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건국이래 처음으로 400조원을 넘어서는 수퍼예산이 3일 국회를 통과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것은 SOC예산이다. 오히려 정부에서는 줄이려 했지만 국회에서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안에서 SOC 예산은 8.2% 감소하면서 2년 연속 삭감이 예정됐었지만 국회 논의를 거치면서 3천억원 가량 증액됐다. 이로써 내년 우리나라 SOC사업에 사용될 돈은 22조1천원을 넘어섰다.

이는 보건복지고용(129.5조원), 일반·지방행정 (63.3조원), 교육(57.4조원), 국방(40.3조원) 다음으로 많은 예산이다.

표면적으로는 경제를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내세우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사는 구조라지만 실상 지표상 토목을 포함한 건설산업이 내수 경제 지표를 떠받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SOC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후퇴하고 있다. 작은 나라에 수십년간 도로, 항만, 철도, 통신망과 같은 시설을 사회 간접 자본이 더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부딪힌 것이다.

정부가 올해 내놓은 예산안에서도 SOC 분야를 1조 5천억 정도 줄인 것을 보면 정부조차도 효율성이 낮다고 평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토목 등 건설산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미치는지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0월 말 한국은행의 권나은 결제연구팀 과장과 권상준·이종호 동향분석팀 조사역이 발표한 ‘최근 건설투자 수준의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3%가 늘었고 3분기도 전년 동기 대비 11.9%(속보치) 급증했다. 하지만 건설투자가 노동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조업의 74.0%에서 53.2% 수준에 불과했다.

더 지을 곳이 없고 큰 효용성이 없을 것 같은데도 여전히 국회의 생각은 달랐고 예산은 늘었다.

문제는 SOC 예산 증액이 국가 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매년 SOC는 종종 국회에서 말하는 ‘쪽지예산’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며 이른바 국회의원들의 ‘제 지역구 챙기기’용 예산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올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개별 의원들이 증액을 요청한 사업은 4000건이 넘고, 액수로는 4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지러운 시국에서도 몇몇 의원들의 자기 지역구 챙기기 위한 사업 예산 편성은 꼼꼼하게 챙겼다. 여야 의원을 막론하고 지역구 SOC 사업을 새로 편성하고나 증액하는데 열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하다면 당연히 써야할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목적이 국가 경제 활성화인지 정치적 이익인지 국회의 의도가 불신 받고 있다.

내년 지출 예산이 400조원이 넘는 사이 우리나라가 갚아야할 빚은 700조원 턱 밑까지 차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 졸라매야한다고 해서 내년도 복지 예산도 삭감됐다. 국민들 삶이 더 윤택해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국회의원들이 혼란한 시기를 틈타 돈을 더 얹어 개발된 SOC가 이를 대신할 만큼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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