장에서 보면 월권행위일 수도 있다. 전작권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나.
  
“2012년으로 예정되었던 전작권 환수가 이 정부 들어 2015년으로 미루어졌다. 주권국가로서 전시작전통제권이 없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전작권 환수는 자주국방을 위한 전제이다. ‘대북 선제공격’은 북측의 도발에 대한 경고성 신호로 미국에서는 자주 언급했던 부분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연평도 사태를 통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 한반도에서 국지전은 언제나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남북 뿐 아니라 미중러일 어느 나라도 전쟁은 원하지 않는다.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을 공식 요청했는데, 성사될 가능성이 있나. 만일 만난다면 어떤 얘기를 할 생각인가.

“지난 1월 3일 공개적으로 평양방문과 김정일 위원장 면담을 요청했다. 공교롭게도 5일 북한은 정부, 정당, 단체 연합성명을 통해 무조건적인 대화를 촉구해왔으며, 특히 여야,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대화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했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 이전, 김정일 위원장이 통큰 결단을 해주길 기대한다.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게 된다면 대화의 의제는 제한이 없을 것이다. 특히 9.19정신으로 돌아가자고 요청할 것이며, 무엇보다 남과 북의 직접대화(정상회담)를 설득할 것이다.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 협의하지 못할 일은 없다.”

- MB정부 대북정책을 지적한다면.

“철학, 그림, 전략이 없는 3무(無) 정책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지 못한 무능한 정권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에서 분단 문제를 다루는 접근법은 크게 3가지다. 대결, 무시, 대화. ‘무시’는 오바마 정부가 쓰고 있다.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는 것이 결국 무시 전략 아니냐. ‘대결’은 지난 3년 동안 이명박 정부가 했다. 제제와 압박을 통해서 대결 국면을 조성한 것이다. 그런데 둘 다 바닥을 드러냈다. 10년 민주정부에서 쌓아올린 평화의 공든 탑을 무너뜨렸다. 이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 ‘무상복지 시리즈’(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교육)로 회자되는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 정책에 대한 재원 논란이 증세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어떤 입장인가.

"손학규 대표가 재정 및 세입세출 구조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면서 대책을 마련해 나가면 증세없이도 시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공짜 복지’라는 부분이 포퓰리즘으로 공격받는 핵심이기도하지만, 이제 불가피하게 재원 문제, 세금 문제를 정공법으로 다뤄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부자감세 철회, 비과세 축소, 낭비성 토목예산 전환, 세입세출 구조조정은 필수조항이다. 더 나아가 우리가 한나라당과 철학이 다른 정권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세금없는 보편적 복지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 정권이 ‘부자감세’의 방향으로 왔다면 보편적 복지는 ‘부자증세’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부유세 신설’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의 핵심은 노후 문제로, 노후연금 없이 보편적 복지국가도 없다."

―박 전 대표를 비롯해 여권 내에서도 복지론이 활발히 나오는데.

“한나라당 세력은 박정희 정권 이래 성장, 개발 지상주의를 지향해 왔다. 그런데 성장과 복지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이 없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2007년 대선 때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자)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줄푸세’와 복지는 180도 다른 것이다. 정책을 전환하게 된 배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특히 재원 대책을 내놓지 않은 줄푸세는 ‘무늬만 복지’며 허구다. 박 전 대표와 함께 하는 분들(한나라당)은 ‘날치기’를 통해 서민 복지 예산을 사라지게 한 사람들이다. 여기에 대해서도 설명이 필요하다.”

― ‘박근혜 대세론’에 대한 견해는.

“정치는 생물이다. 어떤 변화가 앞으로 2년 동안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우리 국민은 위대하다. 2007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시대정신이란 국민의 가슴속에 들어 있는 요구를 끄집어내는 것’이란 점을 깨달았다. 지금 한나라당 정권과 세력이 시대의 요구를 대표한다고 보는가? 난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지금 보수 진영은 진보세력의 연대와 통합을 두려워하고 있다.”

―민주당의 정치일정상 올 연말부터 대권레이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대권 재도전 의사는.

“지금은 구제역에, 서민들 전세대란에…. 국민들이 정신이 없다. 특히 지방에 가 보면 경제공황 상태다. 또 전국 각지가 농성 현장이다. 내 지역구도 버스 파업이 벌어지고 있고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가 고공농성을 하고, 한진중공업노조도 파업 중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도 아직 풀리지 않았다. 각종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대권을 운운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지금 민주당과 본인은 오직 ‘어떻게 국민의 희망이 될 것인가’에만 집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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