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중국 정부가 한국 화장품에 대한 수입 불허 조치를 잇달아 내렸다.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후속 조치라는 게 업계 일반적인 평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는 이번 사안과 사드는 관련이 없다는 믿지 못할 소리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의 무책임한 행보 속 업계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외교 차원의 문제해결이 싶지 않은 상황에서 불합격 처분에 따른 항의조차 혹여 있을지 모를 ‘블랙리스트’ 등재를 우려해 하지 못하고 있는 지경이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거리에 진열된 화장품의 모습. (사진=뉴시스)

中, 한국화장품 무더기 ‘불합격’ 처분

지난 3일 중국 국가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이하 질검총국)은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을 발표했다. 해당 명단에는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 28개가 올라있는데 그 중 19개가 애경, 이아소 등 한국산 화장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품은 총 1만1272kg으로, 모두 반품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19개 제품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이유는 ▲시제품(샘플)에 대한 위생허가 등록증명서 미제출(13개) ▲미생물 기준 초과(1개) ▲등록한 것과 다른 성분을 사용(2개) ▲사용금지 원료(디옥산) 검출(2개) ▲등록된 내용과 실제 수출된 제품 상이(1개) 등이다.

이들 제품의 명단을 살펴보면 이아소의 로션 시리즈2 세트, 영양팩, 에센스, 각질 제거액, 보습 영양 크림, 메이크업 베이스, 세안제, 자외선 차단 로션 등 13가지 제품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유효 기간 내 화장품을 이용할 수 있다는 등록 증명서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퍼스트마켓의 코코스타 ‘장미팩’은 신고 제품과 실제 제품이 불일치, 화이트코스팜의 ‘빈시뷰마스크팩’은 미생물 기준치 초과, CJ라이온의 ‘담아 캐어 샴푸’와 ‘라이스 데이 샴푸’는 다이옥세인 함량 초과, 애경의 목욕 세정제는 제품 성분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수입이 불허됐다.

중국 품질 담당 기관인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지난 3일 공개한 '2016년 11월 수입불허 식품 화장품 목록'에서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목록 캡쳐사진. (사진=뉴시스)

한국 화장품업계 “중국 수입 불허 이유, 왜곡·과장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그동안 중국내 통관에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 중국검역당국이 명확한 기준이나 근거 없이 수입을 불허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중국의 불합격 처분에 대해 아이소 측은 “통관 불합격은 서류 미비로 불허된 것으로 해당 제품은 확인 결과 샘플 제품이었고 명단에 발표된 13개 본품도 아니다”라며 수입 불허 이유가 과장되거나 왜곡됐다는 입장이다.

미생물 기준치 초과를 이유로 통관이 불허된 화이트코스팜은 “국내에서 해당 제품에 대한 정밀실험을 진행했으나 미생물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중국검역당국에 샘플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며 “행여 중국의 심기를 건드려 블랙리스트에 오를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중국검역당국이 과거에는 없던 다이옥세인 잔존량에 대한 검역기준을 만들어 적용시점을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앞당겨 검사해 수입 불허 품목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CJ라이온의 샴푸 품목 2개가 그런 경우였는데, 중국검역당국이 ‘다이옥세인 검출량을 30ppm이하로 한다’는 기준을 새로 만들어 지난해 12월부터 적용하기로 하고도 이를 3개월이나 앞당긴 9월에 적용했기 때문에 불합격 처분을 받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제품 성분이 변경돼 수입이 불허된 애경은 “해당 제품은 지난해 9월 당시 성분 표기 누락 사항을 정정해 그 다음 달부터 다시 수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업계에서는 최근 중국이 추가 검측을 늘리고 있는 상황으로, 중국 내에서 한국 화장품들이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는 등 한국 화장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으려 하는 것 같다는 말들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사드와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확인 결과 중국 내 관련 규정을 업체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며 “사드와 같은 문제와 관련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오는 17일 주중국 한국대사관이 개최하는 ‘중국 진출 화장품 기업(14개사 27명)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업체 애로사항을 들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언론 “한국 화장품 수입불허조치가 사드배치 보복? ‘억지’”

한국산 화장품 수입 불허 조치가 사드 배치 보복이라는 말들에 대해 중국 언론들은 ‘억지 주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화장품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벌어진 일을 사드를 핑계 삼고 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중국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한국은 책임 공방을 멈추고 반성해야 한다’는 사설에서 “중국이 한국산 화장품 수입을 불허한 것은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 때문”이라며 “한국 화장품을 사드 한반도 배치 때문에 생긴 한·중 갈등의 피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 매체 미래망은 ‘화장품이 수입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한국은 유리 마음인 체 하지 말라’는 평론에서 “한국이 품질 규정에 못 미친 것에 대한 자기반성은 하지 않고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보는 것은 ‘유리 마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봉황망, 남방재부망 등 타 온라인 매체들도 한국 당국이 사드 보복이 아닌 규정 위반으로 발표한 사실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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