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예약 취소시 ‘패널티’ 부과

[뉴스포스트 = 송혜경 기자]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제도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최근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타사와 달리 마일리지를 이용해 좌석을 예약했다가 취소할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돼 아시아나항공의 수수료 정책에 뒷말이 일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부채’ 성격의 마일리지를 서둘러 소진시키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최근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좌석 ‘취소 수수료’ 규정을 취재했다.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마일리지를 이용해 항공권을 구입했다 취소할 경우 3000마일의 ‘취소 수수료’를 부과해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항공사 이용에 따라 현금과도 같이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적립 받았던 소비자들은 3000마일의 적지 않은 취소 수수료 부과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벌금 개념의 취소 수수료 부과

최근 소비자 A씨는 그동안 모아온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 인천-나리타 왕복 항공권을 구입했다. 그는 현금 결제 대신 4만5000 마일리지를 소진하고 좌석을 발권 받았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비행기 운항 거리에 따라 적립되는데 미국이나 유럽을 여행할 경우 약 1만2000~1만4000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너스항공권’ 취소시 수수료로 3000마일 차감   
소비자, “경쟁사 대한항공과 비교돼” 불만 토로


그런데 A씨는 ‘보너스 항공권’을 취소하게 됐다. 부득이하게 여행 일정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이에 A씨는 항공권을 사용할 수 있는 유효기간 내 취소를 요청한 터라 별도의 수수료 없이 결제 수단으로 사용한 마일리지를 환급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A씨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마일리지로 구매한 항공권 취소시 3000마일의 ‘취소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항공사 측의 규정을 통보받은 것이다. A씨를 더욱 황당하게 한 것은 경쟁사인 대한항공의 경우 같은 상황에서 ‘취소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사실.

A씨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규정이 왜 이렇게 다른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아니아나항공 측은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좌석이 많지 않아 취소 시 ‘벌금’ 개념의 ‘취소 수수료’를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측 관계자는 “동일 노선 내 구간 변경은 수수료 없이 가능하다”며 “보너스 항공권 발권 후 취소하게 되면 국제선의 경우 3000마일의 수수료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좌석은 소수 한정돼 있어 발권 후 취소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덧붙였다. 보너스 항공권을 이용하기로 한 후 약속을 어긴데 대한 마일리지 공제 방식의 ‘패널티’를 준다는 얘기다.

‘부채’ 줄이려는 꼼수?

하지만 대한항공의 경우에는 이 같은 마일리지 좌석 취소 수수료 부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보너스 항공권 발권 이후 동일 지역, 동일 시즌, 동일 좌석등급으로 여정을 변경할 경우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며 “항공권을 이용하지 않고 취소할 때도 수수료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이유는 ‘고객 편의’ 차원이라는 것이 대한항공의 입장.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고객 마일리지 사용에 대비해 적립하는 충당금은 해마다 느는 추세다. 그만큼 이들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도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하지만 ‘부채’ 성격의 마일리지가 늘어나면 항공사의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어 업체 입장에서는 마일리지 소진을 위한 노력을 펼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 좌석 ‘취소 수수료’ 정책이 업체 위주의 마일리지 소진을 위한 ‘꼼수’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 소비자는 “보너스 항공권을 구하기 어려운 것은 대한항공도 마찬가지 인데 아시아나항공만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는 사실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어떤 방법으로든 마일리지를 소진하게 만들어 자사의 부담을 줄이려는 ‘꼼수’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고객 위주의 마일리지 소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기 전에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좌석 수를 먼저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고객 위주의 마일리지 소진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마련되면 아시아나항공이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먼저 나서 마일리지를 사용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항공사 마일리지 제도 개선 요구

우리나라에 항공마일리지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지난 1984년. 아메리칸항공이 ‘A어드밴티지(AAdvantage)’라는 이름의 마일리지 제도를 세계 최초로 도입한 이후 3년 만의 일이다. 항공사들은 애초 마일리지 제도를 ‘효과는 높고 부담은 적은’ 홍보 수단 정도로 생각했다.

당시만 해도 항공기를 자주 이용했던 고객이 많지 않아 마일리지 활용도도 낮을 것이라는 예측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항공기 이용객이 폭증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회원은 1600만명, 아시아나항공은 14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마일리지가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항공사들은 수시로 제도를 바꿨고, 이는 마일리지 분쟁의 중요 원인이 됐다.

2002년 대한항공이 마일리지로 이코노미석을 구매할 경우 공제되는 마일리지 규모를 북미의 경우 5만5000마일에서 7만마일로 확대키로 한 것이 논란의 시발점이었다. 2004년부터는 항공사들이 카드사 제휴 마일리지 단가를 인상하면서 카드 회원들에게 돌아가는 마일리지 혜택이 축소됐다.

논란의 결정적 계기는 마일리지 유효기간 설정이었다. 2008년 7월부터는 대한항공이 5년이라는 유효기간을 설정했고, 아시아나 항공도 3개월 뒤 이를 따랐다.

마일리지가 고객의 생각과 달리 언제라도 사용 가능한 ‘무료 항공권’이 아니라는 점도 불만의 요인이었다. 성수기에는 사용이 거의 불가능했고, 비수기에도 이용에 많은 제한이 따랐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 간 갈등은 2009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로 극에 달했다. 경실련은 당시 “항공권 판매를 위해 근본적으로 수용 불가능한 수준으로 마일리지를 적립해준 것과 그 실상을 고객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결국 대한항공이 이번에 한 발 물러섰다. 공정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확대하고 2008년7월 이전에 적립된 마일리지에 대해서는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선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마일리지로 예약 가능한 좌석 비율도 현재의 4%에서 8%까지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자유로운 마일리지 사용’이라는 고객의 숙원 해결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차제에 마일리지 고객수와 이용가능 좌석수 등을 완전 공개한 뒤 제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항공업계에서는 “현실과 거리가 먼 주장”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도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꺼지지 않고 있다. 항공사를 이용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항공사 마일리지 관련 소비자들의 불만과 피해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보너스 항공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등이 적지 않다. 애초 항공업계 자율적으로 내놓기로 했던 마일리지 개선안도 지지부진해지는 모습”이라며 “나날이 항공 마일리지 사용 고객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마일리지 사용 편리성을 위한 항공사들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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