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잠재적 부실 털고 재기 발판 마련...불확실성 제거에 긍정적 평가

[뉴스포스트=박은미 기자] ‘의견거절’을 받은 대우건설이 11분기만에 수천억원 손실을 떠안고 적자 전환했다. 회계법인 안진이 감사를 강화함에 따라 잠재 부실까지 미리 반영돼 이번 회계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다만 부실을 반영해 미래 불확실성이 제거되었기에 올해 매각을 앞두고 있는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실제로 실적이 발표된 지난 9일 대우건설 주가는 9.16% 급등한 5840원에 거래를 마치기도 했다.

 

(사진=뉴시스)

대우건설이 지난해 4분기 5030억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11분기만에 적자전환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1.2%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은 11분기만에 적자 전환했다. 이번 적자전환은 사우디 자잔 플랜트현장과 알제리 RDPP 플랜트현장의 영향이 컸다.

사우디 자잔현장에선 발주처의 사업부지 인도 지연과 설계변경 요청 영향으로 공기가 연장되면서 비용이 증가했다. 전체 공사기간 준공예정원가를 외부 기관에 검토받은 결과 4500억원 규모의 잠재손실이 예상됐는데, 이를 이번 회계에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알제리 RDPP플랜트 현장에서도 부지인도가 지연됐는데 이때문에 생긴 1100억원 규모의 잠재손실 역시 회계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실적집계는 신뢰할 수 있는 측정가능한 금액에 대해서만 도급증액에 반영한다는 기준에 따라 현재 진행중이거나 서류상 확정되지 않은 클레임, 발주처의 변경계약(체인지오더)금액 등은 실적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두 현장의 클레임 환입이 이뤄지면 수익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 설명했다.

자잔현장에서 공동사와 함께 진행 중인 클레임 규모는 6000억원, RDPP현장 클레임 규모는 1500억원 수준이다. 해외 미청구공사 규모는 지난해 말 5414억원으로 전년(9045억원)대비 크게 줄었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7492억원이다.

 

"부실 다 털었다" 올해 호실적 예고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 지정감사를 받는 딜로이트 안진에서 '의견거절'을 받았다. 안진은 지난해 11월부터 회계감사를 강화했는데 이 때문에 잠재 부실까지 반영돼 이번 회계에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것이다.

안진이 다른 건설사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회계감사를 하고 있기에 미청구 공사액을 어떻게 바라볼지도 관건이다.

실제 대우건설과 안진은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통상적인 회계감사보다 일정을 한 달여 앞당겨 국내·외 주요현장 회계 실사를 하는 등 감사를 강화했다.

특히 보통 2~3개 현장에서 진행했던 해외 실사 대상에 지난해 3분기 감사 때 이견이 있던 대다수 현장까지 포함하는 등 국내외 현장 총 40여 곳으로 확대해 실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이 2016년 연말 결산 결과 해외현장에서의 손실을 반영하면서 적자를 기록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클린 컴퍼니로 거듭나면서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 기틀을 마련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회사 자체의 문제보다는 회계 법인의 강화된 회계처리 방침에 따르다보니 지난해 하반기부터 엄격해진 수주산업 회계처리 방침을 다른 건설사에 비해서 먼저 실적에 반영했지만, 대우건설 자체의 펀더멘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대우건설은 이번 적자전환을 극복하기 위해 올해 매출 11조4000억원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에는 2000억원 규모의 북경 캠핀스키 호텔지분과 파가니카CC 등 비핵심자산 및 지분매각을 추진한다. 울산 S-Oil 잔사유 고도화 프로젝트에서 추가적으로 2000억원을 조달하는 등 1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도 올해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이 7000억원에 가까울 것이라고 점쳤다. 대우건설의 해외 잠재 손실을 모두 선반영 됐고, 지난 2년간 공급한 7만여 가구 주택 공사 현장의 본격적인 수익이 올해 반영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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