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환경부가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차량에 대해 세 번의 반려 끝에 리콜을 승인했다.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불거진지 1년4개월만이다. 리콜 대상은 티구안 2개 차종 2만 7000대로 나머지 13개 차종은 올 상반기 중 리콜 여부가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리콜이 국내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득'이 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분위기다. 폭스바겐은 같은 혐의로 미국에서는 5조 원에 달하는 벌금을 지불한 반면 국내에서는 141억 원 과징금만 지불하기 때문이다. 보상안도 100만 원 상당의 쿠폰 지급뿐이라 고작 100만 원에 면죄부를 주냐며 솜방망이 논란까지 일고 있다. 환경부의 리콜 조치가 발표된 직후 소비자들이 집단 취소 소송을 추진 하고 있어 파장은 한동안 계속 될 전망이다.

 

환경부, 4번만에 최종 승인 

환경부가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량 조작차량 리콜을 최종 승인했다. 리콜대상은 티구안 2.0 TDI(3237대), 티구안 2.0 TDI BMT(2만3773대) 등 티구안 2개 차종 2만7000대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환경부에 리콜계획서를 3번 제출했다가 반려당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4번만에 최종 승인을 받았다. 환경부는 배출가스 조작이 드러난 폭스바겐의 리콜과 재인증 작업을 더 까다로운 잣대로 꼼꼼히 검증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환경부가 이번에 승인한 리콜계획 따라 폭스바겐은 연료압력을 낮추고 매연저감장치가 1100℃ 이내에서 작동하도록 차량부품을 보완해야 한다. 또 리콜률을 미국 수준인 85%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차량 수거 및 배달, 교통비 지급 등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평균 리콜률은 평균 리콜이행기간인 18개월 기준 80% 수준이다. 이번에 폭스바겐에 요구하는 것은 평균보다 더 엄격한 것이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더불어 리콜 차량에 대한 수거·배달서비스는 전례가 없다는 점을 환경부는 강조했다.

더불어 내에서 모델과 상관없이 폭스바겐 차량 소유주 전원에게 100만원 상당의 쿠폰도 지급키로 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9월 2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토쇼에서 폭스바겐이 이산화탄소 저배출을 홍보한 문구 모습. (사진=뉴시스)

미국선 5조 국내선 141억원, 솜방망이 논란

그럼에도 국내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환경부의 리콜조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폭스바겐에 내려진 벌금은 5조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환경부가 부과한 과징금은 141억원에 불과하다.

과징금과 별개로 소비자들에게 지불해야하는 배상금 규모 또한 차이가 크다. 폭스바겐측은 지난해 10월 미국내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배상금으로 총 147억달러(약 16조7000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에서 문제가 된 디젤차량을 소유한 47만5000명은 1인당 5100달러(600만원)에서 1만달러(약 1,178만원)를 배상받았다.

반면 폭스바겐측이 한국내 소비자에게 100만원 상당의 쿠폰만을 지급한다.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이 27만여대 규모라는 점을 환산하면 총 2700억여원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지급하는 무료 쿠폰이 방식의 배상을 선택한거 자체가 꼼수라고 지적했다. 잘못을 인정하는 '배상' 차원이 아닌 '서비스'에 무게를 둔 판단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더불어 환경부의 승인안대로 리콜을 진행할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가스 배출량이 20, 30% 줄어드는 데 그친다고 주장도 나왔다. 미국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80~90% 줄이도록 조치를 취한 데 비하면 훨씬 적은 수치라는 것.

폭스바겐은 미국내 차량소유자들이 수리를 원치 않고 차량을 되팔 경우 '재구매'가 가능하도록 수용했다. 이에 한국 소비자들도 리콜 대신 자동차 교체를 요구했지만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정부에서조차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비난이 쏠린다.

폭스바겐의 금전적 보상은 소비자 개개인이 민사소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환경부의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비자 보상은 미국을 비롯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판사가 판단할 부분"이라며 "우리나라도 4500명(차량 소유자)이 1인당 3500만원씩 민사소송을 제기해 1520억원의 민사소송이 진행중에 있다"고 말했다.

 

'리콜 승인 취소 소송' 암초 만나

폭스바겐 리콜이 승인됐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여전히 안개속이다. 승인 취소 소송이란 암초를 만났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바른 하종선 변호사는 12일 환경부의 폭스바겐 리콜방안 승인에 대해 "내일(13일) 서울행정법원에 리콜 방안 승인처분 취소 소송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소장에는 '환경부의 부실 검증 주장', '성능 저하와 내구성에 대한 검증 누락'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하 변호사는 환경부가 폭스바겐이 제공한 신차로 리콜검증을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배출가스량 조작 문제는 2008년식 티구안 차량에서부터 발견됐는데 실제 소비자가 사용하고 있는 문제차량이 아닌 폭스바겐이 제공한 티구안 신차로 리콜검증을 진행해 검증 수치가 좋게 나올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하 변호사는 "환경부가 폭스바겐 차량의 성능 저하와 내구성에 대한 검증도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환경 당국의 문서들을 보면 성능과 내구성 확보가 안 돼 리콜 방안을 거절한다는 사실이 언급돼 있다"며 "환경부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부실 검증을 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환경부가 애초에 폭스바겐이 '조작'을 시인하지 않으면 리콜 검증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차량 운행으로 인해 1년간 319억~782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차량 12만6000대가 계속 운행돼 초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했음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한 정부의 태도에 비난이 쏠리는 이유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