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물류산업 본격 진출…업계 ‘초비상’

[뉴스포스트=도기천 기자] 산업은행이 이달 말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대한 지분 매각 동의절차를 마무리하는 등 대한통운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유력 인수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포스코와 삼성 등이 치열한 눈치작전에 들어갔다.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포스코, CJ, 삼성, 롯데, 한진그룹 등 대기업들이 대한통운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수출물량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이들 대기업이 물류산업시장에 뛰어들 경우, 기존 물류시장은 ‘패닉’ 상태로 빠져들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대한통운 인수전은 포스코가 참여를 공식 선언했으며, 물류업체와 시너지 효과를 낼만한 몇몇 기업이 추가로 거론되고 있어 매각작업은 예정대로 상반기 중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구정 전후로 매각주간사 선정을 마치고 매각공고를 내는 등 매각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매각 자문사는 노무라증권과 산업은행이 공동 선임될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통운 지분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각각 23.95%씩 똑같이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는 금호P&B화학(1.46%), 금호개발상사(0.12%) 등 금호그룹 계열사들이 갖고 있으나 미약하다. 산업은행은 대한통운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금호그룹 주채권 은행과 대우건설 최대주주 자격으로 대한통운 매각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2월초까지 동의절차와 주간사 선정까지 마칠 계획”이라며 “모든 매각절차가 6월까지는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상반기 중 대한통운 매각절차가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늦어도 4월 중순까지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돼야 한다.

산은 측은 “매각 지분과 가격은 주간사 선정 후 시장상황을 봐가며 결정되는 것이지만 대략 40% 안팎에서 매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매각대상 지분을 35%로 낮추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최근 신년인터뷰를 통해 “아시아나와 대우건설이 똑같은 비율로 지분을 팔게 될 것이다. 매각대상 지분이 낮아지면 프리미엄은 더 높아질 수 있지만 절대 액수(매각가격)은 낮아질 수 있다”며 “시장상황을 보고 채권단과 협의해 매각대상 지분 비율 및 입찰방식(공개경쟁 또는 제한경쟁입찰 중 택1)을 채권단과 협의해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 ‘기선 잡기’

대한통운 인수는 현재 포스코가 대한통운 매입 의사를 공식화한 상태고 삼성·롯데 등 물류기업을 비롯, 이들과 시너지 효과를 낼만한 그룹사들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금호아시아나가 매각을 발표하기 전부터 인수자로 거론돼 왔다. 최근에는 SK와 STX그룹, 한진과 CJ그룹도 대한통운 인수기업으로 물밑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그룹들은 금호아시아나의 인수전에서도 거론된 기업들이다.

먼저, 유력 인수후보인 포스코는 대한통운 인수를 공론화하면서 ‘기선잡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원유, 제철원료, 액화가스, 대량화물의 화주가 해운업 등록을 하려면 정책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등록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규정한 해운업법 24조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철광석 석탄 등의 화물은 비중이 워낙 커 대량화물 화주가 해운업계에 직접 진출하면 불공정 거래가 될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대한통운의 매출액 중 절대 비중은 육상 운송이지만 해상운송사업권을 갖고 있으며 선주협회에도 등록돼 있다. 예인선, 바지선 등 1만2000톤급 미만의 선박 6척을 보유해 연안 운송을 하고 있으며 벌크선도 일부 운행하고 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포스코가 대한통운을 인수해 대량화물을 직접 운송하게 된다면 해운법 조항에 해당돼, 정책위 의견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권금융기관 관계자는 “국책은행이 주도하는 매각인만큼 (해운법 문제는) 국토부의 협조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SDS, 인수 사령탑?

다음으로 삼성의 경우, 최근 그룹 물류 주력사업으로 삼성SDS를 내세워 대한통운 인수를 검토, 내수 물류와 전문 수출입 물류기업 성장성을 확보한다는 시나리오다. 삼성은 이미 삼성SDS를 중심으로 물류사업 확대에 가속도를 내고 있어 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단일 기업으로는 해외 수출물량이 100조원을 넘은데다, 글로벌 원자재 조달과 신제품에 대한 물류를 아웃소싱 형태로 운영해온 삼성의 물류사업 본격화는 물류업계에 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 측은 “삼성의 매수설은 오래전부터 나온 루머일 뿐, 사실이 아니다”고 일축했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의 ‘대한통운 인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도 자사 물량을 기반으로 해 대한통운 인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롯데가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기존 롯데그룹 물량을 처리하던 동방, 세방과 같은 중견 물류기업들과 택배회사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며, 급격한 시장 재편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와 함께 SK와 STX그룹 등도 일관되게 물류관련 사업 다각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인수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한진과 CJ GLS를 물류 계열사로 운영하고 있는 CJ그룹도 매번 빠지지 않고 대한통운 인수 대상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물류업계 ‘구조조정’ 예고

대한통운 매각에 따른 대기업들의 물류시장 진출은 가뜩이나 수익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물류시장을 패닉(공황)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특히 재정상태가 열악한 중소 물류업계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다 유진그룹의 로젠택배 매각과 어렵게 출범한 물류업계 대표격인 한국통합물류협회(통물협) 회장과 상근 부회장의 상호 불화로 인한 동시 사임은 가뜩이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는 물류업계 전반을 혼란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는 대한통운 매각은 어느 기업이 인수하느냐에 따라 향후 물류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본 논리에 따라 삼성·포스코·롯데그룹 등이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누가 인수하느냐 보다는 인수 후 어떻게 운영될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심도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물류회사들의 국내 물류회사 인수합병(M&A)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고 전망하면서 “내수시장 최대기업으로만 머물러 있는 대한통운의 글로벌화 전략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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