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뉴스포스트=우승민 기자] 법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여자 성기 형성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자의 성별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허가했다.

청주지법 영동지원 신진화 부장판사는 30대 성전환자 A씨가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의 '남(男)'을 '여(女)'로 정정해 달라는 신청을 허가했다고 17일 밝혔다.

신 부장판사는 결정문에서 “A씨는 여성으로서의 성정체성이 확고하고, 신체적으로도 여성으로 전환했다”며 “다시 남성으로 재전환할 가능성이 없어 신청인의 신청은 이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여성으로서 성별 정체성을 확인하는 데 있어서 성기 형성 수술은 필수적이지 않다”며 “성기 형성 수술이 의료기술상의 한계 때문에 후유증의 위험이 크며 외부 성기 수술을 하지 않고 살아가는 성전환자들이 많이 있다”고 결정 이유를 밝혔다. 또 “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자는 사고나 질병으로 생식기를 잃은 경우와 다르지 않기에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공동체 내 다른 구성원들이 혐오감·불편함 등을 느낀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다양성 존중과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민주 사회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라며 “외부 성기 형성 수술을 받지 않은 성전환자가 어려움을 겪는다 하더라도 국가가 이에 개입할 의무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회적, 신분적 혼란을 야기할 목적으로 가족관계등록부상 성별정정에 이르는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다”며 “남성으로 등재돼 있음으로 발생하는 심리적, 인격적, 경제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A씨는 지난 2005년 성주체성 장애진단을 받고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 고환 절제·유방확장 수술을 받았다. 이에 생식능력이 없어졌다는 점을 감안해 허가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과거 법원은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 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는지를 확인해야한다’는 가족관계등록예규를 근거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하는 것을 불허해왔다.

지난 2013년 3월 서울서부지법은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이가 남성 성기 형성 수술을 받지 않아도 성별정정이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엔 ‘성기 형성 수술이 덜 어렵다’는 이유로 이후에도 성별정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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