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최병춘 기자] 오는 12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을 앞두고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반 전 총장을 향한 구애가 한창이다. 구애의 손짓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 모습이다.

반 전 총장은 대권선언 전 부터 이른바 ‘대망론’까지 일며 일찌감치 대선주자로 꼽혀왔다. 또 지금까지 큰 흔들림없이 여론조사 지지율 1~2위를 지켜오며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은 당적도 없을뿐더러 외교관으로서 일생을 살아온 만큼 정치 이력은 물론 기존 정치권의 네트워크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그렇다 보니 반 전 총장이 어디로 향하느냐가 이번 대선정국의 중요한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이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해도 집권당인 새누리당으로 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대선후보를 내기 어려울 만큼 붕괴위기에 처해져 있다. 그렇다보니 반 전 총장만이 유일한 카드가 되버린 셈이다. 여기에 비박계가 집단 이탈하며 분당, 반 전 총장을 부르는 목소리도 두 갈래로 갈라졌다.

반 전 총장을 향한 손짓은 야권에서도 일고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뿐 아니라 국민의당에서도 ‘제3지대론’과 맞물려 반기문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전 대표도 제3지대에서의 역할을 모색을 위해 반기문과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상 여권이 붕괴된 대선구도에서 크게는 반 더불어민주당, 좁게는 반 문재인 전선에 맞설 수 있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 당도 철학도 초월한 영입 또는 연대 경쟁이 벌어진 형국이다.

이 모든게 반 전 총장이 어떠한 정치적 철학이나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기도 전에 벌어지고 있다. 반 전 총장의 높은 인기가 불러온 상황이다.

그리고 이번 상황과 유사하게 불과 얼마전 가치의 공유와 정책이 검증되지 않은, 단순히 큰 인기를 등에 업은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아본 적 있다. 그리고 그 댓가는 실로 엄청났다.

이번에도 인물에 집중, 정치 철학의 공유와 가치판단은 뒤전으로 밀려난 듯 하다. 승리가 중요할 뿐 어떤 정치철학과 비전을 제시할 것이냐는 고민의 대상에서 멀어진 모습이다.

반 전 총장의 능력과 품성, 개인적인 경쟁력과 별개로 도덕성과 정치 철학, 국내 현안에 대해 이해도, 정책 준비 정도 등이 검증되기도 전에 손을 벌리고 구애를 청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또 다시 같은 과오를 반복할 까 두려워지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촛불 정국을 기점으로 선진 정치를 요구받고 있는 이 시점에 정당 중심 정치는 또 다시 멀어지고 결국 인물 중심의 정치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아쉬움이 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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