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 설석용 기자

[뉴스포스트=설석용 기자] 헌법재판소가 3일 박근혜 대통령의 1차 변론기일이 시작됐지만 당사자인 박 대통령이 불출석한 채 9분 만에 맥없이 끝났다. 사실상 오는 5일 2회차 일정에서 탄핵심판에 대한 첫 심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과연 결과가 만족스러울 지는 지켜볼 문제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이례적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피력했다. 무언가에 쫓기듯 스스로 자신의 변호에 나선 모습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탄핵소추안의 운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박 대통령이 이날 기자들과 긴급하게 신년 간담회까지 주최하는 장면은 지난 세 차례 대국민담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의아한 풍경이었다. 기자들과 이렇게 가까이서 말을 많이 한 모습은 최근 온 국민이 바라던 바였다.

이날 박 대통령은 국민들이 그렇게 염원하던 세월호 7시간에 대한 해명까지 꺼내놓으며 다급함을 감추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자신의 처지에 대한 한탄과 억울함도 묻어 있었다.

박 대통령은 "그날 정상적으로 보고 받고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면서 "필요하면 특공대도 보내고 모든 것을 다 동원해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구조하라고 지시하며 보고를 받으면서 하루 종일 보냈다"고 해명했다.

1000만 촛불의 역사를 세우는 동안에도 언급하지 않던 '세월호 7시간'에 대해 이렇게 간단한 답을 내놓을 것이라고는 예상도 못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 당일 미용시술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 "전혀 안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냐"며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답변도 내놓았다.

특히 박영수 특검팀이 집중수사 하고 있는 뇌물죄 의혹과 관련, "나를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불편한 심정을 역력히 드러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의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에 예고대로 불출석했다. 기자들을 예고없이 불러 하소연했던 모습과는 아주 대조적이다. 새해를 맞아 박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풀어놓은 이야깃거리는 사실상 이번 사태의 핵심적인 내용들이다.

탄핵이 눈앞에 놓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억울함은 기자들보다는 재판관들 앞에서 토로하는 게 유리하지 않나. 대국민담화를 낭독문 읽듯 끝내 비판의 화살을 한 몸에 맞고서도 기자들을 외면했던 박 대통령께서 이제는 해야 할 말이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는 박한철 헌재소장과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을 비롯해 9명의 재판관 전원이 참석했고, 국회 소추위원단 단장인 권성동 의원과 이춘석·손금주·박주민 의원이 참석했다.

또 국회 소추위원 측 대리인단 11명과 박 대통령 측에서 9명의 변호인단, 54명의 시민이 배석해 박 대통령을 기다렸다.

헌재 대심판정에는 박 대통령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모두 된 듯하다. 처음은 국민과의 대화 시기를 놓쳤고, 두 번째 언론과의 질의응답을 하지 않았다. 지금은 헌재에서 변호할 때다. 박 대통령의 하소연은 기자들이 들을 게 아니라 재판관들이 들어야 할 이야기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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